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이 주목 받는 이유! 사고·열차풍 막아주는 승강장 안전문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5.01.14. 14:59
지하철은 '지상에서 달리던 철도를 지하에 넣는다'는 개념으로 시작하였기에, 선로와 승강장 사이에는 원래 구분 장치가 없었다. 그런데 지하철은 지상 철도와 다른 특징이 있다.
둘째로, 개방된 공간인 지상 철도역 승강장과 달리 지하철 승강장은 터널이라는 폐쇄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하철의 공기 흐름은, 터널이라는 실린더 내부를 지하철 차량이라는 피스톤이 지나가는 형태가 된다. 터널 내부의 공기는 전동차라는‘피스톤’에 의해 밀려나며, 터널 중간 중간의 환풍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그런데 지하철역 승강장도 크게 보면 지상 출입구와 이어져 있는 환풍구이므로, 지하철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바람이 승강장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를 열차풍(列車風)이라고 한다. 열차풍에는 미세먼지가 많이 포함되어 있고, 지하공간 특성상 온도나 습도가 적절하지 않은 편이다. 특히 여름에 승강장에 냉방을 해도 열차풍이 한번 지나가면 냉기가 사라져 버리는 문제도 있다.
지하철의 이같은 특성 때문에 지하철에 필요하게 된 것이 바로 승강장 안전문이었다. 안전문을 설치하면 승객이 선로로 떨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터널의 열차풍이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타는 문 위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승강장 안전문의 설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전동차는 동력분산식 구동방식을 채용하여 일반철도에 비해 가감속 성능이 좋다. 이렇게 하면 속도가 높게 유지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어서, 총운행시간을 감소시키며 표정속도를 높일 수 있다. 즉 지하철은 일반 열차에 비해 승강장에 빠르게 들어와서 급히 정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이 승강장에 빠르게 들어오는 지하철 열차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기관사로서는 날벼락이고, 이 모습을 본 다른 승객들도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릴만한 일이다. 열차운행이 지연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도 낭비시킨다.
고상플랫폼의 높이는 1.15m나 된다. 이 정도면 미리 준비하고 뛸 때도 부담이 되는 높이이다. 그런데 실족이라면 머리부터 떨어진다거나 하는 이유로 큰 부상을 당할 염려가 있다. 특히 전력공급시설이 터널 천장이 아닌 선로 옆에 설치된 경전철(우이신설선, 신림선 등)은 실족 시 감전사고의 위험까지 있다. (이 때문에 승강장 반대쪽에 최대한 먼 곳에 전차선을 설치한다.)
이 사건은 당시 큰 충격을 주었으며, 우리나라에 승강장 안전문 보급이 빨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는데 2001년 1월 26일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가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함께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 역시 일본 지하철의 승강장 안전문 필요성을 환기시켰다고 하니, 승강장 안전문이란 희생자들의 피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승강장 안전문만큼 최초가 아니었다. 서울지하철 최초의 승강장 안전문은 2005년 10월 2호선 사당역이었는데, 그 이전에 이미 코레일(당시 철도청)이 1호선 인천역에 시범설치(2002년 2월)를 했었고, 지방에서는 광주지하철 금남로4가역과 문화전당역(당시 도청역)에 정식 승강장 안전문이 설치(2004년 4월)되어 있었다.
즉 최초 시작은 아니었지만, 최초 완성은 서울시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승강장 안전문은 한두 군데만 설치해서는 효과가 없고 모든 역에 다 설치해야 한다. 그 이유는 승강장 안전문에 ‘풍선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즉 특정 역에만 승강장 안전문을 설치해 봤자, 자살을 하려고 뛰어드는 사람들은 역을 옮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을 잡는 구충제를 먹을 때 가족 구성원 전부가 한꺼번에 먹어야 하는 것처럼, 승강장 안전문도 모든 역에 한꺼번에 설치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단기간에 집중력을 발휘하여 4년 만에 모든 역에 승강장 안전문 설치를 끝낸 것은 서울지하철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라고 할 만하다.
승강장 안전문 대신 안전난간과 레이저감지기를 설치하고 승강장 쪽으로 들어서는 사람이 있으면 경고를 울리고 열차 진입을 차단하는 전자식 방식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결국 승객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잦은 오류가 발생하자 서울지하철 같은 형식의 승강장 안전문으로 교체 설치하였다. 서울지하철이 전 국민들의 머릿속에 승강장 안전문의 표준 모습을 심어준 사례인 셈이다.
다만 승강장 안전문 설치로 인하여 또 다른 사고가 유발되는 것은 옥에 티로 남았다. 2016년에는 1호선 서울역과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이 승강장 안전문과 전동차 사이에 끼었다가 열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사망했다. 또한 같은 해 5월에는 구의역에서 승강장 안전문 정비 외주직원이 전동차에 치어 숨지기도 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한 승강장 안전문이 새로운 사고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일단 승강장 안전문을 튼튼하게 만들어서 고장이 잘 나지 않게 하는 게 최우선이다. 애초에 고장이 안 나면 고칠 일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승강장 안전문 취급 절차를 안전 위주로 개선하고, 승객들도 승강장 안전문을 안전하게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이빙 승차 같은 무리한 탑승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승강장 안전문은 꽤 비싼 시설물이다. 운영과 유지보수에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하지만 인명이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승강장 안전문이 구한 사람의 수(전체 역에 설치 전 연평균 37명 사망, 설치 후 연평균 0.4명 사망)를 생각해 보면, 승강장 안전문의 효과를 헤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지하철을 맘 놓고 탈 수 있다는 안심감은 도시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지하철의 승강장 안전문이 세계에 보여줄 서울의 자랑거리로 더욱 발전해나가기를 바란다.
재미있는 승강장 안전문 이야기
승강장 안전문은 지하역에 주로 설치되며 천장까지 막혀있는 밀폐형, 지상역에 주로 설치되며 천장이 뚫려있는 반밀폐형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서울지하철에 단 2개역에만 있는 난간형 승강장 안전문도 있다. 2호선 강변역과 건대입구역에 있는데 사람의 눈높이 정도의 문이 좌우로 열리는 형태이며, 머리 위에 구조물(문틀)이 없다. 이 방식은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무게가 가벼워 구조물에 부담을 적게 주는 장점이 있다.
○ 반밀폐형 승강장 안전문
지하역은 맞는데 천장이 매우 높은 역이 간혹 있다. 2호선 양천구청역과 6호선 버티고개역이 그러하다. 이에 따라 양천구청역은 지하역이지만 위가 뚫린 반밀폐형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버티고개역은 밀폐형을 택했다. 이를 위해 원래 뚫려 있는 선로 상부를 유리 온실처럼 막아버렸다. 열차풍은 막았지만, 미적인 부분은 아쉽게 되었다.
○ 승강장 안전문이 나중에 설치된 개화역
2009년에 서울지하철 1-8호선에 승강장 안전문 설치를 마무리할 때(2009년 말), 9호선이 새로 개통(2009년 7월)되었다. 그런데 9호선 서쪽 종점인 개화역은 승강장 안전문을 나중에 따로 설치(2018년)했다. 이는 개화역이 종점인 데다 선로가 끊긴 구조로 인하여 열차가 천천히 진입하기 때문에 승객이 떨어져도 열차가 쉽게 멈출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차량기지 구내에 있다 보니 공간이 넓어서 선로에 떨어져도 달아날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 스크린도어의 스크린이 영화 스크린이 아니라구요?
승강장 안전문(스크린 도어)속에 있는 영단어 'screen'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 번째로 '화면'을 뜻하는 단어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스크린도어(screen door)에서의 스크린은 '가림막', '가리개'라는 뜻이다. screen을 동사로 쓸 때는 '가리다', '차단하다' 뜻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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