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가변차로, '소공로'에서 사라진다!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5.10.14. 15:13

이게 아깝다고 생각하여 등장한 것이 가변차로제이다. 즉 하나의 도로를 정확히 절반으로 나누지 않고, 비대칭으로 나누어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차선 도로를 만들고 아침에는 도심에 들어가는 방향을 3차로로, 저녁에는 도심에서 나오는 방향을 3차로로 쓰는 것이다. 6차로라면 아침에 '4+2차로', 저녁에 '3+3차로'로 할 수도 있겠다. 교통사정에 따라 차선 조합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서울 도심은 교통 혼잡이 큰 문제였다. 또한 예전에는 교통정책의 목표가 무조건 자동차 통행을 원활하게 하는 것에 있었다. 따라서 좁은 도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가변차로가 적극 도입되었다.

가변차로제가 점차 폐지되는 이유
또 다른 문제는 서울시내에 도로가 늘어나 도로망이 복잡해지면서, 일부 구간만 가변차로제를 해서는 효과를 높이는 데 한계가 생긴 것이다. 가변차로제 시행으로 도로 사정이 달라질 때 차량들이 다른 경로를 찾아갈 수 있게 되면서, 가변차로제 시행 자체가 도로교통망의 새로운 변수가 되는 것이다. 오히려 시내 교통 흐름 관리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만 늘어난 셈이다.
마지막으로 안전 문제도 있었다. 가변차로제는 시간을 쪼개서 하나의 차로를 양방향으로 쓰는 것이다. 신호를 착각하게 되면 정면 충돌 사고가 나게 된다. 정면 충돌은 측면 충돌이나 추돌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현재 서울 내 유일하게 남은 가변차로 '소공로 가변차로'
교통량이 적고 과속을 하기 쉬우며 신호등을 잘못 보기 쉬운 심야에는 가변차로 자체를 아예 막아두기도 한다. 실제로 소공로 가변차로는 0시부터 5시부터 양방향 모두 진입이 불가능(5개 차로 중 상하행을 가변하는 정가운데 세 번째 차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변차로제를 쓰는 도로에서 교통사고는 꾸준히 발생했다.
이에 따라 우선 도봉로(옛 대지극장-수유시장, 2.28km), 왕산로(동대문-신설동, 1.15km, 현 종로), 화양고가도로(2011년 철거, 0.5km), 신림로(재관삼거리-보라매공원, 1.0km), 성산로(연대앞-성산2교, 2.2km), 월계로(미아사거리-창문여고, 0.65km) 등에 있던 가변차로는 2001년 없어졌다.
이후에도 오목로, 안암로, 혜화고가도로, 사가정길, 서울교, 현충로 등의 가변차로가 폐지되었으며, 비교적 최근인 2018년에는 한양공고 앞~왕십리역 2.2km(퇴계로 1.08km, 왕십리로 1.12km)에 있던 가변차로가 없어졌다. 그래서 전성기 시절 서울 시내 16개 도로 및 총 19.74km에 달하던 가변차로는 현재 소공로(조선호텔-한국은행, 0.25km) 구간 딱 한 군데만 남아 있다.

소공로는 소공동(小公洞)에서 온 말이다. '소공'이란 작은 공주라는 뜻인데 이는 조선 태종의 둘째 딸, 즉 작은 공주였던 경정공주를 말한다. 즉 세종대왕의 둘째 누나다. 당시 경정공주가 남편이자 왕의 부마였던 조대림과 함께 지금의 웨스틴조선 서울호텔 자리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공로는 매우 중요한 도로다. 왜냐하면 서울시청에서 출발해서 남산3호 터널을 통해 용산구청과 반포대교, 고속버스터미널, 법원-검찰청 등을 갈 수 있는 최단 경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교통량이 몰리고 혼잡이 심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이미 7·80년대부터 제기된 것이라 소공로가 일찌감치 가변차로로 바뀐 것이다. 1981년에 소공로의 차로 폭을 줄여 5차선으로 만들고, 중앙의 1차선을 가변차로로 만들었다. 아침에는 도심 방향으로 3차선, 저녁에는 외곽 방향으로 3차선을 주어 교통 소통을 조금이라도 원활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소공로 가변차로, 언제쯤 폐지되나?
이렇게 하면 차량 통행은 힘들 수 있으나, 애초에 불필요하게 도심을 관통하는 통행은 줄이고 외부로 우회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한양도성 녹색교통지역까지 만들어서 도심 진입 차량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차보다 보행자를 우선하는 정책은 지자체가 당연히 선택해야 할 정책이다. ☞ [관련 기사] Q&A로 알아보는 녹색교통지역 차량 운행제한
현재 서울시에서는 본 사업 발주와 관련한 다양한 절차를 추진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공사기간은 내년까지라고 한다. 즉 빠르면 올해 말에 늦어도 내년 중에는 소공로 가변차로가 폐지되는 것이다.

즉 가변차로와 중앙버스전용차로 모두 도로 중앙에 설치해야 하는데, 과거 자가용이 차지하던 중앙의 가변차로 공간을 버스에게 내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한된 자원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써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 도로 중앙 공간이라는 중요 자원은 자가용이 아닌 버스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 맞다. 자가용보다 버스가 훨씬 공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공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지으려는 것은 아니다. 대신 도심 한복판이라는 점과 주변에 관광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행자 공간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보행이란 모든 교통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서 걷기 불편한 도시는 절대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없다. ☞ [관련 기사]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진화, 간선급행버스체계(BRT)시대가 온다!
이렇듯 생긴 지 44년 만에 퇴장을 앞두고 있는 소공로 가변차로제는, 자가용 승용차 중심에서 보행자 및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뀐 서울시 교통정책의 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본고에서 소개된 사업내용과 일정은 추후 변경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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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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