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명이 찾은 이곳! 복원 20주년 기념 청계천 나들이

시민기자 문청야

발행일 2025.10.30. 15:41

수정일 2025.10.30. 15:41

조회 2,312

10km에 달하는 청계천은 녹지와 수변공원을 품은 도시의 쉼터가 됐다. ©문청야
10월 어느 오후,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동대문에서 청계광장까지 약 3km 구간을 걸었다.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이 낮은 수로가 서울에 어떤 쉼표를 찍고 있는지 느껴보고 싶었다. ☞ [관련 기사] 청계천 새로운 20년, 빛으로 밝힌다! 30일 야간경관 점등식

한 뼘 낮은 세계로 내려서다

오간수교 21번 출입구. 평화시장의 열기가 계단 위까지 번지지만, 몇 걸음 아래 한 뼘 낮은 이곳 산책로로 내려오면 풍경이 달라진다. 차량 소음과 상인들의 외침 너머로, 물소리만 또렷하게 들린다. 징검다리는 경쾌한 놀이가 되고, 바람은 천변을 따라 상쾌하게 흐른다.

청계천 수표교는 세월의 흔적이 짙은 다리와 현대식 건물이 나란히 조화롭게 공존하는 극적인 대비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을지로를 지날 즈음, 청계천은 후각으로도 느껴진다. 인쇄 골목의 잉크 냄새, 공구 거리의 쇳가루 향, 카페의 원두 향이 물길을 따라 퍼진다. 다리 그늘 아래 벤치는 청음의 명당이다. 가까이서는 물방울이 튀는 소리, 중간 지점에서는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 멀리서는 폭포의 낮은 울림이 겹쳐지며 도시만의 교향곡을 만들어낸다.

"10분 걷고 2분 서기. 이게 청계천을 제대로 보는 방법이에요."
종로에서 30년간 일했다는 한 시민은 "복원 전에는 고가도로 밑이 어둡고 지저분했는데, 이제는 여기가 제일 좋은 휴식처죠"라며 점심시간마다 이곳에 온다고 했다.

해 질 녘 물빛은 오히려 더 밝아진다. 다리 밑 그림자가 길어지고, 유리창의 푸른빛은 물 위에서 별처럼 흩어진다. 갈대 사이로 노을이 스며들면, 이곳이 대도시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청계광장 인공폭포에 이르면 소리가 커지고, 도시의 잡음을 씻어내는 낙차가 흐른다. 난간에 앉은 사람들의 실루엣이 물빛에 잠긴다.

3억 3,000만 명이 찾은 이유

지난 20년간 청계천 누적 방문객 수는 3억 3,000만 명을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1억 명 이상 늘어난 수치로, 최근엔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청계천의 진짜 기적은 물이 흐른다는 사실보다, 대도시 한복판에서도 자연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준 데 있다. 효율만 추구하던 도시가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 바뀌었고,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한양도성의 기억을 품고 10km를 흐른다. 한강에서 끌어온 정수된 물이 만든 인공 하천이지만, 분명히 살아 있다. 조선의 홍수, 전쟁 후 판자촌, 산업화의 콘크리트 속을 지나며 청계천은 다시 흐른다.

청계천 산책의 미덕은 과장이 아닌 ‘적당함’에 있다. 위로 오르면 카페와 편의점, 아래로 내려가면 곧장 물과 마주한다. 계절 따라 풀과 물살이 달라져 같은 길도 새롭게 느껴지고 바쁠 땐 짧게, 여유로울 땐 길게 거닐며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청계천을 지나게 되면 잠시 멈춰 물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그 순간이 도시의 숨결이 된다.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동대문에서 청계광장까지 약 3km 구간을 걸었다. ©문청야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동대문에서 청계광장까지 약 3km 구간을 걸었다. ©문청야
물 흐르듯 도심을 감싸는 청계천, 서울의 숨결에 여유를 더하다. ©문청야
물 흐르듯 도심을 감싸는 청계천, 서울의 숨결에 여유를 더하다. ©문청야
물가를 걷는 두 사람, 도시의 벽 너머로 자연과 마주하다. ©문청야
물가를 걷는 두 사람, 도시의 벽 너머로 자연과 마주하다. ©문청야
청계천은 도시의 쉼표 역할을 한다. ©문청야
청계천은 도시의 쉼표 역할을 한다. ©문청야
정수된 한강 물로 흐르는 인공 하천이지만 분명 살아 있다. ©문청야
정수된 한강 물로 흐르는 인공 하천이지만 분명 살아 있다. ©문청야
청계천의 새벽다리(구름다리)는 장통교 인근에 위치한 백색 아치형 보행자 전용 다리다. ©문청야
청계천의 새벽다리(구름다리)는 장통교 인근에 위치한 백색 아치형 보행자 전용 다리다. ©문청야
청계천은 복원 20주년을 맞아 누적 방문객 3억 3,000만 명을 기록했다. ©문청야
청계천은 복원 20주년을 맞아 누적 방문객 3억 3,000만 명을 기록했다. ©문청야
도심 속 계단 위, 색과 물소리가 어우러진 작은 광장 ©문청야
도심 속 계단 위, 색과 물소리가 어우러진 작은 광장 ©문청야
청계천 물소리에 리듬을 맞춰 걷고 있는 시민들 ©문청야
청계천 물소리에 리듬을 맞춰 걷고 있는 시민들 ©문청야
  • 청계천 복원 20주년 기념 ‘청계천의 생명들’ 사진 전시회  ©문청야
    청계천 복원 20주년 기념 ‘청계천의 생명들’ 사진 전시회 ©문청야
  • 전영은 작가의 ‘청계초록: 눈길 손길’ ©문청야
    전영은 작가의 ‘청계초록: 눈길 손길’ ©문청야
  • 청계천 복원 20주년 기념 ‘청계천의 생명들’ 사진 전시회  ©문청야
  • 전영은 작가의 ‘청계초록: 눈길 손길’ ©문청야
청계천은 생명과 문화, 사람을 잇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문청야
청계천은 생명과 문화, 사람을 잇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문청야
오브라 아키텍츠의 작품 ‘커넥천 파빌리온’ ©문청야
오브라 아키텍츠의 작품 ‘커넥천 파빌리온’ ©문청야
  • 도심을 뚫고 솟은 나선의 외침, 서울의 심장에 예술이 말을 건다. ©문청야
    도심을 뚫고 솟은 나선의 외침, 서울의 심장에 예술이 말을 건다. ©문청야
  • 청계천 공공미술 프로젝트 ‘청계공존’의 한 작품인 ‘커넥션 파빌리온’ ©문청야
    청계천 공공미술 프로젝트 ‘청계공존’의 한 작품인 ‘커넥션 파빌리온’ ©문청야
  • 도심을 뚫고 솟은 나선의 외침, 서울의 심장에 예술이 말을 건다. ©문청야
  • 청계천 공공미술 프로젝트 ‘청계공존’의 한 작품인 ‘커넥션 파빌리온’ ©문청야

2025 청계천 공공미술 프로젝트

○ 기간 : 2025년 10월 1일~11월 31일
○ 장소 : 청계천 일대(청계광장~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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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문청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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