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숨은 힐링 공간 '경희궁'에서 역사의 시간을 거닐다

시민기자 최은영

발행일 2024.06.19. 09:05

수정일 2024.06.19. 18:09

조회 816

궁궐과 전통 가옥, 고층 빌딩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은 매력적인 도시이다. 도심 한가운데에 궁궐이 있어 멋진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매력을 놓치지 않고자 외국인들은 서울의 주요 궁궐들을 많이 방문하고 있다.
조선시대 서궐로 불렸던 경희궁은 광화문과 서대문 중간인 새문안로에 위치하고 있다. ©최은영
조선시대 서궐로 불렸던 경희궁은 광화문과 서대문 중간인 새문안로에 위치하고 있다. ©최은영

외국인이나 내국인 모두 사랑하는 다섯 궁궐로는 ▴창덕궁 ▴창경궁 ▴경복궁 ▴덕수궁 ▴경희궁이 있다. 그 중 경희궁은 광화문과 서대문 중간인 새문안로 45에 위치해 있다. 궁궐에 들어가면 조용히 산책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곳이 많다. 혼자서 와도 좋고 친구나 연인들과 둘러보기에도 좋아 소개하고자 한다
궁중 공식 행사가 이루어진 숭정전에서 현재 많은 시민들이 궁궐 해설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최은영
궁중 공식 행사가 이루어진 숭정전에서 현재 많은 시민들이 궁궐 해설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최은영

경희궁 이야기

경희궁(慶熙宮)은 광해군 때인 1617년에 짓기 시작하여 1620년에 완성했다. 경희궁은 새문안 대궐 또는 서쪽의 궁궐이라 해서 ‘서궐(西闕)’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동궐(東闕)이라고 불렀던 것과 대비된다.

그 후 왕족의 사저로 쓰이다가 광해군 8년(1616)에 이 새문안 대궐 자리에 왕기(王氣)가 있어 이를 눌러 없애기 위해 별궁을 짓고 경덕궁이라 했다.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은 축출됐고, 영조 36년(1760)에는 궁의 이름을 ‘경희궁’이라 개칭했다.
아름다운 고궁을 보며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경희궁  ©최은영
아름다운 고궁을 보며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경희궁 ©최은영

경희궁은 대지의 형세를 반영한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광해군이 새 궁궐을 빨리 짓기 위해 대지의 경계를 정하고 공사를 시작해 땅의 모양이 동서로 길다. 건물도 외전과 내전이 좌우로 배치됐다. 경희궁의 전경(全景)을 그린 그림 ‘서궐도안’에서 볼 수 있는 전각과 문은 약 190여 개이며, 정문인 흥화문은 남향이 아니라 종로와 마주 보는 동쪽을 향하고 있다.

순조 29년(1829)에 화재로 대부분이 소실되어 1831년에 중건했다. 경희궁은 일제강점기에 경성중학교(지금의 서울고등학교)가 들어서면서 건물 대부분이 헐렸고, 흥화문이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박문사로 옮겨지기도 했으며 면적도 절반 정도 줄어들어 궁궐의 모습과 위상을 잃었다.
태령전 뒤편에 있는 서암 ©최은영
태령전 뒤편에 있는 서암 ©최은영

1987년 서울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한 뒤 공원도 만들었다. 공원 내에는 산책길도 조성돼 있고,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이 제자리에 옮겨졌다. 정전인 숭정전의 복원 작업은 1994년에 완료됐다.
경희궁 정문인 흥화문 ©최은영
경희궁 정문인 흥화문 ©최은영

홍화문(興化門)

경희궁의 정문으로, 단층 기와집에 단층 구조를 이루고 있다. 원래 현재의 구세군회관 자리에서 동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제가 이토 히로부미를 위한 사당인 박문사 정문으로 사용하려고 떼어간 것을 1988년 경희궁 복원 사업을 하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경희궁 승정전의 정문 승정문 ©최은영
경희궁 승정전의 정문 승정문 ©최은영

숭정전(崇政殿)

경희궁의 정전(正殿)으로 경희궁 창건 당시에 건립됐다. 국왕이 신하들과 조회하거나 궁중 연회 등 공식 행사가 이루어졌다. 경종, 정조, 헌종 세 임금의 즉위식이 이곳에서 거행됐다. 숭정전 내부 당가에는 용상을 설치했고, 곡병과 일월오봉병을 두었다. 현 위치의 숭정전은 복원한 건물이고, 원래 숭정전은 동국대학교 정각원 (正覺院)으로 쓰이고 있다
국왕이 신하들과 회의하거나 경연을 여는 등 공무를 수행하던 자정전 ©최은영
국왕이 신하들과 회의하거나 경연을 여는 등 공무를 수행하던 자정전 ©최은영

자정전(資政殿)

경희궁의 편전(便殿)으로, 국왕이 신하들과 회의하거나 경연을 여는 등 공무를 수행하던 곳이다. 숙종이 승하했을 때는 빈전(殯殿)으로 사용되었고, 선왕의 어진(御眞)이나 위패를 임시로 보관하기도 했다. 1908~1910년 경희궁의 전각들이 훼손될 때 헐렸다가, 해방 후 경희궁지 발굴을 통해 복원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전각인 태령전 ©최은영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전각인 태령전 ©최은영

태령전(泰寧殿)과 서암

태령전은 본래 특별한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 건물이다. 1744년 영조 어진이 완성되자 태령전을 중수하여 그곳에 보관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경희궁 전각 중 하나였다. 일제가 매각한 것을 해방 후 복원했다.
상서로운 기운이 서린 바위라는 뜻의 서암(瑞巖) ©최은영
상서로운 기운이 서린 바위라는 뜻의 서암(瑞巖) ©최은영

태령전 뒤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큰 바위가 있는데, ‘서암(瑞巖)’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원래 왕의 기운이 서려 있다고 해서 왕암(王巖)이라고 불렸고, 이 때문에 광해군이 이곳에 경희궁을 지었다는 설도 있다. 현재 이름인 서암은 숙종이 상서로운 기운이 서린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왕암을 서암으로 고쳤다고 한다
지난 6월 14일 경희궁에서 뮤지컬 갈라쇼 <잃어버린 정원>이 열렸다. ©최은영
지난 6월 14일 경희궁에서 뮤지컬 갈라쇼 <잃어버린 정원>이 열렸다. ©최은영

지난 6월 14일에는 경희궁에서 뮤지컬 갈라쇼 <잃어버린 정원>이 열렸다. 종로구와 서울시는 문화유산이 예술, 관광 등과 협력하여 활기찬 에너지를 생성해 서울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
경희궁에서 열린 뮤지컬 갈라쇼 <잃어버린 정원>의 한 장면 ©최은영
경희궁에서 열린 뮤지컬 갈라쇼 <잃어버린 정원>의 한 장면 ©최은영

최정원, 차지연, 민영기, 황건하 등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이 <시카고>, <맘마미아>, <벤허>, <위키드> 등의 넘버들을 들려주었다. 많은 시민들은 멋진 공연에 환호했고 초여름 밤의 무더위를 식히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의 궁궐이 멋진 무대가 되어 아름다운 공연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감동했다.
경희궁 주변의 숲속 산책길 ©최은영
경희궁 주변의 숲속 산책길 ©최은영

평소에 도심 속 건물 생활이 답답하여 머리도 식히고 산책도 하며, 역사 공부를 하고 싶은 분들은 경희궁에 와볼 것을 추천한다. 다른 궁궐들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산책할 수 있고, 곳곳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와 벤치들이 잘 갖춰져 있다.
숲속 산책길에서 바라다본 경희궁 ©최은영
숲속 산책길에서 바라다본 경희궁 ©최은영

궁궐 주변에는 숲속 산책길이 있는데, 나무들이 많아 햇빛을 잘 가려주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길이 험하지 않고 완만해서 남녀노소가 걷기에 좋다. 산책도 하고 경희궁의 역사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 오후에 무료 해설 프로그램이 있으니 참여해 봐도 좋겠다.

경희궁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45
○ 교통 :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640m
○ 운영시간 : 화~일요일 09:00~18:0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법정공휴일
○ 해설 안내
- 금요일 14:00, 15:00, 토요일 13:00, 14:00, 15:00(한국의재발견 우리궁궐지킴이, 02-723-4206, ☞신청 바로가기)
- 일요일 13:00, 14:00, 15:00(우리문화숨결 궁궐길라잡이, 02-735-5733, ☞신청 바로가기)
○ 입장료 : 무료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
○ 문의 : 02-724-0274

시민기자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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