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버스전용차로의 진화, 간선급행버스체계(BRT)시대가 온다!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1.11.09. 14:05

수정일 2021.11.09. 11:14

조회 10,112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01) -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버스 서비스 어떻게 달라지나?
한우진 시민기자

지하철과 달리 버스는 지상에서 다른 교통과 함께 달린다. 그러다 보니 속도를 충분히 낼 수 없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도로의 한 차선을 버스만 달리게 해서 버스의 운행을 원활하게 하자는 발상이 생겨났다. 이를 버스전용차로제라고 한다.

처음에 버스전용차선은 가로변에 설치되었다. 버스정류장이 인도 쪽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36년 전인 1985년 10월에 한강로(4km)와 왕산로(1.1km)에 설치된 것이 최초다. 하지만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는 골목길에서 회전하는 차량, 조업주차 차량, 불법주차 차량, 승객을 내리고 태우는 택시 등으로 인해 그 한계가 뚜렷했다.

버스가 막힘없이 달리게 하려면 더 강화된 전용차로가 필요했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중앙버스전용차로이다. 가로변 전용차로제와 반대로, 끝차선이 아닌 1차선을 버스에게 배정하는 것이다. 이러면 버스를 탈 때 도로 중앙에 설치된 정류장으로 건너가야 하고, 교차로에서 좌회전이나 유턴도 어려워지는 등 주변에 주는 영향이 크다. 그래도 이를 감수하고 버스의 소통에 더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서울에 최초로 등장한 중앙버스전용차로는 1996년 천호대로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는 가로변 전용차로에 비해 버스의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탁월했다. 그래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버스 서비스를 개선하는 주요 수단으로 선택되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서울시가 2004년 대중교통 대개편을 시행하면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시에는 총 14개 노선의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 노선도ⓒ서울시
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 노선도ⓒ서울시

그러나 중앙버스전용차로만으로는 버스 서비스 개선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전용차로에서 빨리 달렸다고 해도, 교차로에서 신호등에 걸리면 그동안 절감한 시간을 모두 잃는 것이다. 또한 스크린도어가 완비된 지하철 승강장과 달리, 열기와 추위, 비바람에 취약한 길 한복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이에 따라 버스의 운행을 개선하고 승객 서비스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버스체계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BRT(비알티: Bus Rapid Transit)이다. 우리말로는 간선급행버스체계라고 한다.

중앙버스전용차로와 BRT는 동의어가 아니며, 중앙버스전용차로가 BRT의 한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다. BRT는 중앙버스전용차로에다가 편리한 환승시설, 교차로 우선처리 시스템, 전용 고급차량, 첨단 운영 및 관제시스템 등이 종합되어 구성된다.

다만 국내에 BRT 개념이 등장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정작 충분한 수준에 오른 BRT는 별로 없었다. 서울도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일부 정보시스템만 설치된 수준이고, 국내 최고의 BRT라는 세종시도 외국의 고급 BRT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다.

이렇게 당초의 장밋빛 청사진에 비해 실제 만들어진 BRT의 수준이 후퇴하는 현상을 'BRT Creep'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BRT가 신교통이라고 해도, 근본적으로는 버스이기 때문에 그만큼 차별화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현재 정부에서는 BRT를 활성화하고 고급화해 본격적인 도시 대중교통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여러 대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의 BRT 추진 노선 목록 ⓒ국토교통부
서울 및 수도권의 BRT 추진 노선 목록 ⓒ국토교통부

마침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전국에 55개 BRT노선을 구축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 종합계획('21~'30)을 발표하였으며, 지난 7월에는 2025년까지 수도권에 8개 BRT노선을 추진하는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BRT 개선 방향은 ‘친환경’과 ‘스마트’라고 할 수 있다. 우선 BRT에서 운행되는 차량에 전기버스나 수소버스 같은 친환경 차량을 투입한다. 물론 서울시에는 이미 전기버스와 수소버스가 달리고 있지만, BRT용 차량은 굴절버스와 같은 대용량 차량을 쓴다. 즉 대용량이면서 친환경 차량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친환경 대용량 수송이 가능한 전기굴절버스 ⓒ현대자동차
친환경 대용량 수송이 가능한 전기굴절버스 ⓒ현대자동차

또한 기존 중앙버스전용차로의 한계였던 교차로 신호대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선신호 시스템을 도입한다. BRT 버스가 교차로에 다가오면 빨간불을 초록불로 바꿔주거나, 기존 초록불을 연장해주는 것을 우선신호라고 한다. 이를 통해 BRT 차량은 교차로 신호대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밖에도 자율주행차 기술을 BRT에 적용하여 자율주행 BRT를 도입하고, 지하철 개집표기처럼 버스정류장에 들어갈 때 미리 요금을 내는 사전 지불, 정류장의 양쪽에서 상하행을 모두 탈 수 있는 섬식 승강장과 여기에 정차할 수 있는 양문형 버스를 도입하는 등 BRT의 첨단화도 추구한다. 정부에서는 이렇게 BRT의 수준이 높아지면 승객의 통행시간이 감소하고 정시성이 높아지는 등 버스의 서비스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uper-BRT의 구성 요소 ⓒ국토교통부
Super-BRT의 구성 요소 ⓒ국토교통부

정부에서 수도권에 추진하는 신규 BRT 노선으로는 성남-복정BRT나 계양-대장BRT 등이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들 BRT가 기존 서울시의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복정역에서 송파대로, 김포공항역에서 공항대로와 이어지는 식이다. 특히 이들 신규 BRT 노선은 정부에서 S(Super)-BRT라고 이름 붙이고, 시범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경기도와 인천에서 잘 달리던 BRT가 서울시 안에 들어와서 느려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오랫동안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추진해 왔음에도 서비스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는 않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굴절버스 같은 대형 차량이 아니라 작은 버스들을 여럿 운행시키다 보니 수송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정류장에서도 승객들이 자기가 탈 버스를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등 탑승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다수의 경기도 버스들이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들어와 있어서, 중앙차로의 용량이 초과되고 혼잡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도 버스들이 모여드는 거점에 환승센터를 설치하여 승객 취급을 분리해야 한다. 서울에서 환승센터 등을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서울역과 잠실역이고, 미흡한 곳이 강남역과 사당역이다.
수도권에 추진 중인 슈퍼 BRT 노선도 ⓒ국토교통부
수도권에 추진 중인 슈퍼 BRT 노선도 ⓒ국토교통부
수도권 BRT 노선도ⓒ국토교통부
수도권 BRT 노선도 ⓒ국토교통부

결론적으로 BRT사업을 통해 수도권 전체의 버스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서울시내에 설치된 초급 BRT(중앙버스전용차로)의 개선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내의 공간이 협소하고 지가가 높다 보니 고규격 BRT의 설치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류장이나 차량, 노선과 신호체계 등 도로 외의 측면에서도 아직 개선할 점은 많이 있다.

물론 서울시도 BRT에 대한 투자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9월에는 천호대로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끊긴 부분을 완전히 연결하였고, 현재는 성남-복정BRT와 연결되는 헌릉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만드는 등 서울의 중앙버스전용차로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향후 경기도와 인천에는 높은 수준의 BRT가 계속해서 늘어날 예정이다. 따라서 BRT가 수도권 전체를 아우르는 편리한 교통망이 되기 위해서는, 서울 시내의 BRT 수준도 이에 발맞추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이다. 전국적인 BRT 활성화와 고도화 붐에 맞추어 서울시도 기존 중앙버스전용차로 기반의 버스체계 개선에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도 해주기를 기대한다.

한우진 시민기자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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