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모르고 지나쳤다고요? 눈여겨봐야 할 서울역사박물관 '이곳'
발행일 2024.02.01. 10:40
“시전행랑은 조선시대 상가 점포를 말한다. 광화문사거리에서 종로5가에 이르는 도로변 좌우에 2,000여 칸 넘게 조성되었다. 종로 일대 시전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공급하는 대신 특정 물품에 대한 전매 특권을 가졌다. 그중 비단, 명주, 종이, 어물, 모시, 무명을 파는 점포가 가장 번성하였는데, 이를 육의전(六矣廛)이라 한다.”
이는 서울역사박물관 야외 전시장에서 만난 시전행랑 유구 이야기다.
이는 서울역사박물관 야외 전시장에서 만난 시전행랑 유구 이야기다.
서울역사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있는 종로 시전행랑 유구 ©최용수
서울시민이 즐겨 찾는 명소 중 하나는 1980년에 개관한 서울역사박물관이다. 내국인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외국인 관람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도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보여주는 세계 유일의 도시 역사 박물관이기 때문 아닐까.
서울역사박물관은 실내는 물론 야외 전시장도 또 하나의 역사박물관이다. ©최용수
서울역사박물관은 대지 면적 6,445㎡, 연면적 1만 1,117㎡, 지상 8층 규모의 건물로서 친환경 건축물 인증 최우수 등급을 취득했다. 4개의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수장고, 옥상정원 등을 갖추고 있으며, 서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기 위해 내·외국 방문객들이 서울의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그때 그 서울'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최용수
그런데 관람객 대부분은 실내 전시장만 둘러보고 박물관을 떠난다. 실내에 전시하기 어려운 귀중한 역사 유물들은 모두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수도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서울역사박물관 관람의 또 다른 백미는 야외 전시장이 아닌가 싶어 소개하고자 한다.
광화문 원형 복원으로 해체되었던 주요 부재를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으로 이관하여 전시하고 있다. ©최용수
① 도깨비 얼굴을 새긴 '경희궁 금천교'
구세군회관에서 서울역사박물관 입구로 향하면 경희궁 금천교를 지난다. 경희궁은 조선 후기 왕들의 이궁(離宮, 임시 거처)이다. 궁궐의 정문과 중문 사이에 인공 개천(금천)이 있었는데, 그 개천 위에 놓은 돌다리가 바로 금천교다. 교각은 두 개의 무지개 아치(홍예)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 도깨비 얼굴을 새겨 바깥의 나쁜 기운이 궁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일제강점기 경성중학교를 세우면서 땅속에 묻혔던 석조물을 2001년에 복원했다. 600여 년 전 금천교 모습 그대로를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서울역사박물관 향하면 경희궁 금천교를 건너게 된다(복원된 금천교 모습). ©최용수
② 바닥분수로 환생한 '수선전도(首善全圖)'
금천교를 건너면 서울역사박물관 중앙광장 바닥에 색다른 지도가 그려져 있다. 조선시대 김정호가 제작한 서울의 옛 지형도인 ‘수선전도(首善全圖)’ 조형물을 바닥분수로 연출해 시민들의 눈길을 끈다. 북쪽의 도봉산에서 한강에 이르는 도성의 궁궐, 관청, 행정구역, 도로망, 하계망 등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매년 5~9월 운영되는 분수의 물길은 수선전도의 하계망을 형상화했다. 아이에게 수선전도를 꼼꼼히 설명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여기서 ‘수선(首善)'이란 서울을 뜻하는 말이다.
야외 전시장 수선전도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를 찾고 있는 가족들을 볼 수 있다. ©최용수
③ 일제 상징 조선총독부 청사 & 광화문 철거 부재
수선전도를 지나면 오른편에 조선총독부 건축 부재인 장식 기둥과 주두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다.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일제 청산과 민족 정기 회복 차원에서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되었다. 조선총독부 청사는 1916~1926년 일제가 경복궁의 홍례문과 그 좌우 행각 등을 허문 자리에 세운 일제의 상징이었다. 광복 후에는 미군정 청사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1982년까지는 정부중앙청사(중앙청)로 사용되었다가 1986년 8월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였다. 지붕 모서리에 놓이는 추녀와 부채살 모양 선자연 등 다양한 철거 부재들을 통해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다.
야외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콘크리트 광화문 철거 부재 ©최용수
④ 어정뜰 궁궐 우물 & 오층석탑
서울역사박물관 후정은 어정뜰(King's well courtyard)이라 부른다. 이곳에는 경희궁에서 사용했던 우물(어정)이 있다. 어정은 경희궁 창건(광해군 15) 당시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지름이 약 1.3m 규모다. 우물 주변으로 방사 형태의 돌을 깔아 만든 배수로가 있다. 현재의 모습은 발굴된 석재를 활용하여 복원한 것이다.
경희궁에서 사용하던 복원된 어정(우물) ©최용수
어정과 떨어진 곳에 오층석탑이 하나 서 있다. 층수가 늘어나고 옥개석의 받침 수가 줄어든 형태는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수평을 이루는 옥개석의 처마는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높이 2.91m의 화강석으로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는 고려 석탑의 특징을 말해준다.
서울역사박물관 야외 전시장 어정뜰에 있는 고려시대 오층석탑 ©최용수
⑤ 운현궁 일가에서 기증한 유물
서울역사박물관 남서쪽은 운현궁 일가에서 기증한 유물 전시장이기도 하다. 망자의 혼을 밝게 인도하고 사악한 잡귀를 물리치는 기능을 했던 장명등(長明燈), 멀리서 볼 때 묘소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망주석(望柱石), 3개의 신도비, 흥선대원군의 손자 묘소에서 옮겨온 문인석(文人石) 등이 있다. 공복(公服, 관복)과 복두(幞頭, 관모)를 쓰고 홀(笏)울 들고 있는 문인석은 봉분 앞쪽 좌우에 배치되어 묘소를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역사박물관 입구에는 운현궁에서 기증한 석물 전시장이 따로 있다. ©최용수
⑥ 국가등록문화재 제467호 전차 381호
1966년까지 서울 도심에서 운행했던 전차 381호는 원래 모습대로 복원해 전시 중이다. 일본차량회사(日本車輛會社)에서 제작된 반강제(半鋼製) 보기식(Bogie式) 궤도차량이다. 1930년 첫 운행 이후 38년간 서울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노면전차 2대 중 하나로, 1년간의 보존 처리를 거쳐 2009년부터 전시하고 있다. 20세기 중반 서울의 교통 방식과 문화를 알 수 있는 유물로서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8월 24일 국가등록문화재 제467호로 지정되었다.
전차 381호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에게 도시락을 건네는 당시 엄마의 모습을 재현했다. ©최용수
⑦ 88 서울올림픽 의전 버스
전차 381호와 가까운 곳에 ‘88 서울올림픽 의전 버스’가 있다. 기존의 25인승 콤비(Combi) 버스를 6인용으로 개조하고 응접 소파와 책상 그리고 실내 냉장고를 설치하여 이동 중에도 업무 처리가 가능하도록 개조했다. 당시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화(IOC) 위원장과 국제경기연맹 회장 등 국내외 귀빈들이 각 경기장을 순회할 때 이용했던 차량이다. 서울올림픽 30주년을 기념하여 과학적인 보존 처리 후 전시하고 있다. 버스 외부에 그려진 서울올림픽 엠블럼과 오륜기는 올림픽 당시를 소환해 준다.
88 서울올림픽 의전 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용수
이외에도 서울역사박물관 야외 전시장에는 시전행랑 유구, 복청교와 소의교 교명주, 홍제·서대문 고가도로 및 육교 표지석 등 귀중한 유물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울의 변화와 발전을 증언한다. 특히 서울의 정체성과 가치를 되새기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실제 유물이 야외 전시장의 특별함이다.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부재들 ©최용수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머지않아 설 연휴가 시작된다. 바쁜 일상으로 멀리 가지 못한다면 가족들과 서울역사박물관 나들이를 계획해 보면 어떨까? 서울역사박물관은 공간 여행이 아니라 다른 시대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88 서울올림픽 의전버스를 보며 아이 가슴에 올림픽의 꿈을 심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야외 전시장을 챙겨보라고 권하는 이유이다.
박물관 서쪽 야외 전시장에 있는 운현궁 일가의 신도비들 ©최용수
서울역사박물관 야외 전시장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세문안로 55
○ 교통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에서 도보 7분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7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누리집
○ 문의 : 02-724-0274
○ 교통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에서 도보 7분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7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누리집
○ 문의 : 02-724-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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