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버스, 노선을 단축해야 하는 이유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7.10.17. 09:30

수정일 2020.12.28. 16:54

조회 5,726


새문안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news1

새문안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95) 장거리 버스 노선 단축의 기대효과

지난 10월 12일 서울시는 장거리 버스노선인 703, 706, 760번 등 노선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버스 노선이 단축되면 갈 수 있는 곳이 줄어들므로 불편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서울시는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 서울시의 장거리 노선 개편계획


노선번호 운행 현황
현재 조정
703 파주 문산~연세대~구파발역~서울역 파주 문산~연세대~구파발역~불광역
706 파주 교하/운정신도시~구파발역~서울역 파주 교하/운정신도시~구파발역~불광역
760 파주 금촌~DMC~홍대입구~영등포역 775번(금촌~구파발역), 761번(진관차고지~영등포역) 으로 분할

일단 기본적으로 서울시는 장거리 운행에 따른 버스운전사 피로를 줄이고 법에서 규정된 운전사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 버스 졸음운전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휴게시간 보장은 교통안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장거리 운행은 단순한 피로를 넘어서 운전사가 용변을 보기 어려운 경우도 생기는 등 인권문제까지 야기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운행거리 단축은 운전사 근무여건을 개선하여 버스 안전성 개선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실 버스기사 장거리 운행이 큰 문제라면 노선 중간에 승무사무소를 마련하여 운전사를 교대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지하철은 이렇게 한다. 사실 장거리 버스노선 개선은 안전 강화뿐만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여러 효과가 있다. 이는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을 해야 할 서울시 버스체계에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장거리 버스노선 조정 사례. 10월 말, 종점을 서울역에서 불광역으로 변경하고 노선번호를 703번에서 774번으로 변경한다 ⓒ서울시

장거리 버스노선 조정 사례. 10월 말, 종점을 서울역에서 불광역으로 변경하고 노선번호를 703번에서 774번으로 변경한다


버스노선 단축, 정시성 개선과 회전율 향상 가져와

버스 노선은 한 대의 차량이 다니는 게 아니라, 여러 대 노선이 한꺼번에 운행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배차시간이 생긴다. 배차시간은 앞차와 뒤차 시간 간격을 말한다. 버스 차고지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차량을 내보내는데, 문제는 버스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간격이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특히 도심부에서 운행할 때는 교차로에서 정차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규칙적이지가 않다보니 앞차는 정차를 하는데 뒤차는 교차로를 통과할 수가 있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결국 노선 상에서 버스가 몇 대끼리 모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버스를 기다리다보면 버스가 갑자기 여러 대 몰려오다가 이것이 끝나고 나면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래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긴다. 또한 승객도 이렇게 모인 버스들 중 앞쪽 버스에 집중되고, 뒤쪽 버스는 한산해지는 상황이 된다.

이는 버스 운영측면에서도 문제인데, 동일한 수송력을 공급하면서도 앞쪽 버스에 집중된 승객은 정상보다 높은 혼잡도를 겪어야 하고, 뒤쪽 버스는 상대적으로 한산해지면서 수송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버스 차량 한 대라도 더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상황에서 이는 큰 문제다.


버스 간격 및 차내 혼잡도를 알리는 버스 정류장 정보안내 단말기 ⓒnews1

버스 간격 및 차내 혼잡도를 알리는 버스 정류장 정보안내 단말기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버스기사들이 앞뒤 버스 간격을 차내 단말기로 확인할 수 있는 BMS(버스관리시스템)을 운영한다. 기사가 앞뒤 간격을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여 운행하라는 것이다. 승객들도 이렇게 모여 있는 버스들 중 덜 혼잡한 버스를 골라 탈 수 있도록 단말기나 스마트폰 등 BIS(버스정보시스템)상에 버스 차내 혼잡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되고 있다. 버스가 도심에서 운행하는 특성상 버스끼리 모이는 현상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바로 버스노선 자체를 단축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차고지에서 출발한 일정한 간격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다시 차고지로 돌아올 수 있다. 즉 버스운행 정시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승객들도 버스 차량에 고르게 분산되어 체감혼잡도가 줄어든다.

이밖에도 노선 단축은 여러 효과가 있다. 노선이 단축되면 그만큼 차량도 덜 필요해진다. 만약 노선을 단축시키고 차량수를 유지할 경우 배차시간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노선을 단축시키며 배차시간을 유지하면 남는 차량으로 새로운 노선 개발이 가능해진다. 또는 그 차량을 다른 혼잡노선에 보내 혼잡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노선 단축의 불편을 줄이려면…

물론 노선 단축에 따른 우려도 많다. 우선 갈 수 없는 구간이 생긴다는 걱정이다. 그래서 노선 단축은 대체 구간이 있는 경우에 신중하게 실시한다. 실제로 이번에 단축되는 703번이나 706번은 시내 도심 구간이 단축되지만, 지하철 3호선이나 471, 701번 등을 대신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대체노선이 있더라도 환승은 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빅데이터 조사결과 기점부터 종점까지 가는 사람이 없어서 노선을 나눈다지만, 버스노선을 중간에서 조금씩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760번처럼 노선이 중간에서 쪼개지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개편을 할 때는 환승편의를 개선하고 환승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가던 길을 이어서 갈 수 있는 버스를 차내에서 안내하고,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간 거리를 단축시키며, 아예 환승센터를 만드는 것도 좋다. 또한 대체로 지하철보다 버스의 막차시간이 늦으므로, 심야에는 지하철이 버스 대체 역할을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심야의 추가 대책도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환승 때문에 요금을 더 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서울시 버스 요금 특수성에 기인한다. 원래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은 기본요금으로 10km를 이동 후, 5km 이동 시마다 100원이 추가되는 구조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서울버스는 한 번만 탈 경우 추가요금 없이 기본요금만 내면 된다.

따라서 예전에는 장거리를 기본요금으로 잘 다녔는데, 노선이 짧아지면서 억지로 환승까지 해야 하는데다 요금까지 오르게 되었다는 불만이다.

물론 이해는 되지만 사실 장거리를 기본요금으로 가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경기도 버스는 이용한 거리대로 요금을 받고 있다. 갈아타더라도 더 효율적인 경로가 있는데도 요금이 낮다는 이유로 장거리 굴곡 노선 승객 선호가 계속되면 서울시 대중교통망 왜곡이 일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비정상의 정상화 측면에서 서울시도 버스 1회 탑승 기본요금제도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제2차 서울대중교통계획)


출근길 승객이 몰리는 혼잡구간에서 출근시간에만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다람쥐버스ⓒnews1

출근길 승객이 몰리는 혼잡구간에서 출근시간에만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다람쥐버스


철도 중심 교통시대엔 새로운 버스정책 필요해

장거리 노선 단축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운영효율 개선효과가 있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환승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도시교통에서는 장거리 수송은 지하철이 맡고 단거리 수송은 버스가 맡아 서로간 환승을 활성화해야 최대 효율이 생긴다. 이 때문에 불필요하게 긴 버스노선 단축은 서울교통정책의 방향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법정계획인 대중교통계획을 통해 장대 노선들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내에 경전철을 비롯한 도시철도들과 신규 광역철도들이 조밀해지고 있다 보니, 장거리 버스노선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지하철역을 연계하는 단거리 버스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대신 기존 장거리 버스는 심야버스나 다람쥐버스, 도심순환버스 등 틈새 수요를 노리는 식으로 발전해나갈 전망이다. 또는 아예 장거리 노선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서 서울시내에 도시고속도로를 달리는 서울형 급행버스 도입도 고려되고 있다.

한때 시내버스는 서울 주된 교통수단이었지만, 철도 중심 교통망 구축이 지속됨에 따라 철도를 보완하는 역할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더구나 저성장 시대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대중교통의 운영효율화도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철도와 중복이 심한 장거리 버스노선들은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며, 노선 개편을 통해 틈새수요를 발굴하고 서울버스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버스 노선 개편에는 이 같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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