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인형 만들고 자립준비청년에게 마음 전해요 '소잉나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1.03. 15:13

수정일 2023.01.09. 16:28

조회 3,094

'소잉나눔'에 참여해 완성한 애착인형 ⓒ이선미
'소잉나눔'에 참여해 완성한 애착인형 ⓒ이선미

지난 12월 29일, 서울시청 본관 다목적홀에서 '2022 행복한 소잉나눔 페스티벌'이 열렸다. ‘소잉나눔’이라니 무엇을 어떻게 하는 건지 좀 낯설었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참가비 1만 원을 내고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애착인형과 참가비를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기부하는 행사였다.

현장에서 참여할 수도 있고 택배로 받아 만들 수도 있다고 하는데, 온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 현장 참여를 신청했다. 어렵지 않게 패키지가 준비돼 있다고 해서 마음 가볍게 시청으로 향했다.
'행복한 소잉나눔 페스티벌' 행사가 열리는 시청 다목적홀은 일찍부터 열기가 가득했다. ⓒ이선미
'행복한 소잉나눔 페스티벌' 행사가 열리는 시청 다목적홀은 일찍부터 열기가 가득했다. ⓒ이선미

행사장인 시청 8층 다목적홀에 들어서자마자 열기가 뜨거웠다. 1시부터 시작된다고 했는데 참가자들이 벌써 인형을 만들고 있었다. 

잠시 후 행사가 시작되고 후원금 전달식도 있었다. 참여자들이 인형을 만드는 동안 스크린에서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안내를 했고, 소잉나눔 페스티벌의 개요와 의도도 전했다. 
참가비와 패키지 판매 대금 등의 수익금은 1월 말까지 모아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사용된다. ⓒ이선미
참가비와 패키지 판매 대금 등의 수익금은 1월 말까지 모아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사용된다. ⓒ이선미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가 되어 사회로 나오게 된 청년들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이전에도 마스크나 생리대 등을 만들어 따뜻한 마음을 전해 왔던 한국소잉디자이너협회 회원들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아직은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소잉나눔 페스티벌의 인형은 재고 원단을 이용해 만든다. ‘폴햄키즈’에서 재고로 폐기될 뻔한 원단을 제공하고, '싱거미싱'에서는 미싱을 기부했다. 제대로 업사이클링이다. 버려질 뻔한 원단이 따뜻한 마음을 담은 인형으로 탄생한다.

업사이클로 탄생하는 인형의 이름은 '두잇(Do it)', 인형의 좌우명은 ‘우린 모두 할 수 있어!’다. 인형을 디자인하고 이름을 만들고 좌우명까지 생각해낸 소잉디자이너들의 마음이 전해져 참 따뜻했다.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인형을 만들고 있다. ⓒ이선미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인형을 만들고 있다. ⓒ이선미

원하는 색의 원단을 받아들고 앉았다. 인형 본을 원단의 눈과 코에 맞춰 그리고, 움직이지 않게 핀으로 고정했다. 두 겹을 잘 맞춰 가며 홈질을 했다. 미싱이 익숙한 참여자들은 미싱으로 순식간에 바느질을 했다. 기자는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완성해 나갔다.

적당한 시접을 남기고 자른 후 창구멍으로 뒤집어 솜을 채웠다. 이때 잘라낸 원단도 함께 넣었다. 그야말로 버릴 것 없이 모두 활용을 하게 됐다. 조금씩 솜이 채워지자 인형이 점점 모습을 드러냈다. 
인형은 본을 그대로 그리고 고정해 홈질을 한 후 뒤집어서 솜을 채워 완성했다. ⓒ이선미
인형은 본을 그대로 그리고 고정해 홈질을 한 후 뒤집어서 솜을 채워 완성했다. ⓒ이선미
행사에 참여한 싱거미싱 직원들이 참가자들을 도와주기도 했다. ⓒ이선미
행사에 참여한 싱거미싱 직원들이 참가자들을 도와주기도 했다. ⓒ이선미

인형도 전달한다고 알고 갔는데 나중에 공지를 들으니 참가비는 기부하되 인형은 참가자가 가지고 가도 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소잉디자이너협회 회원들이 인형을 준비해 같이 전달한다고 했다.

내친 김에 현장에서 하나 더 구입해 부지런히 마무리를 해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두잇 인형’을 가까이에 놓고 올 한 해 인형의 좌우명 ‘우린 모두 할 수 있어!’를 기억해야겠다.
만든 두잇 인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 참여자들 ⓒ이선미
만든 두잇 인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 참여자들 ⓒ이선미

이날은 150명 정도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아이를 등에 업은 젊은 엄마도 보이고 학생들도 많았다. SNS에서 소식을 알고 온 청년들도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참가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원단을 제공한 폴햄 직원도 있었다. 
“좋으시겠어요, 원단이 이렇게 쓰여서요.”라는 말에 “정말 뿌듯해요. 앞으로도 재고 원단들을 사용할 또 다른 일들을 찾아 보고 싶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행이 지나 폐기될 뻔한 자투리 원단이 새활용돼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전할  애착인형으로 태어나니, 그만큼 자원 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행복한 소잉나눔 페스티벌' 행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자리였다. 원단을 제공하고 미싱을 협찬한 업체들에서는 굿즈와 맨투맨, 미싱과 패딩점퍼 등 경품까지 내놓았다. 인형을 만드는 틈틈이 경품 당첨자가 나올 때마다 즐거운 비명과 축하의 박수 소리가 터졌다.
폴햄에서는 재고 원단을 기부해 주었다. ⓒ이선미
폴햄에서는 재고 원단을 기부해 주었다. ⓒ이선미

크지 않은 돈이지만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담아 애착인형을 만드는 시간은 무척 따뜻했다. 홀로 정글 같은 사회로 나서는 청년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십시일반 이런 행사가 쭉 이어지면 좋겠다.

현장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끝났지만 소잉나눔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싶다면 아직 가능하다. 1월 9일까지 네이버폼을 통해 참가비(후원금)를 내고 인형패키지 신청 을 하면 된다. 만드는 건 정말 어렵지 않다. 1월 말까지 모은 수익금 전액은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위해 전달된다.
두잇 인형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이선미
두잇 인형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이선미

2022 행복한 소잉나눔 페스티벌

○ 기간 : 2022.12.09(금) ~ 2023.01.09(월)
○ 참가비 : 1만원
○ 참가신청 : ☞바로가기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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