3,000원에 한 끼 든든! 마음까지 배부른 '청년밥상문간'

시민기자 전주영

발행일 2023.02.08. 15:27

수정일 2023.02.08. 17:28

조회 10,006

언제부턴가 여러 매체에서 '먹방(먹는 방송)'이 유행하고 있다. 유명 맛집을 가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거나 저 멀리 해외로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기까지…. 화려한 레스토랑의 값비싼 음식들을 모니터 화면으로 바라보면 입에선 절로 침이 샘솟았다.

어떤 이들은 좋은 식재료를 구입해 맛깔난 요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허기지고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들리지만, 모니터를 바라보는 내 앞에 놓인 건 따뜻하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음식 대신 라면이나 냉동식품인 날이 더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온종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여력이 없어 무언가 씻고 손질하여 요리한다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라고 하지 않던가.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 여유도 없고, 그렇다고 일상에 찌들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어디에서 따뜻하고 든든한 위안을 얻으면 좋을까. 오늘은 단돈 3,000원으로 맛있는 한 끼를 대접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해본다.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소개된 '청년밥상문간' 낙성대점 ©전주영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소개된 '청년밥상문간' 낙성대점 ©전주영

청년밥상문간은 청년들이 실패와 좌절에도 창의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작은 희망의 디딤돌이 되고자 하는 취지로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만든 곳이다. 2017년 12월 ‘청년식당문간’을 연 이후 연탄 나눔과 김장 봉사활동, 수험생 무료 식사 나눔 등 여러 활동을 시작해 2020년도에 ‘청년밥상문간’을 설립하고 점차 지점을 늘리고 있다. ‘청년식당문간’은 현재 정릉점, 이화여자대학교점, 낙성대점, 제주점 등 총 4곳이 있으며, 모두 후원자의 지원과 봉사자의 참여로 운영된다. ☞[관련기사] "밥심(心)으로 청년을 위로해요! 이문수 신부가 식당지기 된 사연

이곳은 사정이 여유롭지 못한 청년들에게 단돈 3,000원으로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고, 꿈나무카드를 이용하는 아동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나누는 식당이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방송에도 나와 화제를 모았다. 기자는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3번 출구에서 100m 정도 걸어가면 지하 1층에 있는 ‘청년밥상문간’ 낙성대점에 들러 식사를 했다.
'청년밥상문간'의 메뉴판을 보면 고물가로 힘든 요즘, 믿기 어려운 가격이다. ©전주영
'청년밥상문간'의 메뉴판을 보면 고물가로 힘든 요즘, 믿기 어려운 가격이다. ©전주영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는데 불편하다면, 대면 주문도 가능하다. ©전주영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는데 불편하다면, 대면 주문도 가능하다. ©전주영

식당으로 내려가는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을 보니 실감 나지 않았다.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분식집 김밥도 3,000원으로 사 먹기 어려운 때에 같은 가격으로 고기와 두부가 포함된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다니, 게다가 공기밥은 무한 리필이란다.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였지만, 식당 내부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한다. 키오스크 주문이 어렵거나 현금 결제를 원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식당 내의 봉사자를 통해 대면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추가 메뉴의 가격도 저렴해 여러 가지를 먹어볼까 하다가 3,000원의 김치찌개 양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기본 김치찌개를 주문해봤다.
후원자의 지원과 봉사자의 참여로 운영되는 '청년밥상문간' ©전주영
후원자의 지원과 봉사자의 참여로 운영되는 '청년밥상문간' ©전주영
봉사자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공간인 만큼, 음식을 주문하고 가져오는 것 모두 직접 해야 한다. ©전주영
봉사자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공간인 만큼, 음식을 주문하고 가져오는 것 모두 직접 해야 한다. ©전주영
음식값이 저렴하다고 값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국산 김치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를 제공한다. ©전주영
음식값이 저렴하다고 값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국산 김치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를 제공한다. ©전주영
찌개가 나왔다. 밥과 반찬은 셀프 코너에서 직접 담아오면 된다.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 적당량만 담았다. 오늘 반찬은 콩나물 무침이다. ©전주영
찌개가 나왔다. 밥과 반찬은 셀프 코너에서 직접 담아오면 된다.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 적당량만 담았다. 오늘 반찬은 콩나물 무침이다. ©전주영
고기와 두부가 푸짐하게 들어 있는 '청년밥상문간'의 기본 김치찌개. ©전주영
고기와 두부가 푸짐하게 들어 있는 '청년밥상문간'의 기본 김치찌개. ©전주영

‘청년밥상문간’의 시스템은 모두 셀프다. 키오스크로 주문 하고, 셀프 코너에 있는 밥과 반찬을 담아 기다리면 된다. 식당 내부를 구경하며 5분 정도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금방 김치찌개가 나왔다. 오늘 반찬은 콩나물 무침이다.

후원자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식당인지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역시나 찌개를 받아 보니, 국물이 많고 건더기가 보이지 않아 약간 실망했다. 3,000원이니 어쩔 수 없는 건가. 아쉬운 마음에 국자로 김치찌개를 뜨는 순간, 숨어 있는 고기를 발견했다. 이렇게 많이 들어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김치와 고기, 두부가 잔뜩 들어 있었다. 맛도 훌륭했다. 따뜻한 밥에 매콤하며 달짝지근한 김치찌개를 한 숟가락 얹어 꿀떡 삼키는 순간 뭉쳐 있던 피로마저 싹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찌개에서 계속 나오는 고기와 두부는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웠다. 힘든 하루 속에 누군가 정성껏 차려준 식사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음식 재료만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취업을 응원하는 후원도 볼 수 있다. ©전주영
음식 재료만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취업을 응원하는 후원도 볼 수 있다. ©전주영
대한민국 청년을 응원하는 식당 '청년밥상문간'에 정기 후원할 수도 있다. ©전주영
대한민국 청년을 응원하는 식당 '청년밥상문간'에 정기 후원할 수도 있다. ©전주영

맛있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정기 후원 안내 글이 눈에 띈다. 3,000원으로 고기와 두부가 푸짐하게 담긴 식사를 제공하려면, 후원자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꼭 필요할 것 같다.

대한민국 청년을 응원하고, 청년들이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따뜻하고 든든한 밥을 제공하는 식당 ‘청년밥상문간’이 오래 유지되길 바란다.

청년밥상문간 낙성대점

○ 위치 :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244길 26, 지하 1층
○ 교통 :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00m
○ 영업시간: 월 ~ 토요일 11:30~20:00, 일요일·공휴일 휴무
누리집
○ 문의 : 02-877-6031

시민기자 전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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