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으로 본 청계천, ‘청계공존’에서 만난 공공예술
발행일 2025.11.17. 09:23

조형물 <스프링> 앞에서 외국인이 순라행렬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성희
2025년 가을, 청계천이 다시 한번 예술의 물결로 물들었다. ‘청계공존’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대규모 예술 축제다. ☞ [관련 기사] '청계천 복원 20주년' 행사 풍성…시간의 물결 따라 걸어볼까!
도시의 심장부를 흐르는 물길은 과거와 현재, 예술과 시민을 잇는 공간으로 재해석되었다. 지난 11월 13일에 진행된 ‘청계공존 도슨트 프로그램’에는 11세 내외의 아이들이 주로 참여해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시의 심장부를 흐르는 물길은 과거와 현재, 예술과 시민을 잇는 공간으로 재해석되었다. 지난 11월 13일에 진행된 ‘청계공존 도슨트 프로그램’에는 11세 내외의 아이들이 주로 참여해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청계공존 도슨트 프로그램’ 설명에 몰입한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조성희
도슨트의 질문에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청계천의 역사와 공공미술의 의미, 작가의 기획에 상상력을 더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11월에 진행되는 ‘청계공존 도슨트 프로그램’은 총 4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품 전시는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청계천을 산책하며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도슨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진지하게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돋보였다. ©조성희
‘청계공존 도슨트 프로그램’의 첫 시작을 여는 “청계천이 언제 시작되었을까요?”라는 물음에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들고 서로 먼저 답하려 목청을 높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계속되는 도슨트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청계천과 공공예술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관심이 물씬 묻어났다. 그 순간, 단순한 문화 축제를 넘어 도시의 미래가 그들의 손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밝은 눈빛 속에 서울의 공공예술이, 청계천의 내일이 보였다.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속 공원인 청계천 ©조성희
청계천은 조선 태조 이성계 시대에 물길로 시작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오염과 덮개 속에 사라졌던 하천은 2005년 복원 이후 도시 생태의 회복을 상징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바로 그 복원의 20년을 돌아보며, 청계천이 품은 시간의 층위를 예술로 풀어낸다.

청계광장에 우뚝 솟은 대형 조형물 ‘스프링’은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이다. ©조성희
상징과 기억 그리고 흐름
도슨트의 해설과 함께 시작된 프로그램에서는 청계천의 대표 상징물인 클래스 올덴버그의 조형물 ‘스프링’이 첫 번째 이야기로 등장했다. 다슬기 껍질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태극 문양의 색상과 21m 높이의 거대한 형태로 청계천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2006년 청계광장에 처음 설치된 이래 이 작품은 청계천 복원의 상징이자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자리하고 있다.

클래스 올덴버그와 코셔 판 브뤼헌 사진과 사인 ©조성희
아이들은 클래스 올덴버그와 코셔 판 브뤼헌이 함께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을 도슨트의 설명과 태블릿을 통해 확인하고, 작가들의 얼굴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작품 앞에 작가의 사인이 있다는 설명에 아이들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사인을 찾아내며 즐거워했다. 야간에는 ‘스프링’ 조명 프로그램이 11월 20일까지 매일 오후 5시부터 익일 오전 8시까지 운영되며, 나만의 컬러로 물든 청계광장의 ‘스프링’을 통해 도시·자연·예술이 하나 되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수경 작가의 작품 ‘그곳에 있었다’와 관련된 시민 스토리 공모 안내 ©조성희
이수경 작가의 ‘그곳에 있었다’는 청계천의 근원을 상징하는 북악산 두꺼비 바위를 금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붙이는 ‘킨츠기’ 기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상처 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청계천이 겪은 오염과 복원의 역사를 닮은 작품이기도 하다.

‘커넥천 파빌리온’ 작품 속 다리에 앉아서 설명을 듣는 아이들 ©조성희
자연과 도시를 잇는 예술
청계천 23번째 다리 위에 자리한 ‘커넥천 파빌리온’은 오브라 아키텍츠가 설계한 친환경 목재 구조물이다. 자작나무로 지어진 이 파빌리온은 ‘연결’을 주제로, 최소한의 결합으로 쉽게 해체할 수 있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머물며 대화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열린 예술 공간이 된다.

'청계유석' 작품 위에 앉아 있는 백로 ©조성희
한편, 임근영·전재봉 작가의 ‘청계유석’은 재활용 알루미늄 큐브를 이용해 청계천의 물살을 재해석한 설치작품이다. 산업 재료로 자연의 흐름을 표현한 이 작업은 공공미술이 일시적인 설치물에서 벗어나 순환과 재생의 가치를 지향해야 함을 보여준다. 시간과 물질이 함께 흐르는 청계천의 본질이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이다. 신기하게도 '청계유석'의 작품 위에 백로가 앉아서 쉬다 날개를 펼치며 날아가는 모습에 아이들이 환호를 했다. 이렇게 예술과 자연,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도심 속 아름다운 풍경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

아이들이 전명은 작가의 ‘청계초록: 눈길 손길’ 작품의 질감을 촉각으로 느끼고 있다. ©조성희
이와 더불어 전명은 작가의 ‘청계초록: 눈길 손길’은 백자와 청자 흙으로 구운 식물 형상들을 통해 시각이 아닌 ‘촉각의 예술’을 제안한다. 관람객은 눈으로 보기보다 손끝으로 감각하며 식물의 생명성과 예술의 본질을 느낀다. 주변의 청계천 자생식물을 본뜬 점토 조각들은 차분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단색미로 아이들의 손길과 발길을 붙잡는다. 직접 만져보며 촉각을 통해 경험하는 청계천의 공공예술의 묘미를 제대로 경험한 아이들은 각자의 느낌을 즉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뽑은 포토카드 중 하나인 청계천 중대백로 ©조성희
어린이들과 함께 체험한 ‘청계천 조우’ 코너에서는 청계천을 오가는 새들의 사진을 직접 촬영해 포토카드로 제작하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됐었다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새들의 사진 포토카드를 뽑을 수 있는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카드들의 판매 수익은 조류 보호 단체에 기부된다. 작가는 “예술이 곧 생태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청계천을 도시 속 자연의 안식처로 바라보게 한다.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아이들이 직접 카드를 뽑으며 들떠 있었다. 한정판 포토카드를 손에 든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새들이 담긴 자신의 카드를 들어올렸고, 친구들의 카드 속 새들을 서로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은 카드 속 새들을 청계천에서 직접 마주쳤던 순간들과 연결 지으며, 손 안에 담긴 추억을 나누고 있었다.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아이들이 직접 카드를 뽑으며 들떠 있었다. 한정판 포토카드를 손에 든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새들이 담긴 자신의 카드를 들어올렸고, 친구들의 카드 속 새들을 서로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은 카드 속 새들을 청계천에서 직접 마주쳤던 순간들과 연결 지으며, 손 안에 담긴 추억을 나누고 있었다.

장승태 작가의 '기억의 자리' 작품에서 쉬고 있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조성희
장승태 작가의 ‘기억의 자리’는 버려진 의자를 재활용해 만든 작품이다. 각기 다른 색상의 의자들이 청계천 주변의 지역 정서를 담아내며, 일상 속 사물을 새로운 가치로 되살린다. 특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앉아본다’는 행위가 단순한 휴식이 아닌,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을 연결하는 예술 경험으로 확장된다.

‘청계공존 도슨트 프로그램’ 마무리를 위해 처음 장소로 돌아가는 아이들과 부모님 뒷모습 ©조성희
함께 배우는 청계공존
이번 ‘청계공존 도슨트 프로그램’의 의미는 어린이 참여 중심의 구성에 있었다. 청계천을 거닐며 작품의 배경과 의도를 듣고,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바라보고, 귀로 들으며 아이들은 예술을 오감으로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시와 환경, 예술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고, 자신들도 자연과 예술의 일부가 되어 함께 즐기며 살아가는 공존의 의미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교과서 밖에서, 하천 위에서 얻은 배움은 아이들 마음에 더 깊이 새겨질 것이다.

‘청계공존’ 작품 세 개가 보이는 위치에서 아이들이 청계천의 물길과 함께 감상하고 있다. ©조성희
청계천은 더 이상 단순한 하천이 아니다. 서울의 역사와 시민의 일상이 교차하는 장소이자, 세대를 잇는 교육의 현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청계공존’은 그 이름처럼 예술과 시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복원 20주년을 맞은 청계천에서 아이들이 경험한 것처럼, 더 많은 시민들이 이 물길을 따라 공존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경험이 서울의 문화 시민으로 성장해가기를 기대한다. 청계천은 이제 물길을 따라 흐르는 ‘공존의 예술관’을 품은 거대한 야외 미술관으로, 서울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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