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소환!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잡지와 만화 이야기

신병주 교수

발행일 2026.01.28. 16:20

수정일 2026.01.28. 16:20

조회 104

신병주 교수의 사심 가득한 역사이야기
초등학교 시절 매달 초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책은 어린이잡지였다.
초등학교 시절 매달 초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책은 어린이잡지였다.
  114화   소년중앙과 어깨동무, 만화의 세계

지난 1월 ‘슈퍼맨’ 코믹스 1938년 초판본이 만화로는 역대 최고가인 219억원에 낙찰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이 만화책은 할리우드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한때 소유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세종 때는 충신, 효자, 열녀의 행적을 기록과 함께 그림으로 정리한 『삼강행실도』를 널리 보급하였는데, 만화의 시초가 되는 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화는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초등학교 시절 매달 초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책이 있었다. 소년중앙과 어깨동무, 새소년과 같은 어린이 잡지였다. 어린이를 위한 교양을 표방한 잡지였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로잡은 것은 책에 실린 연재만화와 만화로만 구성된 별책부록이었다. 이들 잡지는 긴 겨울방학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보물이기도 했다.

소년중앙·어깨동무·새소년, 어린이 잡지의 트로이카 시대를 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최전성기를 맞은 어린이 잡지 중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나온 것은 ‘새소년’이었다. 새소년은 1964년 아동문학가 어효선이 중심이 되어 새소년사(어문각)에서 창간하였다. 최남선이 1908년 창간한 최초의 어린이 잡지 ‘소년’의 이름을 계승하고 있다. ‘소년’의 창간호에 실린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최초의 신체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년, 새소년 이후에 등장하는 어린이 잡지의 제목도 ‘소년중앙’, ‘소년생활’, ‘소년경향’ 등 ‘소년’을 표방하였다. ‘소년’이라는 용어 자체가 남녀 어린이 모두를 지칭하긴 했지만, 남아 선호라는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었던 점도 부인할 수가 없다. 요즈음에 ‘소녀’가 빠진 ‘소년’만의 제목을 썼다가는 커다란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어린이잡지 어깨동무
어린이잡지 어깨동무
1967년 1월에는 어깨동무사에서 ‘어깨동무’를 창간하였는데, 1970년부터는 육영재단이 인수하였다. 육영재단은 1969년 4월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陸英修: 1925~1974) 여사가 어린이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하였고, 1970년 1월호부터는 육영재단의 이름으로 출간하였다. 육영재단은 육영수 여사의 이름과도 관련이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영재(英才)를 육성(育成)한다.’는 의미를 담고 출발하였다.

1969년 1월에는 중앙일보사에서 ‘소년중앙’을 창간하면서, 어깨동무와 함께 어린이 잡지의 본격적인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었다. 소년중앙의 가격은 1970년대 초에 100원에서 200원 정도였으며, 1970년대 말에는 900원대까지 올랐다. 물건을 만드는 공작 부록, 어린이중앙과 더불어, 최고의 인기 만화를 수록한 별책부록에 공을 들이면서 점차 어린이 잡지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아 갔다.

어린이 잡지의 인기 속에 1975년 12월에는 ‘소년생활’이 창간되었다. 주부들의 잡지 ‘주부생활’을 펴낸 주부생활사에서 ‘어린이들의 벗, 생활의 벗, 마음의 벗’을 창간 목적으로 내세웠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었던 필자는 학교 근처 문방구에서 창간호를 구입하였는데, 가격은 400원이었다. 공작 부록으로 움직이는 기관차를 조립할 수 있는 완구가 제공되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별책부록으로는 박수동의 ‘별똥 탐험대’가 있었고, 연재만화로는 김삼의 ‘검둥이 강가딘’, 이정문의 ‘철인 캉타우’ 등이 인기를 끌었다. 소년생활은 사회정화 운동의 명목으로 1980년 7월 170여 종의 잡지들과 함께 폐간되었다.

어린이 잡지 만화의 전성시대

어린이 잡지가 나오는 월초가 되면(3월호를 2월 1일에 발간하였다), 서점이나 학교 앞 문방구로 가서 책의 내용을 훑어보고 어떤 책을 고를지 망설였다. 초등학교 시절에 갔던 곳은 안동의 스쿨서점이었고, 최종 선택을 결정한 가장 큰 조건은 만화만으로 구성된 별책부록이었다. 소년중앙에는 ‘요괴인간’, ‘타이거 마스크’, ‘우주소년 아톰’, ‘도전자 허리케인’, ‘태풍을 쳐라’ 등 부록에 인기 만화가 가장 많아서, 초등학교 1학년 이후에는 거의 소년중앙을 구입하였다. 어깨동무나 새소년을 구입한 친구와 서로 책을 바꾸어 읽었는데, 이것은 전국의 어느 어린이들에게도 통용되는 방식이었다.

본책은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과학, 미스터리 이야기와 동물과 식물의 생태, 역사 인물, 농촌이나 산촌, 어촌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어린이의 모습, 국위를 선양한 스포츠 스타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아이들의 꿈과 모험, 일상생활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명랑만화들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만화를 그린 화백 중 길창덕, 신문수, 윤승운, 이정문, 고우영, 김삼, 이상무 등 스타급 만화가들은 어린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필자가 어린시절 가장 좋아했던 만화는 길창덕의 ‘꺼벙이’, 윤승운의 ‘요철발명왕’, 신문수의 ‘도깨비감투’, 박수동의 ‘번데기 야구단’ 등이었다. 잡지 표지의 모델은 남녀 어린이 2명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 중에는 텔레비전의 아역 배우가 되기도 하였다.

별책부록이 어린이 잡지의 판매량을 좌우하는 만큼, 출판사에서는 별책부록의 만화 선정에 큰 공을 들였다. 새소년의 ‘대야망’, ‘바벨 2세’, ‘유리의 성’, 어깨동무의 ‘손오공’, ‘철인 28호’, ‘요철발명왕’, ‘도깨비 감투’, ‘주먹대장’ 소년중앙의 ‘타이거 마스크’, ‘우주소년 아톰’, ‘요괴인간’, ‘도전자 허리케인’, ‘무지개행진곡’, ‘로봇찌바’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1970~1980년대에 걸쳐 동심을 강력하게 사로잡았던 이들 만화 중 상당수가 일본 만화를 그대로 베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커다란 배신감을 느꼈던 기억도 있다. 타이거 마스크, 우주소년 아톰, 바벨 2세, 유리의 성과 같은 작품의 원작이 일본 작가의 것이라는 알고는 한동안 큰 충격을 받았다. 분명히 부록 만화의 작가는 한국인으로 적혀 있었고 그렇게 자랑스러워 했는데….

이원복 교수는 독일 유학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소년에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만화를 선보였다. 시관이는 이원복 교수의 학창 시절 친구였다고 한다.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은 단행본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가 나오게 되는 바탕이 되었고, 어린이는 물론이고 성인들에게도 필독서가 되었다. 이책은 1990년대 이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폭발적으로 보급되었다.
김수정 작가의 ‘둘리’와 이원복 작가의 ‘먼나라 이웃나라’
김수정 작가의 ‘둘리’와 이원복 작가의 ‘먼나라 이웃나라’

1979년 소년중앙으로 본 그때 그 시절

어린시절 가장 좋아했던 책이 소년중앙이었기에, 3년 전 중고서점을 통하여 1979년 5월호를구입하였다. 가격이 적지 않았지만, 그 시절 추억을 그대로 돌려주는 귀한 책이었기에 바로 구입하였다. 남녀 어린이 2명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는 모습의 표지 위에는 ‘엄마 아빠도 즐겁게 하는 우리들의 잡지’라는 하늘색 글씨가 보인다. 제목은 ‘소년中央’이라고 크게 썼다. 특별선물 ‘수륙양용차’가 그림과 함께 있고, 별책부록으로, ‘어린이中央’, ‘비둘기 합창’, ‘바람처럼 번개처럼’, ‘갈기없는 검은사자’ 네 종이 소개되어 있다. 이상무의 비둘기 합창은 훗날 단행본과 영화로도 나왔는데, 주인공 독고탁은 어린이들의 영원한 우상이 되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광고들로 채워져 있는데, 예림당 문고, 새학습 컬러대백과, 학생백과사전, 디즈니 세계대백과, 계림 문고, 독수리 컬러문고, 삼성당 세계명작동화 등 교육, 학습에 관계된 책 광고가 가장 많다. 환타, 샤니차 빙과, 남양과 해태 요쿠르트, 동양고무의 소년 홍길동 신발, 모나미 연필 등 어린이들의 선호품도 다수 나온다.

책의 내용은 크게 교양 학습, 시·동화·소설, 취미· 읽을거리, 연재만화, 독자 페이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화로 읽는 전기-신윤복, 그라운드의 예술가 케빈 키건, 재미있는 소풍 놀이 5가지, 꽃씨 할아버지의 봄편지 등이 실렸다. 1970년대 후반에는 세계프로축구리그 중에서도 독일의 분데스리가가 가장 큰 인기를 끌었는데, 차범근 선수의 분데스리가 진출로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생겨났다. 케빈 기건은 영국 출신으로, 1978년 유럽 최우수 축구 선수로 선정되어 소년중앙에도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텔레비전을 통해 분데스리가 경기를 볼 수 있었는데, 차범근이 소속된 프랑크푸르트와 케빈 키건의 함부르크가 대결했던 모습도 기억에 남아 있다.

‘멕시코 3쳔의 얼굴들’이라는 제목하에 멕시코 문명전이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979년) 2월 27일부터 3월 28일까지 열렸음을 소개한 내용도 있는데, 이 전시는 대구 시민회관에서도 열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멕시코 문명전 입장권 구매를 권하셨는데, 짜장면이 300원이던 시절 500원의 입장권이 너무 비싸게 다가왔던 기억도 떠오른다. 소년중앙에 실린 기사들 상당수가 어린 시절의 삶과 연결되고 있어서, 중고책을 구입한 것에 많은 보람을 느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소년중앙 명예기자 발표, 누가누가 잘하나, 기념품 대잔치, 해외펜팔, 상담실과 같은 코너를 만들어서 어린이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였다. 1970대에 나온 잡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보아도 높은 수준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구성을 하였고, 이것이 소년중앙이 어린이 잡지로서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로 보인다. (소년중앙은 1994년 9월에 폐간하였다.) 출산율의 증가, 어린이들의 지적 호기심의 확산, 부모들의 교육 열기 등이 아우러지면서 1970~1980년대 어린이잡지는 최고의 전성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
도봉구 쌍문동에서 만날 수 있는 ‘둘리뮤지엄’
도봉구 쌍문동에서 만날 수 있는 ‘둘리뮤지엄’

한국만화박물관과 둘리 뮤지엄

1979년 5월호 소년중앙에서 별책부록과 더불어 어린이들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연재만화였다. 이인혜의 ‘알프스 소녀 하이디’, 정역숙의 ‘키다리 아저씨’, 박수동의 ‘꼬마 홍길동’, 윤승운의 ‘철렁이’, 이두호의 ‘축구 선수 까목이’, 고우영의 ‘거북바위’가 실렸다. 진주햄 쏘시지를 홍보하는 신동우의 ‘진주와 마미’도 실려 있는데, 이 만화의 영향으로 진주햄 쏘세지를 사 달라고 졸랐던 기억은 없는지? ‘뽀빠이’ 만화를 보고 시금치를 최고의 음식으로 알았던 모습도 떠오른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만화의 추억에 젖은 분들은 부천시의 ‘한국만화박물관’과 서울 도봉구에 소재한 ‘둘리 뮤지엄’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한국만화박물관은 2001년에 개관하였는데, 처음 위치는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종합운동장 1층에 있었다. 2009년 현재의 위치인 부천시 상동으로 이전하였으며, 수도권 전철 7호선 삼산체육관역에서 5번 출구로 나오면 찾을 수 있다. 만화상설전시관, 기획전시관, 만화도서관, 만화영화상영관 등이 있다. 만화도서관은 최대 장서의 만화를 보유한 도서관으로, 이곳에서 직접 만화를 열람할 수 있으며, 절판된 만화들은 컴퓨터의 스캔본으로 볼 수가 있다.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에는 최고의 만화캐릭터 중 하나인 둘리를 만날 수 있는 둘리 뮤지엄이 있다. 1982년 10월 만화만을 수록한 월간 잡지 보물섬이 창간되었는데, 국내외 만화 20편이 실렸다. 김수정 화백의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 4월호부터 1993년 7월호까지 10년 이상 장기 연재되었으며, 단행본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상품으로 둘리 열풍을 몰고 왔다. 필자는 1990년 요요코믹스에서 나온 아기공룡 둘리 단행본을 당시 중고서점이 몰려 있던 청계천 헌책방에서 구입하였고(1,500원), 지금도 만화책을 꽂아 놓은 서가에 잘 보관하고 있다.

둘리의 인기에 힘입어 도봉구 쌍문동에서는 2015년 7월 ‘둘리 뮤지엄’을 개관하였다. 만화에서 둘리가 빙하를 타고 오는 곳이 우이천이고, 양아버지 고길동의 집이 쌍문동에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우이천 둘리 벽화가 완성되었다. 벽화의 길이는 420m로, 단일 캐릭터 벽화 중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 둘리 뮤지엄과 둘리 벽화에서 둘리, 고길동, 희동이, 도우너, 또치, 마이콜 등 만화 속 주인공들을 만나고, 이들과 함께 시간여행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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