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위치파악 하셨나요? 생활을 바꾸는 지도의 힘

지정우 건축가

발행일 2023.08.11. 14:12

수정일 2023.08.11. 17:37

조회 2,039

지정우 건축가
지도는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위는 스마트서울맵의 3D지도
지도는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위는 스마트서울맵의 3D지도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12) 지도가 공간을 바꾼다

지도라는 매체가 발명되고 난 후 요즘처럼 시도 때도 없이 일상생활에 사용한 시기도 없을 것이다. 차에서는 내비게이션이 방향을 보여주는 것도 모자라 쉴 새 없이 실시간 상황을 이야기해 주고, 스마트폰은 어떤 지점을 찾아가거나 조깅을 할 때 내가 맞게 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새로운 맛집을 찾을 때도, 친구를 집에 초대할 때도, 교통상황을 알아볼 때도 이제는 지도를 먼저 검색한다. 

지난 팬데믹 때에는 마스크 판매처나 감염 장소, 백신접종 장소 등 시민들이 만들어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의 지도들이 우리나라의 신속한 방역 대응에 선봉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마도 처음 지도를 발명한 고대의 누군가가 지금의 이 상황들을 본다면, 자신의 선견지명에 무릎을 탁 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지금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내가 향하는 곳이 어디쯤에 있는지 확인하는 ‘지도 중심적 생활’을 하고 있다.
동궐도. 지금 재현하기 쉽지않은 수백년전 우리 조상들의 놀라운 그래픽 지도
동궐도. 지금 재현하기 쉽지않은 수백년전 우리 조상들의 놀라운 그래픽 지도
걷거나 달리기를 하며 도시에 내 발로 그리는 그림이 가능한 시대.
걷거나 달리기를 하며 도시에 내 발로 그리는 그림이 가능한 시대.

지도 만들기는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촉진한다

한편, 길과 위치뿐만 아니라 지도는 어떤 대상에 대한 이해와 생각 자체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건축과 스튜디오에서는 종종 ‘지도만들기’(mapping)를 중요한 한 과정으로 다루곤 한다. 사물이 놓였던 테이블을 몇 시간 단위로 관찰해서 연속된 변화를 기록하는 것은 어떤 물건에 대입되는 사람들의 의지나 선호도, 시간의 변화 등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시각물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요즘 회자되는 ‘빅데이터’도 일종의 매핑 작업일 것이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대상을 얼마나 단순화시켜서 표현하느냐일 것이다. 그래픽으로 처리된 블록 단위의 지도는 길과 블록의 관계가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처럼, 꼭 필요한 정보만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그 정보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그를 통해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매핑은 시간의 흐름을 담는 그림이다.
매핑은 시간의 흐름을 담는 그림이다.

건축가 루이스칸의 지도

미국의 훌륭한 건축가 ‘루이스 칸’은 오래전에 작은 화살표만으로 필라델피아 시내의 지도를 그린적이 있다. 다른 건물이나 길, 나무 등은 표현되지 않고 오로지 화살표만 표기되어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시내의 교통흐름에 대해서, 각 도로의 관계에 대해서 알 수 있다.
Louis Kahn의 필라델피아 교통 연구. 1952.
Louis Kahn의 필라델피아 교통 연구. 1952.

도시를 기억에 남기는 지하철 지도

때로는 지도에 ‘아이콘’ 혹은 어떤 것을 상징할 수 있는 그래픽이 표기되기도 한다. 시애틀의 외곽과 다운타운을 연결해 주는 지하철의 지도에는 지하철역명 이외에 그 역이 대표하는 지역을 아이콘으로 그래픽화하여 같이 표시해 놓고 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그래픽을 통해 매일 반복되는 교통편에서 그곳에 대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한 노선의 지하철만 표기하는 것이라면 순서와 그 지역의 이미지가 중요하겠지만 여러 노선을 같이 표현한다면 그 노선이 만드는 형태와 서로 간의 연결 관계가 중요하다. 담아야 할 정보가 많아질수록 ‘어떻게 구성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건축과 학생들의 지도책자 (mapping booklet) 과제

필자가 건축과의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과제 중에는 ‘지도책자’가 있다. 어떤 지역을 답사하면서 그 움직임의 동선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정보(재료, 패턴, 상황, 역사) 등을 하나의 책자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다. 

작업을 수행하다 보면 일반적인 책의 형태보다 다르게 펼쳐지고 접히는 구성방법의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그 지역을 더욱 긴밀하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스스로 흰 종이 위에 약도를 그려서 길을 찾는 사람에게 알려주다 보면 스스로도 잘 기억하게 되는 것 같이 다른 구성방법을 만들다 보면 그 지역을 한꺼번에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한 건축과 학생의 독특한 방식의 지도책자
필자의 한 건축과 학생의 독특한 방식의 지도책자

멀리서 볼 때 전달되는 지도의 메시지

지도는 때때로 어떤 시각적 사인보다도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시애틀 인근 지역의 자연을 보호하자는 이 사인은 깨알 같은 정보들을 담고 있긴 하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불구불 이어진 하늘색 물길이다. 한눈에 봐도 풍부한 자연자원을 포함하고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수공간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자연적인 수공간을 망쳐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지도 그래픽이다.
시애틀 수공간의 지도
시애틀 수공간의 지도

기업 홍보와 지도

학생들을 데리고 현장을 방문하면서 시애틀의 한 조경회사를 방문했는데 그 회사에서는 시애틀 도심 지도를 나눠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관광용 지도가 아니라 자신들이 작업한 조경 프로젝트를 표현하고 있는 홍보용 수단이면서 놀라운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동시에 군더더기가 배제된 건물의 ‘윤곽선’만 표현되어 물, 육지, 건물, 그리고 자신들의 조경만으로 시애틀을 재구성하며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다.
조경회사 캐서린 구스타프슨에서 나눠주는 시애틀 지도의 일부.
조경회사 캐서린 구스타프슨에서 나눠주는 시애틀 지도의 일부.

홍보나 캠페인부터 전문적인 건축과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학생들까지, 기반시설 지도에서부터 내 손바닥의 휴대폰까지 그 어느 때보다 지도의 활용은 다양해지고 있다. 지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또 다른 다음세대 공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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