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은 행복을 늦출 뿐! 중장년이라면 오세요~ 서대문50+센터로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12.29. 09:00

수정일 2024.01.02. 09:34

조회 390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2023년 활동공유회 ‘중장년 행복 100%, 말랑말랑 잇다’가 열렸다. ⓒ윤혜숙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2023년 활동공유회 ‘중장년 행복 100%, 말랑말랑 잇다’가 열렸다. ⓒ윤혜숙

2023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이다. 여느 때와 달리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가 많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도 지난 12월 15일 오후 2시부터 ‘중장년 행복 100%, 말랑말랑 잇다’라는 이름으로 올해의 활동공유회를 개최했다. 제목에서 보듯 중장년층이 그 주인공이다. 알다시피 서대문50플러스센터는 40대부터 5060 세대까지 새로운 일과 미래를 잇는 곳이기도 하다. 센터에서 만난 중장년층은 그 누구보다 활기차 보였다. 그 비결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 활동공유회 기념식에서 올해의 활동을 되돌아봤다. ©윤혜숙
서대문50플러스센터 활동공유회 기념식에서 올해의 활동을 되돌아봤다. ©윤혜숙

활동공유회 기념식에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 한 해 동안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문턱을 드나들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의 활동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 및 커뮤니티 활동 과정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기념식이 시작되기 전 로비에 진열된 전시물을 둘러봤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굵직한 활동의 성과를 알 수 있었다.
'50+ 사랑의 온도계'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
'50+ 사랑의 온도계'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

서대문50플러스센터는 '50+ 사랑의 온도계' 프로젝트를 통해 2021년부터 꾸준히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도 12월 15일 자정까지 중장년과 함께하는 '50+사랑의 온도계' 온라인 댓글 나눔 이벤트를 열었다. '50+사랑의 온도계'는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 댓글을 쓰면 사랑의 온도가 1℃씩 올라가는 것으로, 100℃를 달성하면 서대문50플러스센터가 (사)해피기버와 함께 서대문구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하는 회원 이벤트이다. 올해도 12월 15일 자정을 기준으로 111개의 댓글이 달려 목표로 정했던 100℃를 무난히 달성했다. 온라인상의 인신 공격성에 가까운 댓글이 넘쳐나는 요즘,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주는 댓글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100여 개의 댓글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중 하나를 옮겨왔다. 아이디 'rainvow7'님이 쓴 댓글이다.
사랑의 온도가 따끈따끈~
시골집 아랫목처럼 쩔쩔 끓었으면 좋겠네요.
올해 서대문50+에서 좋은 기운 많이 받았는데
어려운 이웃에게도 이 기운이 넘쳐 나길
이날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시니어 모델의 업사이클링 패션쇼 무대였다. ©윤혜숙
이날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시니어 모델의 업사이클링 패션쇼 무대였다. ©윤혜숙

이날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시니어 모델의 업사이클링 패션쇼'였다. 기념식장 앞에 레드카펫이 깔려 있던 게 패션쇼를 위해서였다. 전문 모델의 출연을 기대하면서 그들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재활용한 옷을 착용한 일행이 보였다. 사회자가 패션쇼의 시작을 알리자 한 사람씩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전문 모델처럼 자세를 취한 채 레드카펫 위를 당당하게 걷는 모습이 서툴지 않고 오히려 익숙해 보였다. 순간 센터 안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레드카펫으로 집중되었다.
두 명의 남자 모델들이 한복 조끼를 입고 나와서 고운 한복의 선과 색을 뽐냈다. ©윤혜숙
두 명의 남자 모델들이 한복 조끼를 입고 나와서 고운 한복의 선과 색을 뽐냈다. ©윤혜숙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리사이클 커뮤니티에서 손수 제작한 재활용 옷을 입었지만, 그 옷조차 그들로 인해 개성 있게 보였다. 특히 두 명의 남자 모델들은 한복 조끼를 입고 나와서 고운 한복의 선과 색을 뽐냈다. 센터에서 배출한 모델들이라고 한다. 센터에서 모델을 배출한 이유를 알아보니 '쇼호스트 아카데미' 수업 중 쇼호스트 양성 프로그램이 있었고, 거기에 모델 워킹 수업이 있어 그 수업을 받은 뒤 모델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이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시니어 모델로서 패션쇼 무대에 섰다. ©윤혜숙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시니어 모델로서 패션쇼 무대에 섰다. ©윤혜숙

기념식이 끝난 뒤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로 서는 패션쇼 무대였다"고 하는 배경록 씨(55세)를 만나봤다. 전업주부로 30년을 살아온 지금 그는 전문 모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내가 이 나이에 새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하지만 예전엔 몰랐는데 제 안에 잠재된 흥이 있더군요. 가정생활 못지않게 사회에서도 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예전보다 더 퇴화하는 인생을 살 거라는 생각이 들면 울적했어요. 그런데 여기 센터에 와서 저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여기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새삼 인생 공부를 하고 있고요." 그런 그의 표정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노년에 접어든 이병철(71세) 씨는 젊은 시절 한때 모델의 걷는 모습을 보면서 모델을 동경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모델을 하기엔 키가 작아서 단념했다. 그런 그가 현재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저처럼 키가 작은 사람도 모델을 할 수 있어서 늦은 나이에 제 꿈을 이루었답니다. 모델 수업을 받으면 반드시 자세를 교정하게 됩니다. 척추에 있는 중심 근육을 바로잡으면 허리까지 똑바로 잡아줘요. 그러다 보니 제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물론 모델이 되어서 여러 옷을 접하고 입어 보니 패션 감각도 생겨났고요.”. 노년에 비로소 자신의 꿈을 이뤄서 그럴까? 그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웠다.
'중장년 경력 부활_디지털 드로잉 과정'은 디지털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저장, 인쇄까지도 할 수 있다. ©윤혜숙
'중장년 경력 부활_디지털 드로잉 과정'은 디지털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저장, 인쇄까지도 할 수 있다. ©윤혜숙

패션쇼 외에도 '정연석 작가와 함께하는 펜 드로잉', '황경택 작가와 함께하는 에코 드로잉', '중장년 경력 부활_디지털 드로잉 과정'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수강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순자 씨(69세)는 디지털 드로잉 전시장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퇴직한 뒤 오랜 기간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지내왔어요. 그러다 센터에서 디지털 드로잉 과정을 배웠어요. 디지털 드로잉을 배운 뒤 지금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출시했어요.” 그는 자신이 만든 이모티콘을 보여줬다. "이왕 새롭게 뭔가를 시작할 바에야 그게 경제적인 수입도 올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며 "이젠 가족들에게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디지털 드로잉을 배운 뒤 이모티콘을 제작해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윤혜숙
디지털 드로잉을 배운 뒤 이모티콘을 제작해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윤혜숙

디지털 드로잉은 펜이나 붓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다.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다. 디지털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저장, 인쇄까지도 할 수 있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디지털 기기를 다룰 줄 알면 쉽게 작업할 수 있다.
'50+ 업사이클링을 위한 패션 디자이너' 과정을 통해 제작한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윤혜숙
'50+ 업사이클링을 위한 패션 디자이너' 과정을 통해 제작한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윤혜숙

서대문50플러스센터는 2023년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으로 '50+ 내;일(job & future)을 찾아주는 상담!', '50+ 업사이클링을 위한 패션 디자이너'를 운영했다. 그중 '50+ 업사이클링을 위한 패션 디자이너'에서 제작한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수강생들이 배워서 만든 제품이라고 하기엔 꼼꼼한 바느질 솜씨가 돋보였다.
‘다문화가정 한땀공방 체험’ 원데이 클래스에서 다문화 여성이 앉아서 테이블 매트를 제작하고 있다. ©윤혜숙
‘다문화가정 한땀공방 체험’ 원데이 클래스에서 다문화 여성이 앉아서 테이블 매트를 제작하고 있다. ©윤혜숙

‘다문화가정 한땀공방 체험’ 원데이 클래스가 열려 둘러볼 수 있었다. 재봉틀 앞에 다문화 여성들이 앉아서 테이블 매트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사 민경희(순환 패션 디자이너)는 "정규 프로그램이 워낙 인기가 많아서 후속 프로그램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인기가 많아 오늘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어요. 다문화 여성들이 손재주도 좋은 데다가 성실하세요. 오늘도 많은 분이 참여해서 연말 모임에서 테이블 세팅하는데 필요한 매트를 만들고 있어요.” 재봉틀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수강생에게 가까이에 있는 다른 수강생이 도와주는 모습을 보니 모두가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니들펠트로 키링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에서 수강생이 간단한 키링을 만들고 있다. ©윤혜숙
‘니들펠트로 키링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에서 수강생이 간단한 키링을 만들고 있다. ©윤혜숙

올해 '함께하는 학교' 강의 콘텐츠 공모를 통해 개설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함께하는 학교-힐링 니들펠트''함께하는 학교-패턴 아트_선으로 잇다'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니들펠트로 키링 만들기’와 ‘이음 패턴아트 손거울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가 열려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또한 홍제천생활환경실천단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홍제천 식물로 손수건 꾸미기’ 체험도 있었다. 강의실마다 빼곡하게 수강생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오늘의 체험을 계기로 내년 정규 프로그램 수강으로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서막 커뮤니티가 손수 빚은 막걸리를 비롯한 여러 술이 전시되어 있다. ©윤혜숙
서막 커뮤니티가 손수 빚은 막걸리를 비롯한 여러 술이 전시되어 있다. ©윤혜숙

부엌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곳에서 프로그램 '다시 봄, 막걸리를 만드는 시간'이 열리기도 했다. 입구에 ‘서막’이라는 이름을 내건 막걸리 커뮤니티에서 직접 빚은 막걸리가 뽀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가 특유의 맛을 내려면 숙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성숙해진 중장년의 모습과 흡사한 것 같다. 회원들이 건넨 막걸리 한 잔을 시음해 봤다.
'서로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 행사'도 열려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윤혜숙
'서로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 행사'도 열려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윤혜숙

기념식에 이어 공연, 체험, 상담, 전시에 이르기까지 올해의 활동을 결산하는 풍성한 행사가 열렸다. 프로그램이 다양했다. 센터에서 열렸던 모든 프로그램을 반나절의 행사로 다 담아낼 수 없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이곳 행사장에서 만나본 중장년층은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중년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센터를 알게 된 분들은 이구동성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이곳으로 오세요"라며 "그럼 여러분이 원하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중장년이 즐거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센터의 존재가 고맙다. 중장년의 나이에 이른 분들이라면 집 근처에 있는 센터를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뜻하지 않은 즐거움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

○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 484 유진상가 2층
○ 교통 : 지하철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에서 406m
○ 운영일시 : 월~금요일 09:00~21:00, 토요일 10:00~17:00(12:00~13:00 휴게시간)
○ 휴무 : 일요일
누리집
○ 문의 : 02-394-5060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