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준공영제 대개편, 달라지는 서울시내버스에 바란다!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4.10.29. 14:31
특히 2004년 서울버스개편은 노선 개편, 준공영제 시행, 중앙버스전용차로 확대, 지하철-버스간 통합요금제 시행, 신교통카드 도입 등 획기적인 내용들이 많아, 우리나라 대중교통 역사상 가장 중요한 개편이었다고 평가받는다. 서울시가 시행한 이 정책은 전국 지자체들에 퍼져나갔으며, 따라서 서울시가 우리나라 버스 개편의 기준점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버스 개편이 실시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갓난아기가 성인이 될 정도의 시간이 지난 셈인데, 이에 따라 서울시는 버스 개편 20주년을 맞이하여 기존 서울 시내버스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서울시내버스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준공영제란 서울시가 노선을 정하는 권리를 갖는 대신 버스 업체에 재정 지원을 해주고, 버스 업체는 지원을 받는 대신 서울시가 정한 노선대로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왜 민간 업체인 버스회사에 지원을 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 수가 있는데, 이는 버스노선의 특수한 성질 때문이다. 과거 판례에 따르면 시내버스 노선은 버스회사의 사유재산으로 취급(대법원 1992년 4월 28일 선고 / 91누13526판결) 받는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노선이 누군가의 재산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법이 그렇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지자체가 버스 노선을 시민 중심으로 설계하기가 어려우며, 버스회사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노선이 만들어지기 쉽다. 돈이 안 되는 곳은 버스 노선도 안 생긴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시내버스를 직영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서울시가 64개 버스회사의 노선권과 자산 등을 일시에 모두 매입해야 하며, 그 비용은 2~3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영제와 공영제의 중간인 준공영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혁신안은 공공성 부분이다. 버스노선이 버스회사의 재산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버스회사 사장들이 자기 버스회사를 사모(私募)펀드에 파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미 64개 버스회사 중 6개 회사가 이런 식으로 팔려나갔다.
회사명 (인수시기) |
한국비알티 (‘19.12) |
동아운수 (‘20.12) |
도원교통 (‘21.12) |
신길교통 (‘21.12) |
선진운수 (‘22.7) |
선일교통 (‘22.8) |
인가대수 | 180대 | 208대 | 166대 | 117대 | 291대 | 65대 |
자산운용사 |
차파트너스 (1호) |
차파트너스 (3호) |
차파트너스 (4호) |
차파트너스 (4호) |
그리니치PE 칼리스타캐피탈 차파트너스 |
차파트너스 (4호) |
투자 종료시점 |
2024.12 |
2026.12 |
2026.12 |
2026.12 |
이렇게 버스회사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이익이 발생하고, 그 이익이 서울시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은 버스의 공공성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각종 제도 개선을 통해 불건전 외국계 자본의 진입을 제한하고, 과다한 배당과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제한하며, 알짜 자산을 팔아버린 후 버스회사를 빨리 되파는 것을 막는 등 구조를 개선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버스회사가 사고 팔리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애초에 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버스노선은 2004년 대개편 후, 20년간 조금씩 추가적으로 바뀌어 왔다. 하지만 도시구조가 계속 달라지는 것에 비해서는 그 변화 정도가 크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20년간 지하철이나 경전철 노선들이 새로 많이 생겼지만 획기적인 버스노선 변화는 없었던 점,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으로 인구의 거주 및 지역 구조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땜질식으로 대응해온 점, 서울의 인구는 줄고 경기도의 인구는 늘어나면서 광역교통구조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데도 서울시내버스 노선은 임기응변적으로만 대응해온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층 버스, 자율주행버스,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 Demand Responsive Transit) 등 신개념 교통수단을 투입하여 복잡다양해지는 버스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 [관련 기사] 서울 시내버스에도 2층 버스 도입하면 어떨까?
특히 중요한 것은 중복 및 장거리 노선들을 효율화 한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장거리 노선들은 버스 운영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서울 끝에서 끝까지 운행하는 노선은 한번 왕복에 5시간이 걸리기도 하는데, 이 정도면 운전기사의 신체가 걱정될 수준이다.
이밖에도 장거리 노선들은 승객 입장에서도 불편한 경우가 많다. 노선을 좀 짧게 하면 환승 불편이 생길 수는 있으나, 그 대신 장점도 생긴다. 버스노선을 단거리화 할 때 예상되는 효과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이 경우에는 노선을 쪼개서 지역별로 수요에 맞게 운행하면 된다. 버스가 부족한 지역은 자주 운행하고 버스가 남는 지역은 덜 운행하는 것이다. 그래도 전체 차량대수와 운행횟수는 동일하므로 운영비용은 동일하다. 이렇게 노선이 단거리화되면 수요와 공급의 일치가 가능해지므로 버스가 부족한 지역의 혼잡도가 개선된다.
원래 버스가 차고지에서 출발할 때는 일정한 간격으로 출발하는데, 운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 그러나 버스의 운행거리가 짧아지면, 버스끼리의 간격이 흐트러지기 전에 차고지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개선되는 것이다. 즉 버스의 정시성(punctuality)이 높아진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고속버스가 왜 서울의 25개 각 구(區)에서 따로따로 출발하지 않고, 서초구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운영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승객 입장에서도 배차 시간이 길어진 고속버스를 사는 구에서 타는 것보다,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더 자주 다니는 고속버스를 타는 게 낫기 때문이다. ☞ [관련 기사] 장거리 버스, 노선을 단축해야 하는 이유
첫째는 모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버스 개편 토론방을 만드는 것이다.
시내버스 노선은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선이 바뀌고 나면 항상 불만이 크다.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노선 개편 특성상 서울시는 버스회사들이나 시의원 같은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서울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열린 토론방을 만들고, 버스노선에 대한 시민들 간 치열한 토론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 아울러 여기서 벌어진 토론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버스 개편 추진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길 바란다. 시민들의 의견이 모이면 서울시나 용역기관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올 것이다.
시민들은 온라인 토론방에서 기존 노선, 개편 예정 노선, 새로 도입을 추진하는 노선 등 모든 노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결국 원하는 노선이 만들어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참여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좋다. 아울러 건설적인 토론을 위하여 버스노선에 대한 사실 정보(운행현황, 이용승객 통계자료 등)를 토론방에 함께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은 우리나라의 수도권을 구성하고 있으며, 양쪽을 오가는 승객도 무척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만 단독으로 노선 개편을 하는 것은 그 효과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서울시만 먼저 했다고 해도, 경기도 노선이 안 바뀌면 문제가 여전히 남고, 나중에 또다시 개편을 하느라 누더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다른 지자체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효율적인 노선을 한 번에 완성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동행버스를 운행하며 ‘서울시로 출근하는 승객들도 서울시민’이라는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동행버스 같은 특별한 버스를 운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버스개편에 대해서도 이 같은 철학을 녹여내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 ☞ [관련 기사] 신개념 버스 '서울동행버스' 운행 시작! 기존 버스와 무엇이 다를까?
일반적으로 서울대중교통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예: 외국인)은 버스보다 지하철이 편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지하철에는 노선도가 있어서 노선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는 개별 노선도만 있을 뿐 버스 노선간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노선도가 없다.
이 때문에 버스노선들의 이해는 매우 파편화되어 있으며, 버스 노선간의 관계를 통해 서울시 대중교통 전체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과거 버스노선 개편을 해온 지방도시들에서는 버스노선 여러 개를 한꺼번에 그린 버스노선도를 제작하여 시민들이 변경된 버스노선들과 그 관계를 쉽게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노선도가 있으면 버스노선간 환승이 편리해진다. 필자는 이를 '네트워크 노선도'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이번 개편에서 2층 버스를 투입 예정인 주요 간선버스들만 그린 노선도, 주요 거점지역을 중심에 놓고 주변 대수요처 지역들을 연결하는 노선들을 정리한 노선도,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관광지들을 지나가는 노선들만 그린 노선도 등 다양한 노선도를 제작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서울시의 올빼미버스(심야버스)만을 모아서 그린 노선도가 이미 제작된 상태인데, 이것이야말로 훌륭한 네트워크 노선도다. 버스개편시기에 이런 노선도를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 ☞ [관련 기사] 대중교통 안내책자 만들자
이런 점에서 서울시내버스 개편 20년을 맞이하여 서울시가 발표한 혁신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뜻을 알차게 모아, 더욱 편리하고 지속가능한 서울 버스교통망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기사 작성자 프로필
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