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기버스의 시작은 '낚싯대'였다? 남산 전기버스에 숨은 기술 이야기

곽재식 교수

발행일 2026.08.19. 15:37

수정일 2026.08.19. 15:38

조회 88

AI 요약 AI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요약정보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AI가 본문 내용을 기반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AI가 요약한 내용으로 다소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본문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은 2010년 12월 남산 노선에 세계 최초 수준의 대형 전기버스를 정규 투입했고, 이 전기버스에는 낚싯대와 안전헬멧 사업으로 성장한 조용준 사장의 복합소재 기술이 활용됐다. 지금은 중국이 전기버스 보급에 앞서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전기버스 기술이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곽재식 교수의 서울 속 숨은 과학 찾기
한국은 대중교통 문화가 발달한 편이다. 대중교통수송분담률은 OECD 14개 국가 중 1위다.
한국은 대중교통 문화가 발달한 편이다. 대중교통수송분담률은 OECD 14개 국가 중 1위다.
  61화    전기 버스의 미래가 된 전설의 낚싯대

한국은 대중교통 문화가 발달한 편인 나라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 역시 거기에 어울릴 만큼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진 도시다. 2023년 기준으로 집계한 OECD의 ‘대중교통수송분담률’을 보면 한국은 37.6%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13일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자료인데 여기에 나와 있는 OECD 14개 국가 중에서 한국은 단연 1위를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대중교통 선진국이라고 평가받는 독일, 프랑스 같은 나라만 하더라도 이 수치는 16% 정도라서 한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노르웨이나 호주 같은 나라는 흔히 들 자연을 사랑하는 문화를 자랑하는 곳이라고 하지만 교통 문제를 따져 보자면 사람들이 너무 띄엄띄엄 떨어져 살고 있는지라 대중교통이 발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나라들의 대중교통수송분담률은 10% 전후밖에 되지 않는다. 교통만 생각한다면 한국은 그 이상으로 환경을 사랑하는 나라다.

한국 대중교통의 한 축은 버스다. 그러므로 서울의 버스에 관한 기술도 세계에서는 분명 상위권에 속한다. 단적으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서울 시내에서 세계 최초로 대형 전기 버스를 정규 노선에 상용으로 투입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과 16년 전, 전기차가 낯설었던 시절

지금이야 전기차가 자동차의 미래라는 말이 워낙 많이 퍼져 있다. 그러나 2010년만 해도 전기차를 다들 지금에 비해서는 낯설게 생각했다. 그때는 전기 배터리의 용량에 한계가 있어서 전기차는 멀리 가기에 불편하고 또 충전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려서 단점이 상당하다는 평이 흔했다. 그렇기에 전기차를 실용적으로 쓰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지금보다는 훨씬 강했다. 

그런데 불편하다고 전기차를 실제로 쓰는 일을 해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그만큼 전기차를 만들어 보고 유지 보수해 보는 경험이 쌓이지 않는다. 그러면 기술이 발전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그런 식이라면 영영 전기차를 개선하기가 어렵다. 전기차가 실용화되는 날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그때 돌파구로 주목받았던 것이 바로 노선 버스였다. 도시를 돌아다니는 버스는 장거리 운행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배터리 용량이 그렇게 크지 않아도 된다. 또 노선 버스는 종점까지 운행을 하면 항상 휴식 시간을 갖기 마련이다. 버스 종점 근처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그때그때 충전하기가 아주 좋다.

여기에 더해 버스는 공공기관 정책이 관여하는 차량이고 버스만 담당하는 사람들이 다루는 것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노선 버스는 아무한테나 파는 차도 아니고 별별 사람들이 제멋대로 몰고 다니는 차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버스는 먼저 도입해서 세심히 관찰하면서 차근차근 운영해 나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버스는 초창기에 발전 단계에 있던 전기차 기술을 먼저 적용해 보고 개선해 나가기에 딱 좋은 품목이었다.

무엇보다도 전기차는 운행 중에 전혀 매연을 내뿜지 않는다. 도시의 대기 오염 문제를 줄이고 깨끗한 공기를 되찾기 위해서라면 공공 부문에서는 그것만으로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

개인이 자기 자신을 위해 구입하는 차라면 굳이 도시 전체의 공기 오염을 줄인다는 목표를 위해 더 비싼 차를 사라고 강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민 모두의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공공 부문의 일이라면 전기차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그것은 가치 있는 투자이다. 전기 버스를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기술을 한국 과학기술인들이 먼저 익히게 된다면 그 역시 보람 찬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노선 버스는 종점 근처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그때그때 충전하기가 좋다.
노선 버스는 종점 근처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그때그때 충전하기가 좋다.

전기 버스, 남산을 오르내리다

그래서 2010년 12월, 서울에서는 남산을 오르내리는 노선에 전기 버스를 투입했다. 당시에는 그 전기 버스들이 ‘세계 최초’라는 말도 언론에서 자주 이야기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야, 어떤 차량을 어떻게 운영한 것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세계 최초냐 하는 데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외국에서는 다른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전기 버스 운행이라는 것이 무슨 올림픽 기록 같은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그때 세계적으로 앞서 있던 시기에 서울에서 전기 버스를 실용화했다고는 말해 볼 수 있다. 나도 환경안전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다 보니 그때 괜히 전기 버스를 체험해 보려고 남산에 가서 그 버스를 타 본 기억이 있다.

이미 그해 가을에 서울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 때 전기 버스를 셔틀버스 형태로 투입해서 무리 없이 운행했던 적도 있었다. 그 역시 세계에 한국의 앞선 전기차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 전기 버스는 어떻게 성공을 거두었을까? 하나 재미있게 이야기해 볼 만한 사연으로는 조용준 사장이라는 사람의 삶에 대해서 살펴볼 만하다.

병원의 아르바이트생, 화학에 눈뜨다

6.25, 한국전쟁 이후 어려운 상황에서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20대의 조용준은 어느 병원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지만 그는 열심히 일을 했고 병원의 약을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온갖 약품에 대해 익히고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가 나중에 다시 학교를 다녀서 약사가 되거나 의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다. 전기 버스와 연결될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그는 병원에서 우연히 휴지로 사용하고 있던 책의 찢어진 페이지 뭉치들을 보게 되었다. 광복이 된 지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절이라 일본어로 된 책이 이곳저곳에 많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그런 책들을 그냥 찢어서 휴지로 쓰는 곳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마침 조용준의 눈에 들어온 페이지에는 화학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젊은 조용준은 그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이후, 그는 여러 가지 물질의 성질, 다양한 약품으로 할 수 있는 일들, 화학에 관한 온갖 지식에 대한 책들을 여기저기에서 구해 읽으며 과학의 세계가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에 푹 빠졌다.

30대가 되어 그는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갖고 석회석을 가공하는 일을 하는 가게를 차렸다. 그러나 여느 창업자들이 첫 사업에 겪는 일처럼 그의 첫 사업도 망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병원 아르바이트를 다시 하겠다고 돌아갔다. 

그런데 그때 낚시가 취미였던 병원장이 비싼 낚싯대를 사는 모습을 보았다. 별것도 아닌 작대기 하나, 낚싯대의 가격이 그 시절 조용준이 보기에는 엄청나게 높아 보였다. 그리고 조용준은 바로 저런 것을 만들어 팔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좋은 낚싯대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재질로 낚싯대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해 보겠다는 구상을 키워 나갔다. 화학에 대해 갖고 있었던 그의 관심과 열정도 그 생각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의 사업이 성공으로 연결되었다.
남산에서 운행되었던 전기버스. 지붕 모양이 땅콩 모양을 닮았다.
남산에서 운행되었던 전기버스. 지붕 모양이 땅콩 모양을 닮았다.

가볍고 튼튼한 복합소재

낚싯대를 비롯해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하는 재료는 지금도 그렇지만 흔히 복합소재로 만든다. 이런 분야에서 복합소재란 플라스틱 성분에 다른 성분을 섞어서 더 튼튼하게 만든 것을 말한다.

보통 업계에서는 유리를 실 같이 가느다란 모양으로 만든 유리섬유라고 부르는 물질이나 탄소섬유 등을 플라스틱 계통의 재료에 섞어 만드는 것을 복합재료라고 부를 때가 많다.

섬유를 영어로 파이버(fiber)라고 하고 일본식으로는 ‘화이바(ファイバー)’라고 읽는데, 안전 헬멧을 속어로 ‘화이바’ 또는 ‘하이바’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유리섬유 같은 재료를 사용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안전 헬멧은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흔히 복합소재로 만든다.

조용준 사장은 복합소재에 대한 지식으로 자신만의 낚싯대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성공시켰다. 안전 헬멧을 만드는 사업도 벌였다. 1970년대가 되면서 그는 낚싯대나 안전 헬멧의 원재료인 복합소재 자체를 연구하고 개발해 만드는 일로도 사업을 넓혔다. 이어서 1980년대를 거치면서 그는 만만치 않은 규모와 경험을 갖춘 복합소재 전문 기업을 일구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가 낚싯대를 보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성공해 보겠다는 꿈을 품은 지 40년이 지난 2000년대 후반이 되자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대가 찾아왔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워낙에 많은 무게를 차지하는 제품이기에 다른 부품을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전기가 안 통하는 재질을 사용하면 좋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복합소재를 사용해서 자동차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용준 사장의 회사에서도 이것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러한 인연으로 낚싯대와 안전 헬멧에서 출발한 조용준 사장의 회사에서 개발한 자동차는 자연스럽게 전기차를 만드는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2010년에 처음으로 서울을 달린 전기 버스를 만드는 일에서도 그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버스는 지붕 모양이 땅콩 겉껍질 비슷한 우아한 곡선으로 되어 있어서 ‘땅콩 버스’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플라스틱 재료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다양한 모양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이라는 말 자체가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물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그 버스의 특이한 모습이 바로 곡선으로 가공하기에 좋은 플라스틱 복합소재의 특징을 한껏 자랑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1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복잡한 자동차 업계의 사정 때문에 조용준 사장의 자동차 사업은 다른 회사로 넘어가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회사는 건재해서, 지금도 가볍고 튼튼하면 좋은 부품들, 예를 들면 누리호 우주 로켓의 페어링 소재 같은 것들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복합소재로 가볍고 튼튼한 부품들을 만든다. 누리호 발사 장면.
복합소재로 가볍고 튼튼한 부품들을 만든다. 누리호 발사 장면.

한국 전기 버스, 재도약을 기대하며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세계 최초를 이야기할 만큼 빠르게 시작했던 한국의 전기 버스 사업이 지금은 중국 같은 강력한 경쟁 국가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과거로부터 전자 제품과 배터리를 잘 만들어 온 중국은 전기차가 중국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10여 년 전은 세계 어느 나라든 전기차에 경험이 많지 않던 시대였다. 중국 업체들도 같이 처음 시작하는 처지였으니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 중국은 정말 맹렬하게 전기차 사업에 도전했다. 

2010년에 서울 남산에서 전기 버스 9대를 처음 운영한 것은 한국이 빨랐다고 할 수 있겠지만, 2017년 즈음이 되자 중국 광저우의 선전 같은 도시에서는 1만 5,000대나 되는 모든 버스들을 전부 전기차로 바꿔버릴 정도로 치고 나갔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한국 전기 버스의 희망은 살아 있고 아직도 세계 전체에서 보면 한국은 전기차와 전기 버스를 잘 만드는 나라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가고 있는 중국을 한국 사람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잘 살펴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그러니 중국에서 배울 것을 재빨리 배워 가면서 더욱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기 위해서 힘을 모은다면, 또다시 한국에 기회가 오지 않을까? 휴지로 버려지던 화학책 페이지를 보면서 미래를 상상하던 옛 창업자들의 꿈을 생각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응원하고 싶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