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바뀌는 서울지하철 승차권 자동발매기! 새 기능은?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89) 하반기, ‘키오스크’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 도입 지하철을 탈 때 필요한 것이 승차권이다. 그동안 서울지하철의 승차권은 두 번의 큰 변화를 겪었다. 일단 1974년 개통 당시 서울지하철의 승차권은 작고 두꺼운 마분지 재질의 종이 조각이었다. 매표구에서 돈을 주고 이 표를 산 다음에 개표구로 들어간다. 나올 때는 집표구에서 승차권을 반납한다.
따라서 개표구와 집표구에 모두 역무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특히 개표구에서는 역무원이 구멍 뚫는 개찰가위를 가지고 마분지 승차권 한쪽에 작은 구멍을 냈다. 그래야 표를 다시 쓰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방식의 승차권을 에드몬슨(Edmondson)식이라고 한다. 이 방식을 발명한 영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드몬슨에서 따왔다.
하지만 서울지하철이 계속 건설되자 역의 숫자가 늘어나고 승객들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다양한 목적지의 표를 일일이 구비하기도 힘들고, 개찰구도 승객들로 혼잡해졌다. 나중에 개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개표구를 통과하는 승객이 직접 승차권에 구멍을 내는 기계를 설치하기도 했다. 즉 기존의 에드몬슨식 승차권으로는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1986년에는 지하철 승차권을 자동으로 발매하고, 개표와 집표도 자동으로 하는 장치가 도입되었는데 이를 역무자동화설비(AFC: Automatic Fare Collection)라고 한다. 이때 도입된 것이 바로 노란색의 종이식 승차권이다. 기존 에드몬슨식보다 얇고 길어졌으며, 뒷면에 자기(磁氣)띠가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MS(Magnetic Stripe) 승차권이라고 부른다.
승차권 뒷면에 붙어있는 자기 띠는 카세트테이프에서 쓰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소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이곳에는 승차권의 가격, 승차권이 개표된 역과 시각 등이 저장되어 있으며, 도착역 집표기는 이 정보를 확인한 후 올바른 처리를 할 수 있다. 승객이 집표구를 통과하려고 승차권을 집어넣었는데, 승객이 이용한 구간에 비해 승차권 가격이 싸다면 오류를 발생시키고 승객을 통과시키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 역시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적은데 수도권 전철망이 확대되면서 지하철역의 숫자는 끝없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대한 양의 종이가 사용되다 보니 비용과 자원 낭비 문제도 제기되었다. 그래서 2009년에는 1회용 승차권이 카드 형태로 바뀌었다. 즉 기존에는 승객이 1회용 종이 승차권을 집표구에 넣고 나오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1회용 카드 승차권을 집표구에 찍고 나오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엔 1회용 카드를 반납하지 않고 버리거나 집에 가져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승차권 구입 시 보증금 500원을 받도록 하였다. 승객은 목적지역에 도착 후 개찰구 바깥에 있는 보증금 환급기에 사용한 승차권을 집어넣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마트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 카트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승차권 자동발매기의 변천 이렇게 지하철 승차권은 에드몬슨식, MS식, 카드식으로 발전해왔다. 흥미로운 것은 이에 맞추어 승차권 자동발매기도 변해왔다는 사실이다.
1986년 역무자동화설비 도입 시에는 동전을 넣으면 MS승차권이 나오는 자동발매기가 도입되었다. 크기가 매우 크고, 표면이 스테인리스 재질로 번쩍였기에 연배가 좀 있다면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당시의 자동판매기들은 돈을 먼저 넣고 나서 원하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인데, 이때 도입된 승차권 자동발매기는 버튼을 먼저 누른 후 그에 맞춰 돈을 넣는 방식인 것도 신선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하철 기본요금이 올라가면서 동전만 받을 수 있었던 자동발매기의 이용률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노인용 우대권 이용자가 늘어나는데 우대권 지원을 안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따라 당시 서울메트로에서는 기기의 외양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신분증 인식기, 터치스크린, 지폐처리기 등을 설치하여 개조를 하기도 했었다. 지금 쓰고 있던 자동발매기의 원형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리고 2009년에는 서울지하철 9호선 개통에 맞추어 1회용 카드식 승차권 제도가 도입되면서 신형 자동발매기가 도입되었다. 종이승차권 대신 카드승차권을 판매하며, 교통카드 충전 기능이 내장되었고, 디자인과 유저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가 개선되는 등 기존에 비해 크게 개선된 발매기였다.
이 자동발매기는 서울지하철의 편리한 이용에 크게 기여해 왔으며, 지금까지도 잘 쓰이고 있다. 다만 이제는 도입된 지 16년이나 지난 관계로 기기 자체가 점차 노후화되고 있다. 서울지하철 외 다른 노선 승차권 자동발매기는 어떤가? 지금 서울지하철이 쓰는 자동발매기의 또 다른 문제는 근본적인 설계가 변하지 않아 새로운 혁신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9년 이후 서울지하철 외의 민자철도 회사들이 여럿 생겨났는데 이들은 자신들만의 새로운 승차권 자동발매기를 사용하고 있다.
신분당선에서 쓰는 자동발매기의 특징은 보증금 환급기가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지하철 자동발매기는 승차권 발매기와 보증금 환급기가 따로 설치되어 있다. 그러면 승차권 발매기 속에 들어있던 1회용 승차권은 점점 줄어들고, 보증금 환급기 속에는 1회용 승차권이 점점 쌓이게 된다. 따라서 역무원이 주기적으로 환급기에서 자동발매기로 1회용 승차권을 옮겨주어야 하는데 이것도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승차권 발매와 보증금 환급을 한 기기에서 하면, 보증금 환급을 통해 돌려받은 1회용 승차권을 그대로 다시 발매용으로 쓸 수 있으니 직원의 업무가 크게 줄어든다. 은행의 현금 자동입출금기에서도 이런 식으로 고객이 입금한 지폐를 출금용으로 쓸 수 있는데 이를 ‘환류식’이라고 한다.
신분당선 발매기의 또 하나 인상적인 기능은 발매기 오른쪽 하단에 설치된 간편발매라는 실물 버튼을 누르면, 기본요금 1회용 승차권 발매화면으로 바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기본요금으로 우선 구입한 후에, 도착역에 도착하여 정산기에서 정산하라는 취지다. 사람이 많을 때 급하게 승차권을 구입해야 할 때 유용하다. 과거에는 서울지하철 자동발매기에도 터치스크린 형태로 이 기능이 있었는데, 현재는 없어진 상태다. 한편 GTX-A 노선에서도 고유의 승차권 자동발매기를 사용 중이다. GTX-A 노선의 승차권 자동발매기의 특징은 신분당선처럼 보증금 환급기가 통합되어 있는데 더해 선불교통카드의 사용내역 조회 기능도 있는 것이다. 물론 선불교통카드이 이용 내역은 스마트폰의 티머니 교통카드 앱을 이용해서 조회할 수도 있긴 한데, 이렇게 발매기에서 공식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외국인이나 외지인, 노인 등 스마트폰 앱을 쓰기 힘든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GTX-A선에서는 승차권 자동발매기 옆에 선불교통카드 판매기가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원래 과거 서울지하철에도 선불교통카드 판매기가 있긴 했는데, 현재는 모두 철수한 상태다(2022년 9월 15일). 대신 주변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구입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판매채널이 많을수록 좋으며, 특히 외국인들은 외국어 서비스가 가능한 자동판매기 쪽이 더 편리하므로 서울지하철에 선불교통카드 자동판매기가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새로운 자동발매기에 필요한 것은? 한편 그동안 사회 및 교통 환경이 변하면서 승차권 자동발매기에 새로운 기능의 추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선 현행 1회권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승차권을 발매기에서 바로 사고 싶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선불교통카드 외에도 지하철용 정기권과 지하철과 버스에서 동시에 쓸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가 대표적이다. 기후동행카드는 구입 장소와 충전 장소가 분리되어 있다 보니 일관성이 없고 불편한 측면이 있다.
또 다른 요구사항은 현금 외에 다른 결제수단으로도 카드 구입이나 충전이 가능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용카드나 요즘 활발히 사용 중인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이다. 과거에 비해 물가가 오르고 현금 사용 비중이 낮아졌는데도 자동발매기에서는 여전히 현금만 쓸 수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기권이나 기후동행카드는 고액을 충전해야 하는데도 현금만 쓸 수 있는 것은 문제이다. 물론 기존에도 신용카드 충전이 기술적으로 가능했지만, 운영사 입장에서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교통카드 충전을 꺼렸는데 이는 신용카드의 높은 수수료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안 그래도 지하철요금이 원가 이하로 싼데 교통카드 충전수수료까지 내면 손실이 커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굳이 신용카드로 선불교통카드에 충전을 할 필요 없이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신용카드로 직접 개집표기에 찍고 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점도 고려되었다. 하지만 어쨌든 불편한 것은 맞는 데다가, 요즘 기후동행카드는 일부 발매기에서 신용카드 충전이 가능해졌는데 굳이 다른 승차권의 신용카드 결제를 막을 이유도 없어지긴 하였다.
이밖에 역무실이나 편의점에서 직원과 대면해야만 할 수 있었던 업무인 교통카드 환불이나 청소년 카드 등록 등을 충전기를 통해 하고 싶다는 요구가 있다. 결국 과거의 1회용 발매기와 교통카드 충전기 역할만 하던 단순한 기능의 기계가, 향후에는 더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 키오스크(Kiosk)로 발전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새 승차권 자동발매기 도입된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에서는 낡은 자동발매기도 교체할 겸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하여 앞서 소개한 요구사항들을 반영해 새롭게 제작한 신형 발매기를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신형 기기는 그 기능의 다양성 측면에서 이제 단순한 발매기라기보다는 ‘교통카드 키오스크’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도입 예정인 신형 자동발매기에서는 현행 1회권뿐만 아니라, 정기권, 대중교통안심카드, 기후동행카드, 선불교통카드의 총 5종의 카드구입이 가능해지며, 현금 외에도 신용카드와 간편결제(각종 ‘페이’)로도 결제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기존에 직원을 대면해서 처리해야 했던 일부 업무들도 키오스크로 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새롭게 도입예정인 교통카드 키오스크에 바라는 점이라면, 우선 외국어 서비스를 강화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후불교통카드의 이용량이 매우 높다 보니 교통카드 충전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선불교통카드나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도 그렇게 자주 충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승차권 발매기를 주로 이용하는 계층은 외국에서 온 개별 관광객들이다. 이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발매기에서 외국어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만 지원하는데 가급적이면 더 많은 외국어도 지원하기를 바란다. 서울지하철 이용 첫 단계에서 자기 나라 말로 환대를 받은 외국 관광객은 서울시에 좋은 인상을 가질 것이다. 또한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발행받은 신용카드로 자동발매기에서 교통카드를 구입하거나 충전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할 것이다. 사실은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신용카드로 서울지하철 개표구에서 바로 찍고 탈 수 있게 하면 더 좋은데 당장은 어려울 것 같으니 아쉽긴 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비접촉 결제기술을 지하철에 도입하여, 외국인들이 승차권을 사지 않고도 자국에서 가져온 신용카드로 지하철을 찍고 바로 탈 수 있는 기술도 도입되어 있다.
즉 한국인이 우리나라 신용카드를 가지고 서울지하철에서 찍고 바로 탈 수 있듯이, 그 카드 그대로 일본 지하철에서 찍고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편의성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이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2004년 서울대중교통개편 및 2009년 카드식 1회용 승차권이 도입 후 많은 시간이 지났으며, 이제 자동발매기도 새로운 발전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버스노선 종합개편이 예정되어 있는데, 같은 시기에 승차권 자동발매기도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후동행카드 도입 등 새로운 교통카드 체제에 발맞추게 될 신형 승차권 자동발매기 및 충전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