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이 텅~, 국내 최초 '무인 자율주행차' 상암동에서 운행 시작!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4.06.25. 15:21

수정일 2024.07.09. 10:32

조회 4,345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69) 기존 자율차 뛰어 넘은 4단계 자율주행차 운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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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에서 운행할 4단계 자율주행차 모습 ©국토교통부
상암동에서 운행할 4단계 자율주행차 모습 ©국토교통부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라면 단연 자율주행이다. 자동차의 운전은 상당한 피로를 불러일으키며, 운전 미숙과 주의력 감소 같은 인간 육체의 한계는 자동차 사고의 큰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같이 번거로운 운전을 기계가 대신해 준다면 안전하고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자동차 운전을 기계가 대신한다면, 사람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운전 말고 다른 일들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잠을 자거나 책을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운전을 할 수 없는 어린이나 노인들도 별도의 기사 없이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운전대 자체를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은 운전석 주변의 복잡한 장치들 때문에 차내의 공간 활용이 좋지 않다. 그런데 이 부분을 아예 없앤다면 지금보다 실내 공간을 훨씬 넓게 쓸 수 있다.
자율주행차량의 센서와 데이터 흐름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차량의 센서와 데이터 흐름도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처럼 자율주행기술은 그동안의 자동차 이용문화를 송두리째 바꿀 잠재력이 있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은 현재 수많은 국가와 기업에서 관심을 갖고 달려들고 있는 분야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서 정부기관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같은 지자체, 그리고 여러 기관과 회사들이 자율주행의 제도 개선과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자율주행에는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새싹기업)들의 참여도 활발하다는 점이다. 과거의 자동차는 생산을 위해서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였기에, 작은 회사들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존의 자동차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는 만큼 작은 업체들도 충분히 도전이 가능하다. 이는 라이다(LIDAR) 같은 고성능 센서나 5G와 같은 통신 기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크게 발달하였으며, 작은 업체들도 이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아졌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상암동은 자율주행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운영 중이다. ©서울관광재단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상암동은 자율주행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운영 중이다. ©서울관광재단

한편 지역의 교통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에서도 자율주행은 중요한 관심사이다. 교통은 지자체 공공업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 예산 45.7조 원 중에 교통 분야에 들어가는 예산만 5.3조원(11.7%)이다.

세계 어느 도시나 효율적이고 안전한 교통을 추구하고 있으며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자율주행이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26년 세계 TOP3 자율주행 선진 도시’라는 비전을 갖고 자율주행 관련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자율주행으로 가장 주목 받는 지역은 바로 상암동이다. 원래 난지도 쓰레기매립장 주변의 외곽 지역이던 상암동은 서울시가 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이름으로 전략개발하면서 첨단산업단지로 환골탈태했다. 현재 상암동에는 수많은 방송국들과 IT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기술과 수요가 이미 준비된 지역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상암동 자체가 북쪽의 경의선 철도, 남쪽의 한강, 서쪽의 향동천, 동쪽의 불광천으로 가로막힌 조금 폐쇄적인 지형으로 되어 있다 보니, 제한된 공간에서 자율주행을 실험해 보기에 최적의 공간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상암동을 서울시 자율주행기술의 테스트베드(Test Bed)로 삼고 적극적인 기술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기존의 자율주행차량은 안전을 위해 운전석에 운전을 안 해도 누군가는 꼭 앉아 있었다. ©서울시
기존의 자율주행차량은 안전을 위해 운전석에 운전을 안 해도 누군가는 꼭 앉아 있었다. ©서울시

한편 그동안 우리가 TV 같은 각종 매체를 통해 자율주행차량을 소개한 영상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은 ‘자율주행차라면서 왜 항상 운전석에 사람이 타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분명 자율주행차량이고 그 사람이 운전을 안 하는 것은 맞는데, 운전석에는 누군가가 꼭 앉아있었다. 이러면 그 사람이 그냥 운전을 하면 되지, 자율주행을 굳이 해야 하나 싶은 의구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자율주행은 운전석이 비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보아온 자율주행은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이 부분은 자율주행의 단계(level)로 설명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단계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율주행 단계 분류
자율주행
단계
명칭 내용
0단계 비자동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일반 차량
1단계 운전자
보조
방향, 속도제어, 차선이탈 방지, 긴급 제동장치, 크루즈컨트롤 등 특정 기능의 자동화가 진행된 단계. 운전자는 차의 속도와 방향을 항상 통제해야 함
2단계 부분
자동화
단편적인 자율주행 가능, 고속도로와 같이 정해진 조건에서 차량·차선 인식, 앞차와의 간격 유지 기능 등 자율주행 기능이 두 가지 이상 동시 작동 가능. 운전자는 항상 주변 상황을 주시해야 함
3단계 조건부
자동화
일정 구간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운전의 주도권이 운전자가 아닌 자동차에 있음. 도로환경, 교통상황, 장애물 위치 등을 자동차가 스스로 모니터링하며 운행하고 운전자는 돌발상황에 대비함
4단계 고도
자동화
자율주행의 조건을 갖춘 특정 도로에서 모든 안전제어가 가능. 그 외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주행에 개입해야 함
5단계 완전
자동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차 스스로 목적지까지 운행하고, 주차 등 차량 이동에 관한 모든 기능이 완전 자동화되어 운전자나 운전석이 없어도 되는 단계

쉽게 말해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국내 자율주행 기술시연 영상 속에서 운전석에 항상 운전자가 앉아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의 자율주행이 3단계였기 때문이다. 3단계에서는 돌발 상황 처리를 운전자가 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석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 중인 3단계 자율주행차들의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이들은 양산차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이 구입할 수는 없다. 참고로 현재 시중에서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최대 2단계까지이다. 외국에서는 올해부터 3단계 자율주행차 판매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운행 중인 3단계 자율주행차 현황
구분 상암동 일원 청계천 여의도(국회의사당) 시내버스(합정역-동대문)
주요 서비스 수요응답형 서비스 관광 및 단거리 셔틀버스 한강둔치 주차장 셔틀버스 심야버스
운행개시 2022년 2월 2022년 11월 2023년 7월 2023년 12월
운임 유료 무료 무료 무료
운행대수 승용 8대, 승합 1대 소형버스 3대 소형버스 2대 대형버스 2대

따라서 자율주행차의 최종 목표인 5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단 4단계로 올라가는 게 급선무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올해부터 4단계 자율주행자동차를 상암동에서 시범 운행시킬 계획이다. 실제 차량 운영은 기업이 맡아서 하며, 서울시는 시설 및 지원인프라 구축, 현장 지원, 평가 등의 업무를 맡는다.

우선 올해에는 제주도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 중인 라이드플럭스라는 스타트업이 현대자동차의 GV80 SUV차량을 이용하여 상암동 3.2km 구간에서 4단계 자율주행을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3단계가 아닌 4단계인 만큼 시험운전자는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 배치된다(초기에는 운전석 탑승).
상암동 4단계 자율주행 차량의 내부와 외부에 설치된 비상정지스위치 ©라이드플럭스
상암동 4단계 자율주행 차량의 내부와 외부에 설치된 비상정지스위치 ©라이드플럭스

조수석에 타고 있는 시험운전자는 비상정지 스위치를 지참하고 있어서, 비상시 차량을 강제로 정지시킬 수 있다. 운행성과가 좋으면 10월부터는 운전자를 아예 생략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비상정치 스위치를 실내에 탑승한 승객이 동작시킬 수 있으며, 차량 외부 표면에도 설치하여 차 바깥에 있는 행인이 동작시킬 수도 있다. 당연히 관제센터에서도 차량을 원격으로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절차는 현재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았으며, 운행은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운전석이 비어있는 자율주행이라고 하니 막연하게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비상자동제동이나 최고속도제한 같은 다양한 안전장치가 달려 있고, 이미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자율주행실험도시(K-City)에서 안전검증을 마쳤다고 하니, 기본적인 안전성은 확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경기 화성시 자율주행실험도시 'K-City'. 상암동 4단계 자율주행차량도 이곳에서 안점검증을 마쳤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 화성시 자율주행실험도시 'K-City'. 상암동 4단계 자율주행차량도 이곳에서 안점검증을 마쳤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밖에도 시험용 운행담보특약 자동차 보험 가입, 최고속도 50km/h 제한, 어린이 보호구역 운행 안 함, 7~10시 및 17~20시 출퇴근시간 운행 안 함 등 다양한 안전대책이 시행된다.

이밖에 4단계 자율주행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비상시에 자율주행차량이 스스로 안전한 위치를 찾아 정지하는 위험최소화 운행(MRM: Minimum Risk Maneuver)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율주행차량이 생각하기에 더 이상 안전한 운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 혹은 좌측이나 우측에 정차를 하거나, 가까운 갓길이나 안전지대에 주차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차량이 고장 나거나 주변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근처에 차량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량은 관제센터와의 통신이 핵심인 만큼 2초 이상 통신이 끊어질 경우 자동으로 위험최소화운행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운전석을 비운 채 운행 중인 4단계 자율주행 자동차 ©라이드플럭스
운전석을 비운 채 운행 중인 4단계 자율주행 자동차 ©라이드플럭스

이처럼 운전석에 운전자가 생략된 4단계 자율주행은 향후 운전석을 아예 없앨 수 있는 5단계 최종 자율주행까지 가기 위해 꼭 거쳐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국가와 지자체, 기업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이루어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캐나다 등에서도 무인 자율주행기술이 현재 활발하게 실증 진행 중이다. 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의 중요 산업이고, 지속적인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유인운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무인 자율주행은 우리나라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무작정 싫다고 내칠 일은 아니며, 안전대책을 충분히 세워서 추진해 나가는 게 진취적인 자세라는 것이다.
4단계 자율주행 자동차 상암동 운행코스, 회전교차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라이드플럭스
4단계 자율주행 자동차 상암동 운행코스, 회전교차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라이드플럭스

자동차 기술은 항상 발전하고 있으며, 가만히 있으면 뒤쳐질 뿐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 수준에 이른 것도 그동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해왔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상암동에서 추진하는 4단계 자율주행기술이 좋은 성과를 거두어 국내 자율주행기술의 새 장을 열어주기를 기대해본다. ☞ [관련 기사] 올해 새로 생기는 서울 신교통 수단은? 하늘·땅·물 달리는 '3종' 주목!

*본고에서 소개된 사업 내용은 향후 변경될 수 있음

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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