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벗어났습니다'…텃새가 된 철새를 아시나요?
곽재식 교수
발행일 2025.01.08. 14:20
곽재식 교수의 ‘서울 속 숨은 과학 찾기’ (23) 방황하는 새들의 경고
호랑지빠귀
나무가 우는 소리를 냈다? 오싹한 전설의 진실은…
우리나라의 옛 역사 기록을 보면 나라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이상하게도 귀신이나 신령이 나타나 소리를 쳤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보인다. 예를 들어 《삼국사기》 28권을 보면, 백제가 멸망하기 1년 전인 서기 659년 음력 9월에 궁전 안에 있는 나무가 우는 소리를 냈고 밤에 귀신이 궁전 남쪽 도로에서 곡을 했다는 오싹한 기록이 실려 있다. 《삼국사기》 22권을 보면, 비슷한 시기인 654년 음력 4월에 고구려에서도 마령이라는 곳에 신령스러운 사람이 나타나 고구려가 망한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도대체 이런 괴상한 이야기가 왜 역사책에 실려 있을까?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참고한 자료는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신라의 기록을 참고한 내용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신라 입장에서 신라가 멸망시킨 백제, 고구려 두 나라가 ‘망할 만해서 망했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나라 망할 징조를 드러내는 이야기들을 역사에 끼워 넣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자면, 《삼국사기》는 비교적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쓴 책이다. 그런 만큼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누군가가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를 실어 놓았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실제로 나무가 사람처럼 엉엉 우는 소리를 내거나 귀신이 나타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 백제와 고구려가 망할 무렵에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뜬소문이나 헛소문 중에 적당한 것을 뽑아서 실어 놓은 것이 지금 《삼국사기》에 남아 있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런 이상한 소문이 왜 그 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일까? 나는 중학생이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백제가 멸망하던 때 ‘나무가 울었다’는 기록을 처음 읽었다. 그래서 몇 년 동안이나 도대체 그 이야기를 어떻게 말이 되도록 풀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도대체 이런 괴상한 이야기가 왜 역사책에 실려 있을까?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참고한 자료는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신라의 기록을 참고한 내용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신라 입장에서 신라가 멸망시킨 백제, 고구려 두 나라가 ‘망할 만해서 망했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나라 망할 징조를 드러내는 이야기들을 역사에 끼워 넣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자면, 《삼국사기》는 비교적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쓴 책이다. 그런 만큼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누군가가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를 실어 놓았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실제로 나무가 사람처럼 엉엉 우는 소리를 내거나 귀신이 나타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 백제와 고구려가 망할 무렵에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뜬소문이나 헛소문 중에 적당한 것을 뽑아서 실어 놓은 것이 지금 《삼국사기》에 남아 있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런 이상한 소문이 왜 그 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일까? 나는 중학생이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백제가 멸망하던 때 ‘나무가 울었다’는 기록을 처음 읽었다. 그래서 몇 년 동안이나 도대체 그 이야기를 어떻게 말이 되도록 풀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는 중학생이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백제가 멸망하던 때
‘나무가 울었다’는 기록을 처음 읽었다.
우연한 기회에 백제가 멸망하던 때
‘나무가 울었다’는 기록을 처음 읽었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의 돌파구를 얻은 것은 한참 세월이 흐른 2010년대가 되어서였다. 나는 그 무렵 전혀 다른 이유로 한국의 여러 가지 괴물 이야기를 조사하다가 ‘귀신새’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한때 전국 각지에 유행하던 귀신 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결혼을 앞둔 총각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이후 그 한 때문에 으슥한 밤길에 그 귀신이 서려 있다가 문득 자기 신부감이었던 여성을 닮은 사람이 그 앞을 지나가면 귀신이 형체도 없이 자신을 봐 달라고 휘파람 부는 소리만 낸다는 따위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정체로 밝혀진 것이 바로 호랑지빠귀라는 새였다. 호랑지빠귀는 꼭 사람이 휘파람 부는 소리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는데, 그래서 이 새가 나무에서 소리를 내면 꼭 사람이 휘파람 소리를 내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으슥한 곳에서 이 소리만 들으면 분명히 사람이 휘파람 소리를 냈는데, 사람은 안 보이니까 귀신이 휘파람을 불었다는 상상까지 이어질 만하다. 그 탓에 호랑지빠귀는 귀신새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조선 시대 기록을 보면, 무서운 장소에 대한 이야기 중에 귀신이 휘파람을 부는 곳이 있다는 내용이 종종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의 세조 부분 기록 첫머리를 보면 수양대군과 그 형제들이 귀신의 휘파람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을 정도다. 나는 이런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많은 옛사람들이 새소리를 사람의 휘파람 소리, 귀신이 내는 소리로 착각했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백제가 멸망할 무렵 나무가 울었다는 이야기나 귀신이 곡을 했다는 이야기는 언뜻 사람 우는 소리로 착각할 수 있을 만한 특이한 새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 사이에 그에 관한 이야기가 소문으로 과장되어 퍼져나간 것 아닐까?
그런데 이 이야기의 정체로 밝혀진 것이 바로 호랑지빠귀라는 새였다. 호랑지빠귀는 꼭 사람이 휘파람 부는 소리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는데, 그래서 이 새가 나무에서 소리를 내면 꼭 사람이 휘파람 소리를 내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으슥한 곳에서 이 소리만 들으면 분명히 사람이 휘파람 소리를 냈는데, 사람은 안 보이니까 귀신이 휘파람을 불었다는 상상까지 이어질 만하다. 그 탓에 호랑지빠귀는 귀신새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조선 시대 기록을 보면, 무서운 장소에 대한 이야기 중에 귀신이 휘파람을 부는 곳이 있다는 내용이 종종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의 세조 부분 기록 첫머리를 보면 수양대군과 그 형제들이 귀신의 휘파람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을 정도다. 나는 이런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많은 옛사람들이 새소리를 사람의 휘파람 소리, 귀신이 내는 소리로 착각했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백제가 멸망할 무렵 나무가 울었다는 이야기나 귀신이 곡을 했다는 이야기는 언뜻 사람 우는 소리로 착각할 수 있을 만한 특이한 새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 사이에 그에 관한 이야기가 소문으로 과장되어 퍼져나간 것 아닐까?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올빼미나 부엉이 울음소리는 어째 사람 우는 소리와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공포 영화의 음향 효과로도 무척 자주 쓰인다. 고구려의 마령에서 나타난 신령이 고구려가 망한다고 이야기했다는 기록도 혹시, “망-”과 비슷하게 들리는 소리를 내는 어떤 새소리였던 것은 아닐까? 《고려사절요》 1389년 기록을 보면, 올빼미가 고려의 종묘에서 울었다는 사건을 고려가 멸망할 징조였다면서 아예 대놓고 주장하는 내용도 실려 있다.
기상 이변, 철새의 이동 경로를 바꾸다
이런 전설 같은 기록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진지하게 짚어 볼 만한 내용들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가 위기에 휩싸이고 큰 혼란을 겪을 때는 보통 기상 이변이 같이 일어날 때가 많다. 특히 농업에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던 옛 시대에 홍수나 가뭄이 들면 온 나라가 큰 혼란에 휩싸이곤 했다. 이럴 때 다른 나라가 공격해 오면 그 나라는 멸망에 치닫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기상의 급변이 일어나면 흔히 같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 바로 생태계의 큰 변화다. 사람이 농사가 잘되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변했다면, 야생동물이 먹을 수 있는 열매, 나뭇잎, 곤충 등도 크게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사는 철새의 행동 변화도 발생한다. 다시 말해, 평소에 특정한 계절이 되면 떠나가야 할 철새가 떠나가지 않는다거나, 과거라면 오지 않았을 특이한 새가 나타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낯선 새들이 보여주는 특이한 행태 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한 일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백제나 고구려 사람들이 그전까지는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이상한 새소리를 밤에 듣고, 그것을 귀신의 울음소리 내지는 나무가 우는 소리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천 년이 넘게 지난 지금, 그때 백제와 고구려에서 들렸던 이상한 소리가 정말 기상 이변으로 나타난 특이한 철새 때문이었는지 어땠는지, 입증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지금 2025년, 현재의 우리는 최근의 기후변화 때문에 철새의 움직임이 이상하게 변화해 가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상 이변, 철새의 이동 경로를 바꾸다
이런 전설 같은 기록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진지하게 짚어 볼 만한 내용들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가 위기에 휩싸이고 큰 혼란을 겪을 때는 보통 기상 이변이 같이 일어날 때가 많다. 특히 농업에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던 옛 시대에 홍수나 가뭄이 들면 온 나라가 큰 혼란에 휩싸이곤 했다. 이럴 때 다른 나라가 공격해 오면 그 나라는 멸망에 치닫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기상의 급변이 일어나면 흔히 같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 바로 생태계의 큰 변화다. 사람이 농사가 잘되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변했다면, 야생동물이 먹을 수 있는 열매, 나뭇잎, 곤충 등도 크게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사는 철새의 행동 변화도 발생한다. 다시 말해, 평소에 특정한 계절이 되면 떠나가야 할 철새가 떠나가지 않는다거나, 과거라면 오지 않았을 특이한 새가 나타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낯선 새들이 보여주는 특이한 행태 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한 일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백제나 고구려 사람들이 그전까지는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이상한 새소리를 밤에 듣고, 그것을 귀신의 울음소리 내지는 나무가 우는 소리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천 년이 넘게 지난 지금, 그때 백제와 고구려에서 들렸던 이상한 소리가 정말 기상 이변으로 나타난 특이한 철새 때문이었는지 어땠는지, 입증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지금 2025년, 현재의 우리는 최근의 기후변화 때문에 철새의 움직임이 이상하게 변화해 가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중랑천 일대에 떼로 나타난 원앙
서울에서는 철새의 먹잇감이 풍부한 한강 변과 하천 근처를 중심으로 다양한 철새들이 목격된다. 왜가리나 민물가마우지 같은 새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강 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인 밤섬은 나무들이 잘 우거져 있어서 새가 살기 좋은 환경이면서 사람의 접근은 차단되어 있기에 많은 철새들이 찾는 곳으로 특히 유명하다. 밤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여의도의 빌딩 거리가 있는데, 나는 그 빌딩 고층의 창가 사무실에서 가끔 여유 있을 때 밤섬의 새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중랑천 일대에는 사랑을 상징하는 원앙이 떼로 발견되어 매년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이 기후변화에 따라 습성이 변화하며 여러 가지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후투티 같은 독특한 외모를 가진 새들은 원래 더운 지방에서 많이 발견되는 새였지만 지금은 서울, 경기 지역에도 더 자주 나타나고 있고, 물꿩, 잿빛쇠찌르레기 같은 아열대성 동물의 국내 출현도 많아지는 추세다. 낯선 새들이 점차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왜가리 같은 경우에는 원래 여름 철새로 여름에 한반도에 머무르다가 겨울이면 더운 지방으로 떠나가야 하는데, 근래에는 겨울도 버틸 만하다고 느끼는지 그냥 한국에 눌러앉아 사는 일들이 많다. 소위 말하는 철새의 텃새화 현상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이 기후변화에 따라 습성이 변화하며 여러 가지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후투티 같은 독특한 외모를 가진 새들은 원래 더운 지방에서 많이 발견되는 새였지만 지금은 서울, 경기 지역에도 더 자주 나타나고 있고, 물꿩, 잿빛쇠찌르레기 같은 아열대성 동물의 국내 출현도 많아지는 추세다. 낯선 새들이 점차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왜가리 같은 경우에는 원래 여름 철새로 여름에 한반도에 머무르다가 겨울이면 더운 지방으로 떠나가야 하는데, 근래에는 겨울도 버틸 만하다고 느끼는지 그냥 한국에 눌러앉아 사는 일들이 많다. 소위 말하는 철새의 텃새화 현상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청계천 찾은 왜가리. 왜가리는 원래 여름 철새지만, 근래에는 겨울까지 한국에 머물기도 한다.
철새의 텃새화와 생태계 피해, 그리고 우리의 자세
근래에 가장 악명 높은 텃새화는 민물가마우지가 보여주는 현상이다. 민물가마우지는 겨울 철새로 원래 겨울에만 머물다가 봄이 되면 떠나야 한다. 그런데 습성이 바뀌어 요즘은 일 년 내내 한국에 머무는 무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몇몇 지역에서는 민물가마우지가 지나치게 많아졌다. 서울의 상황은 그런대로 아직은 괜찮아 보이지만, 강원도 지역에서 1999년에 269마리가 확인된 민물가마우지가 2022년에는 3만 마리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급변했다.
그러다 보니, 그 많은 숫자의 새들에 적응하지 못한 근처의 생태계를 민물가마우지들이 황폐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양식장에서 기르는 물고기들을 민물가마우지들이 엄청나게 먹어 치워버리면서 인근 주민들 피해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민물가마우지 떼가 양식장을 한 번 덮치면 4일, 5일 사이에 2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잡아먹히는 피해도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일들은 기후변화 문제가 이미 굉장히 넓은 범위에서 우리 곁에서 해를 끼치고 있는 아주 구체적인 사례다. 하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새들이 옮기는 조류독감의 피해도 잊을 만하면 자주 언급된다. 2023년에는 서울대 최창용 교수 연구진이 인천에서 발견된 철새인 촉새의 몸에서 사람에게 무척 위험한 SFTS 바이러스를 품은 진드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니 기후변화에 따른 철새의 습성 변화는 감염병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그 외에도 새들의 여러 움직임 변화가 어떤 분야에서 무슨 피해를 끼칠 지 더 넓은 분야에 걸쳐 살펴 볼 필요도 있다.
근래에 가장 악명 높은 텃새화는 민물가마우지가 보여주는 현상이다. 민물가마우지는 겨울 철새로 원래 겨울에만 머물다가 봄이 되면 떠나야 한다. 그런데 습성이 바뀌어 요즘은 일 년 내내 한국에 머무는 무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몇몇 지역에서는 민물가마우지가 지나치게 많아졌다. 서울의 상황은 그런대로 아직은 괜찮아 보이지만, 강원도 지역에서 1999년에 269마리가 확인된 민물가마우지가 2022년에는 3만 마리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급변했다.
그러다 보니, 그 많은 숫자의 새들에 적응하지 못한 근처의 생태계를 민물가마우지들이 황폐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양식장에서 기르는 물고기들을 민물가마우지들이 엄청나게 먹어 치워버리면서 인근 주민들 피해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민물가마우지 떼가 양식장을 한 번 덮치면 4일, 5일 사이에 2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잡아먹히는 피해도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일들은 기후변화 문제가 이미 굉장히 넓은 범위에서 우리 곁에서 해를 끼치고 있는 아주 구체적인 사례다. 하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새들이 옮기는 조류독감의 피해도 잊을 만하면 자주 언급된다. 2023년에는 서울대 최창용 교수 연구진이 인천에서 발견된 철새인 촉새의 몸에서 사람에게 무척 위험한 SFTS 바이러스를 품은 진드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니 기후변화에 따른 철새의 습성 변화는 감염병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그 외에도 새들의 여러 움직임 변화가 어떤 분야에서 무슨 피해를 끼칠 지 더 넓은 분야에 걸쳐 살펴 볼 필요도 있다.
이런 여러 문제들은 몇 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지적하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새를 연구하는 학자라고 하면, 속세의 현실 문제와는 관계없이 TV 다큐멘터리 영상 촬영하는 일 비슷한 고고한 순수 과학으로 여기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 시대에 새들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식물에 관한 연구는 이제 국민들의 생활과 매우 가까운 문제가 되었다. 그런 만큼 이러한 방면의 과학 연구에 대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이제 기후변화 문제를 두고 지구 멸망이나 인류 종말 같은 말만 하면서 크고 막연한 문제로 여기고 한탄만 할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가 일어나는지 과학적으로 파악해 나가고 실제 당장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데 좀 더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다. 그것이 백제나 고구려 사람들과는 다르게 과학의 힘을 갖고 있는 우리가 현대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나는 이제 기후변화 문제를 두고 지구 멸망이나 인류 종말 같은 말만 하면서 크고 막연한 문제로 여기고 한탄만 할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가 일어나는지 과학적으로 파악해 나가고 실제 당장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데 좀 더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다. 그것이 백제나 고구려 사람들과는 다르게 과학의 힘을 갖고 있는 우리가 현대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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