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명의 용사를 기억합니다…도심 속 '서해수호의 날' 추모 공간들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6.04.02. 10:03

수정일 2026.04.02. 17:44

조회 372

지난 3월 29일까지 서울시청 지하 1층 서울갤러리에서 운영된 추모공간, 그날의 바다를 다시 걷다.
지난 3월 29일까지 서울시청 지하 1층 서울갤러리에서 운영된 추모공간 '그날의 바다를 다시 걷다' ⓒ조수연
서해수호의 날은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그리고 연평도 포격전에서 희생된 장병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55명의 용사. 숫자로는 ‘55’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아들, 친구,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얼마 전 찾은 천안함기념관에서 그 의미는 더 또렷해졌다. 반파된 선체는 생각보다 훨씬 거칠고, 처참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찢겨진 철판 사이로 드러난 전선과 구조물은 ‘사건’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그 앞에 서자, 설명보다 먼저 침묵이 필요했다.

이 기억은 서울 도심에서도 이어졌다. 서울시청 지하 서울갤러리에는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는 추모공간이 조성됐다. 서울갤러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는 국화.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는 국화. ⓒ조수연
일상의 공간이던 갤러리는 조용한 추모의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고, 벽면 가득 용사들의 얼굴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름과 사진 앞에서 시민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55명’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설명.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설명. ⓒ조수연
  • 서해수호의 날이 제정된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해수호의 날이 제정된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조수연
  •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설명.
  • 서해수호의 날이 제정된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추모의 공간 중심에는 서해수호 55용사의 사진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름과 얼굴이 나란히 놓인 공간 앞에서는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단순히 ‘55명’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옆에 설치된 영상에서는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 당시 상황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고, 차가운 바다 위에서 벌어졌던 순간들이 조용히 이어졌다.
서해수호 55용사의 사진.
서해수호 55용사의 사진. ⓒ조수연
한쪽에는 시민이 직접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다양한 색의 메모지가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위에는 짧지만 분명한 마음이 적혀 있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들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
국화와 함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포스트잇.
국화와 함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메모지가 마련됐다. ⓒ조수연
그중에는 눈에 오래 머무르는 문장들도 있었다.

“못다 핀 젊은 꿈, 뜻과 이상. 부디 따뜻한 곳에서 다 이루시기를. 숭고한 희생은 평생 기억되어 같은 일이 없기를, 강한 대한민국. 산화한 젊음은 이제 쉬고, 곁에서 있는 젊음은 부디 가진 부채감을 내려 놓으소서. 우리의 몫입니다. 감사합니다.”

서로 다른 손글씨와 표현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비슷했다. 전시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을 함께 ‘만드는’ 공간에 가까웠다.
  • 시민이 작성한 잊지 않겠다는 수많은 메시지들.
    시민이 작성한 잊지 않겠다는 수많은 메시지들. ⓒ조수연
  • 가장 인상 깊었던 메시지.
    가장 인상 깊었던 메시지. ⓒ조수연
  • 누군가의 아들, 아빠였던 서해수호 55용사.
    누군가의 아들, 아빠였던 서해수호 55용사. ⓒ조수연
  •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메시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메시지. ⓒ조수연
  • 시민이 작성한 잊지 않겠다는 수많은 메시지들.
  • 가장 인상 깊었던 메시지.
  • 누군가의 아들, 아빠였던 서해수호 55용사.
  •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메시지.
바로 옆에는, 서울시가 운영 중인 ‘청년부상 제대군인 상담센터’ 안내문도 함께 놓여 있었다. 지난 2022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문을 연 청년부상 제대군인 상담센터는 군 복무 중 부상을 입고 전역한 청년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법률 지원, 심리 상담, 취·창업 연계 등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추모의 공간 바로 옆에 있으니,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는 일에서 나아가, 지금을 살아가는 부상 제대군인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 깊어졌다.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 ⓒ조수연
서울도서관 외벽에 설치된 꿈새김판 역시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서해수호 55용사의 얼굴이 담긴 대형 이미지와 함께 “군인이면서 누군가의 자식인 서해수호 55용사를 기억합니다” 라는 문장이 도심 한복판에 걸렸다. 바쁘게 지나가던 시민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문장을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도서관 외벽에 설치된 꿈새김판.
서울도서관 외벽에 설치된 꿈새김판. ⓒ조수연
추모 공간은 지난 29일을 끝으로 마무리됐지만, 서해수호의 날에 대한 기억은 다른 공간으로 이어진다. 망원한강공원에 있는 ‘서울함공원’이다. 서울함공원은 2015년 퇴역한 ‘서울함’을 비롯해 고속정, 잠수정 등 실제 해군 함정을 전시해 조성된 서울 최초의 안보·평화 테마공원이다.
서울함공원 전경.
서울함공원 전경. ⓒ조수연
서울함은 우리 기술로 건조된 국산 구축함으로, 1985년 취역해 약 30년간 대한민국 해역을 지켜온 함정이다. 퇴역 이후 해군으로부터 무상으로 인도돼 한강 위에 전시되며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내부에는 승조원들이 생활하던 공간과 작전 장비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현장’을 체험하는 공간에 가깝다.
서울함 전경.
한강 위에 전시되어 시민에게 공개되고 있는 서울함 전경. ⓒ조수연
실제로 서울함공원을 찾으면 갑판 위에서 한강과 서울 도심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다. 평화로운 풍경과 군함이 만드는 대비는 역설적이면서도 많은 물음을 남긴다. 또한, 함정 아래에 전시된 프로펠러와 장비들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임무와 시간을 상징하는 흔적으로 느껴진다.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가는 가족, 천천히 전시를 둘러보는 시민들의 모습 속에서 기억은 현재의 일상과 이어지고 있었다.
  • 서울함공원에 방문하는 아버지와 자녀들.
    서울함공원에 방문하는 아버지와 자녀들. ⓒ조수연
  • 서울함과 피크닉을 즐기는 시민들.
    서울함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시민들. ⓒ조수연
  • 서울함공원에 방문하는 아버지와 자녀들.
  • 서울함과 피크닉을 즐기는 시민들.
서해수호의 날은 하루의 기념일로 끝나지 않는다. 천안함기념관의 차가운 철판에서 시작된 기억은 서울 도심의 전시 공간을 지나, 한강 위 군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날을 기억한다. 그렇게 서울시는 멈추지 않는 기억을 조용히 추모하고 있었다.
서울함공원에 전시된 고속정 285.
서울함공원에 전시된 고속정 285. ⓒ조수연

서울함공원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마포나루길 407
○ 교통 : 지하철 6호선 망원역 1번 출구 앞 마포09번 버스 탑승 후 '한강공원입구' 정류장 하차 후 도보 7분
○ 운영시간 : 평일 10:00~19:00 / 토·일 10:00~20:00
○ 휴무 :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당일
○ 관람료 : 어린이 1,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성인 3,000원
누리집
○ 문의 : 02-332-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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