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장 담그기로 '몸 건강, 마음 건강' 한 번에 챙겨요

시민기자 서진경

발행일 2023.03.21. 10:57

수정일 2023.03.21. 11:15

조회 640

메주와 소금, 숯, 건대추, 건고추를 넣고 발효를 기다리는 3월의 장독 Ⓒ서진경
메주와 소금, 숯, 건대추, 건고추를 넣고 발효를 기다리는 3월의 장독 Ⓒ서진경

최근 주변에 여기저기 아픈 사람이 많다 보니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이다'라는 말을 부쩍 곱씹게 됐다. 그러던 중 '건강하게 내 몸을 살리면서 먹는 법'에 알아보고자 신청하게 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서대문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내 몸 살리는 채식과 사찰음식 아카데미'다.

'내 몸 살리는 채식과 사찰음식 아카데미'서구화된 식습관을 채식으로 전환하고, 생명 존중과 환경 보존을 함께 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체험형 교육이다. 지난 2월 21부터 24일까지 선착순 신청을 받았으며, 총 60명을 모집했는데 선착순 안에 들어서 수업에 참가할 수 있었다.

강의는 총 4회로 이론 강의와 실습으로 구성됐다. 실습 강의에서는 서대문구 슬로푸드 강사단 소속 강사가 직접 장 담그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줄 예정이다. 마지막 강좌에서는 직접 담근 장 1킬로그램과 간장 1리터를 참여자들이 가져갈 수 있다.
'내 몸 살리는 채식과 사찰음식 아카데미'의 강의자료 Ⓒ서진경
'내 몸 살리는 채식과 사찰음식 아카데미'의 강의자료 Ⓒ서진경

인문학 강의인 1강에서는 사찰음식 전문가인 공만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우리나라의 콩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채식을 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단백질 공급원인데, 그 단백질을 공급 받기 위해 옛날에 우리 조상들이 자주 이용했던 콩에 대한 기록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목은시고>, <사가집>, <묵재일기> 등 우리나라 고문헌의 기록을 통해 고기가 귀한 시절, 부족한 단백질을 두부로 채운 다양한 기록들을 살펴봤다. 특히 역사 속 인물들이 콩으로 만든 음식 가운데 두부를 맛나게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서거정(徐居正)의 <사가집(四佳集)>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인 두부가 시인에게 위로가 되는 음식이라고 기록돼 있다.
띄운 메주를 흐르는 물에 솔로 문질러 깨끗이 씻고 있다. Ⓒ서진경
띄운 메주를 흐르는 물에 솔로 문질러 깨끗이 씻고 있다. Ⓒ서진경

1강이 끝나고 다음 날인 3월 10일에는 기대하던 한국 음식의 핵심인 장 담그기 시간을 가졌다. 실습 장소인 가좌 보건지소 건물 위에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장독대를 마련, 장이 잘 익으면 교육생들이 가져갈 수 있다.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메주를 닦고, 생수에 천일염을 녹이고, 항아리도 소독하며 장을 만들었다. 오전 시간이라 모인 분들이 대부분 주부였는데, 장을 담은 경험이 한 두 번씩은 있는 분들이었지만 역시 장을 담그는 일이 쉽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깨끗이 씻은 메주를 햇볕에 말리고 있다. Ⓒ서진경
깨끗이 씻은 메주를 햇볕에 말리고 있다. Ⓒ서진경

그래도 이렇게 대여섯 명씩 모여서 할 수 있으니 평소 큰일이라고 생각했던 장 담그기가 한결 수월했다. 한 팀은 메주를 문질러 햇빛에 말리고, 저쪽에서는 천일염을 생수에 녹이며 일이 척척 진행됐다. 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소통도 하고, 또 자연과 농부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봄동 간장 겉절이를 위한 재료인 사과와 파를 솜씨 좋게 썰고 있다. Ⓒ서진경
봄동 간장 겉절이를 위한 재료인 사과와 파를 솜씨 좋게 썰고 있다. Ⓒ서진경

장을 담그며 요즘 제철인 봄동을 간장으로 겉절이 하는 방법도 배웠다. 보통 봄동은 소금에 살짝 절여 액젓을 넣고 입맛 없는 봄에 겉절이 김치로 많이 먹는다. 이날은 봄동과 사과를 간장에 살짝 절여서 매콤한 고춧가루와 설탕을 이용해서 겉절이를 했다.

주부들이라 손이 야무져서 강사님이 알려준 대로 봄동을 척척 개수대에서 씻고, 큰 잎과 작은 잎을 적당한 크기로 손으로 쭉쭉 잘라 가르쳐준 양념을 큰 양푼에 부어 쓰으윽 버무리니 봄동 겉절이가 완성되었다. 이렇게 만든 겉절이를 작은 봉지에 나누어 집으로 가져가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봉지에 담은 봄동 간장 겉절이 Ⓒ서진경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봉지에 담은 봄동 간장 겉절이 Ⓒ서진경

이번 강의를 통해 혼자서는 도전하기 어려운 된장, 고추장, 간장 같은 슬로우푸드를 여럿이 함께 만들며 잠깐 찾아온 무기력증을 금방 떨쳐낼 수 있었다. 

또한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마음가짐까지 챙겨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남은 두 번의 강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봄동 겉절이로 봄맞이 한 점심밥상 Ⓒ서진경
봄동 겉절이로 봄맞이 한 점심밥상 Ⓒ서진경

내 몸 살리는 채식과 사찰음식 아카데미

○ 문의 : 서대문구청 지역경제과 02-330-4997
서대문구청 알림마당 바로가기 ※ 하반기 프로그램은 8월 모집 예정

시민기자 서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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