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끼니 거르지 마세요~ 1인가구 남성 요리교실에서 건강밥상 뚝딱!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09.13. 14:00

수정일 2023.11.08. 14:45

조회 3,411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 2층에 서대문50플러스센터가 있다. ⓒ윤혜숙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 2층에 서대문50플러스센터가 있다. ⓒ윤혜숙

50대 중반에 접어든 김덕호 씨는 9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가 기다려진다. 그는 집에서 가까운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요리 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남성인 그가 요리를 배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는 1인 가구로 매 끼니를 혼자 챙겨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요리를 배우는 게 처음은 아니다. 과거 어머니와 함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먹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주방에서 정식으로 요리를 배우는 거라 한껏 설레는 마음으로 서대문50플러스센터를 방문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1인 가구 남성 요리 교실 : 혼자 더 맛남’이 열리고 있다. ⓒ윤혜숙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1인 가구 남성 요리 교실 : 혼자 더 맛남’이 열리고 있다. ⓒ윤혜숙

서대문50플러스센터는 재단법인 한살림재단 및 한살림서서울생활협동조합과 업무 협약을 맺고 한살림과 함께하는 '1인 가구 남성 요리 교실 : 혼자 더 맛남'을 개설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가 한살림재단의 ‘2023 꿈자람 지원사업’ 생활 자립 멘토링 분야 공모에서 선정되었고, 해당 요리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중장년 1인 가구 남성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는 교육이다.

9월 5일부터 10월 31일까지 매주 화요일 서대문50플러스센터 ‘ㅎㅎㅎ부엌’에서 총 8회 열린다.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의 친환경 음식 재료를 사용한 통곡물 밥 짓기부터 양념 고추장, 제철 김치, 명절 음식 만들기까지 다채로운 요리 실습이 진행된다. 또한 참가자들이 숲길을 걸으며 소통하는 산책에 이어 나눔 도시락 만들기 활동도 열릴 예정이다.
50대 이상 1인 가구 남성들이 요리 강습에 앞서 총 8회차 차시별 계획을 듣고 있다. ⓒ윤혜숙
50대 이상 1인 가구 남성들이 요리 강습에 앞서 총 8회차 차시별 계획을 듣고 있다. ⓒ윤혜숙

9월 5일 오후 2시 첫 교육이 있던 날,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교육생을 대상으로 외로움 및 고립감 등의 상태를 검사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척도의 개발 및 타당성 연구’를 참고해서 만든 검사도구이다. 교육이 끝날 때 같은 검사를 다시 한다고 했다. 교육의 시작과 마지막, 두 번의 검사 결과로 교육생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이번 요리 교실에 참여한 교육생들은 요리도 배우지만, 또래의 1인 가구 남성들과 친밀해지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신미현 강사, 김정애 보조강사가 교육생에게 질문 카드를 나눠줬다. 질문 카드에 제시된 질문에 대답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내 인생에 기억에 나는 여행지'를 묻는 말에 한 교육생이 "탁구를 치고 있는데 탁구장에 갈 때마다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다니고 있어요"라고 대답하자 다른 교육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가장 자신 있는 요리가 무엇인지'를 묻는 말에 한 교육생이 “지금까지 제가 직접 요리했던 적이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두 개의 질문에 대답을 하며 교육생들 각자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교육생이 반찬통을 설거지하고 있다. ⓒ윤혜숙
앞치마를 두른 교육생이 반찬통을 설거지하고 있다. ⓒ윤혜숙

이어서 공유주방 ‘ㅎㅎㅎ부엌’으로 이동한 교육생들은 각자 앞치마와 반찬통을 받았다. 강사가 앞치마를 두르라고 하자 교육생들은 처음엔 머뭇거리더니 앞치마를 두르고 금세 주방에 적응을 한 것 같았다. 각자 반찬통을 설거지한 뒤 자리로 되돌아와서 강사의 말을 경청한다. 교육생들은 2인 1조가 되어서 실습을 진행했다. 
신미현 강사가 조리법대로 설명하면서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신미현 강사가 조리법대로 설명하면서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오늘의 주제는 ‘매일매일 밥’이다. 메뉴는 ‘뿌리채소영양솥밥’, ‘뽕잎나물된장국’, ‘꼬막부추무침’이다. 첫 시간인 만큼 한국인의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밥과 국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강사가 설명과 함께 시범을 보이면 교육생들이 따라 하면서 요리를 완성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먼저 밥 짓기부터 시작이다. 강사가 ‘뿌리채소영양솥밥’을 메뉴로 정한 이유를 알려줬다. “여러분 혼자서 밥을 지어서 먹다 보면 반찬이 부실할 수 있어요. 그런데 밥에 여러 부재료가 들어가면 밥 하나만으로도 영양이 갖춰질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재료는 쌀 2컵, 찹쌀 1컵, 고구마 50g, 우엉 40g, 단호박, 밤, 표고버섯, 은행, 물 3컵이다. 먼저 쌀과 찹쌀을 섞어서 물에 서너 번 씻은 뒤 물을 넣고 불린다. 그리고 나머지 재료들을 잘게 깍둑깍둑 썰어서 넓은 쟁반에 담아둔다.
오늘의 메뉴인 뿌리채소영양솥밥을 만들기 전 교육생이 밥물을 가늠하고 있다. ⓒ윤혜숙
오늘의 메뉴인 뿌리채소영양솥밥을 만들기 전 교육생이 밥물을 가늠하고 있다. ⓒ윤혜숙

이제 솥에 밥을 안칠 시간이다. 강사가 “여러분의 집에 전기밥솥이 있다면 물의 양을 눈금에 맞춰서 넣으면 됩니다. 지금은 밥솥에 안치니깐 이렇게 손등까지 닿을 만큼 물을 붓고 강한 불에 끓이세요”라고 당부한다. 생전에 요리했던 적이 없다는 남성도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곧잘 따라 한다. 물론 밥에 들어갈 부재료는 별도로 정해진 게 없다. 집안에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서 얼마든지 가감할 수 있다. 
교육생들이 각자 그릇에 덜어서 꼬막부추무침을 만들고 있다. ⓒ윤혜숙
교육생들이 각자 그릇에 덜어서 꼬막부추무침을 만들고 있다. ⓒ윤혜숙

밥이 끓고 있는 동안 반찬으로 먹을 ‘꼬막부추무침’을 만들기로 했다. 손질자숙새꼬막살 30g, 솔부추 50g, 양파 반 개가 준비되어 있다. 양념장이 필요한데 진간장 1큰술, 매실액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현미식초 1작은술, 참기름 1/2큰술이 있어야 한다.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손질새꼬막살을 해동한 후 물에 가볍게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완제품이어서 손질할 게 거의 없다. 그리고 솔부추를 살살 씻은 후 물기를 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다. 마지막으로 양파 반개를 얇게 채 썬다. 재료가 준비되면 넓적한 그릇에 손질새꼬막살, 솔부추, 양파를 담은 뒤 양념장을 넣어서 숟가락으로 살살 섞어 준다. 참기름이 들어가니 벌써 고소한 향이 주방 안을 감돈다.
뿌리채소영양솥밭을 만들기 위한 부재료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윤혜숙
뿌리채소영양솥밭을 만들기 위한 부재료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윤혜숙

교육생들이 꼬막부추무침을 만드는 동안 강한 불에 끓이고 있던 밥솥이 들썩거리면서 김이 나기 시작한다. 이때 뚜껑을 열지 않고 약한 불 상태로 5분간 뜸을 들이면 된다. 만약 누룽지를 만들 거라면 15분간 뜸을 들이면 된다고 했다. 뜸을 들이는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 알람을 맞춰놓았다. 

'뽕잎나물된장국'은 뽕잎 나물을 된장에 버무리는 것까지 해봤다. 교육생들이 뽕잎 나물을 다듬어 물에 씻은 후 물기를 뺐다. 그리고 표고버섯 및 양파를 가늘게 썰어뒀다. 준비된 재료를 그릇에 덜어서 된장을 넣고 손으로 주물럭거리면 끝난다. 된장에 버무린 뽕잎 나물은 된장국을 끓이지 않고 그대로 나물 반찬으로 먹어도 좋다.      
교육생들이 강사의 말을 경청하면서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고 있다. ⓒ윤혜숙
교육생들이 강사의 말을 경청하면서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고 있다. ⓒ윤혜숙

교육생들은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나물을 다듬고 무치면서 때론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다들 요리 교실에 참여하긴 했지만, 아직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주방 안이 한때 어수선했다. 하지만 센터의 직원과 보조강사가 돌아다니면서 교육생에게 부연 설명해줌으로써 어느덧 주방 안이 조용해지고 각자의 진도가 크게 차이나지 않고 엇비슷해졌다. 교육생들이 처음에 어색해 했던 것과 달리 다같이 요리하면서 서로 친밀해진 느낌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주방 안이 훈훈해졌다.
뿌리채소영양솥밥을 뜸들인 후 완성된 모습에 교육생들이 감탄하고 있다. ⓒ윤혜숙
뿌리채소영양솥밥을 뜸들인 후 완성된 모습에 교육생들이 감탄하고 있다. ⓒ윤혜숙

“설마 내가 요리를 할 수 있을까?”라면서 반신반의하던 한 교육생은 뜸을 들인 뒤 밥솥 뚜껑을 열자마자 여러 번 짧게 감탄의 소리를 연발한다. 밥을 만든 게 아니라 마술을 부린 것 같다는 반응이다. 뿌리채소영양솥밥이 완성된 모습을 보자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교육생 각자 반찬통에 뿌리채소영양솥밥, 꼬막부추무침을 덜어서 담았다. 뽕잎나물된장국은 뽕잎나물을 된장에 버무린 상태로 집에 가져가서 된장국을 만들면 된다.

강사가 밥과 국, 무침을 덜어서 교육생들에게 나눠줬다. 각자의 자리에서 맛있게 먹고 있다. 기자도 밥과 국을 덜어서 먹어봤다. 국이나 반찬 없이 밥 하나만으로도 한 끼가 충분할 만큼 맛났다. 영양밥이라고 할까! 
오늘의 메뉴인 밥과 국, 반찬을 덜어서 교육생들이 시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혜숙
오늘의 메뉴인 밥과 국, 반찬을 덜어서 교육생들이 시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혜숙

교육생 중 김덕호 씨와 좀더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덕호 씨는 퇴사한 뒤 지금 창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서울시에서 하는 창업, 신사업 계획 등의 교육을 받던 중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1인 가구 남성 요리 교실’ 공지를 접하게 되었다. 그는 이런 교육을 기다렸다면서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고 한다. 한식을 직접 만들어 볼 기회가 드물었는데 이번에 한식을 배워서 집에서도 요리해서 먹을 계획이란다. 또한 요리 교실에 참여하는 교육생들끼리도 요리를 배우면서 친숙해지는 시간도 될 것 같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교육생이 우엉을 다듬고 손질하는 모습이 서툴긴 하지만 곧잘 따라하고 있다. ⓒ윤혜숙
교육생이 우엉을 다듬고 손질하는 모습이 서툴긴 하지만 곧잘 따라하고 있다. ⓒ윤혜숙

김덕호 씨는 “저희 세대는 어릴 적부터 남성은 주방 근처에 얼씬하지 말라고 배웠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여성이 집안일을 하는 거라는 편견이 생겼어요. 그래서 주방에서 직접 요리해보는 경험 자체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요리 강습을 받은 그 요리를 조리법대로 집에서 연습하다 보면 요리 실력이 늘어나서 요리를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기겠죠”라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1인 가구 남성을 대상으로 한 요리 강습을 찾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이런 교육을 마련하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요리하다가 중간에 막히자 교육생이 조리법을 확인하고 있다. ⓒ윤혜숙
요리하다가 중간에 막히자 교육생이 조리법을 확인하고 있다. ⓒ윤혜숙

50대 이상 남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요리 교실은 출발부터 좋았다. 칼과 불을 다루는 주방이다. 여태 그곳을 드나든 적이 없는 남성이 요리하면서 다치기라도 할까 염려했지만 모든 교육생이 안전하게 요리 교실에 참여했다. 더구나 각자 만든 음식을 집에 가져가서 먹을 수 있다. 교육생들이 돌아가면서 오늘의 요리 교실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같이 하니깐 더 재미있고 맛있어요.”
“그동안 대충대충 해서 먹었어요. 여기서 꼼꼼하게 배우니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모든 걸 처음 해봤어요. 오늘처럼 앞으로도 많이 배우겠어요.”

짧게 소감을 말하는 교육생들의 표정이 밝고 환하다. 심지어 한 교육생이 “우와 두 끼 정도를 해결할 수 있겠네”라면서 기분 좋게 주방을 나가는 모습을 보니 기자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 내 공유주방 ㅎㅎㅎ부엌이 있다. ⓒ윤혜숙
서대문50플러스센터 내 공유주방 'ㅎㅎㅎ부엌'이 있다. ⓒ윤혜숙

앞으로 7회차가 더 남아 있다. 요리에 서툰 1인 가구 남성이 매주 요리를 배운다. 두 달이 지나 요리 교실이 끝날 즈음엔 어떨까? 아마도 그들이 요리 고수가 되어 있지 않을까! 첫날 교육생들의 모습에서 그런 기대감이 생긴다. 이런 게 서울시가 추구하는 약자와의 동행이 아닐까! 교육생의 바람대로 이런 요리 교실이 늘어나 1인 가구 남성의 건강한 식생활 증진에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비단 서대문구뿐만 아니라 전 자치구로 확산된다면 1인 가구 남성의 끼니 걱정을 덜어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

○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 484 유진상가 2층
○ 교통 : 홍제역 1번 출구에서 406m
○ 운영일시 : 월~금요일 09:00~21:00, 토요일 10:00~17:00(12:00~13:00 휴게시간)
○ 정기휴무 : 매주 일요일
누리집
○ 문의 : 02-394-5060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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