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하숙집·이상의 집…서촌으로 떠나는 가을 문학여행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5.10.16. 14:01

수정일 2025.10.16. 14:01

조회 1,592

미처 알지 못했던 서울 속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도보 여행이 있다. 전문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문학 속 서울의 장소를 찾아가는 ‘서울문학기행’이다.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10~11월에 진행한다고 하여 서둘러 첫 문학 기행에 도전했다.

서울문학기행의 주제는 ‘역사, 도시, 삶의 기억 위를 걷다’다. 광복 80주년를 맞아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 격변기까지의 역사를 담은 ‘대한, 독립, 광복, 만세’의 광복 코스와 근현대 문학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해 보는 문학 도보 코스, 강풀의 웹툰 <무빙>, 정세랑의 <지구에서 한아뿐> 등 친숙한 대중 작품 코스총 25회의 도보 체험 프로그램과 문학 작품을 주제로 그리기와 글쓰기, 낭독 등으로 진행되는 강연 프로그램 5회로 진행된다.

서울문학기행의 첫 코스인 ‘대한’ 문학 코스에 신청해 참여했다. 보르헤스 바벨도서관 관장인 문기봉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따라 도보를 이동하며 윤동주 시인과 이상 시인의 일생과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울문학기행 ‘대한’ 광복 코스에 참여 중인 시민들 ©이정민
서울문학기행 ‘대한’ 광복 코스에 참여 중인 시민들 ©이정민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흔적을 찾아간 서촌 일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하숙집 터를 찾아갔다. 연희전문 재학 시절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하며 <서시>, <십자가>, <별 헤는 밤> 등 10여 편의 시를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경하는 소설가 김송과 저녁에 한두 시간씩 환담을 하며, 문학적 정보와 노선을 정하며 많은 시를 썼다고 한다. 하숙집은 지금은 원형이 남아 있지 않지만 하숙집 터를 통해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종로구 가압펌프장을 개조해 2012년에 건립한 윤동주문학관친필 원고와 시인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제1전시장의 나무로 형태를 보존한 ‘우물’, 제2전시장의 가압펌프장의 흔적들과 하늘의 풍경이 보이는 ‘열린우물’, 제3전시장의 두꺼운 철문, 물때가 그대로 남겨진 거친 벽면은 윤동주 시인이 생을 마감한 후쿠오카 형무소를 떠올리게 하는 ‘닫힌 우물’을 상징한다. 우물윤동주 시인이 성찰하던 공간으로 상징된다.

시인의 언덕에 적힌 <서시>는 윤동주 시인의 장례식에 낭송했다고 한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곧 사망할 것 같으니 시체를 가져가라"며 “가져가지 않으면 대학병원에 해부용으로 기증하겠다”는 편지가 아버지 윤영석에게 왔다고 한다. 당시 태평양전쟁 시기였지만, 목숨을 걸고 아들의 유해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다는 해설을 들었다. 도보 이동 중간 윤동주 시인의 시를 낭송하며 가슴 아픈 역사와 윤동주 시인의 생애에 대해 이해 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여관으로 문인과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한 보안여관 ©이정민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여관으로 문인과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한 보안여관 ©이정민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하며 시를 쓴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터 ©이정민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하며 시를 쓴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터 ©이정민
윤동주 하숙집 터의 안내판으로 금색은 국가유공자를 상징한다. ©이정민
윤동주 하숙집 터의 안내판으로 금색은 국가유공자를 상징한다. ©이정민
윤동주 시인의 친필 원고와 유품이 전시된 윤동주문학관 ©이정민
윤동주 시인의 친필 원고와 유품이 전시된 윤동주문학관 ©이정민
윤동주문학관의 제2전시장 ‘열린우물’ ©이정민
윤동주문학관의 제2전시장 ‘열린우물’ ©이정민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적힌 <서시> ©이정민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적힌 <서시> ©이정민
윤동주 시인의 시를 낭송하며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 ©이정민
윤동주 시인의 시를 낭송하며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 ©이정민

이상 시인의 <날개>, <오감도>, <거울> 등의 이야기가 담긴 생가 터

3세 때부터 부모 슬하를 떠나 통인동 본가 큰아버지의 집에서 성장하여 20년간 거주했던 이상 시인의 집터에 방문했다. 1,000평이 넘는 큰 집이었으나 가세가 기울어 시민들의 모금 운동으로 현재는 20평 남짓만 보존되어 있다.

이상 시인의 작품과 초상화, 신문 기사를 만날 수 있는 1층과 이상 시인의 방으로 쓰던 어두운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한 계단은 이상 시인의 일대를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소설 <날개> 속 ‘날자 날자꾸나’의 옥상 풍경을 볼 수 있다. 해설을 통해 이상 시인의 일생, 조선총독부에서 건축기사로 일했던 이야기, 기생 금홍과 종로에서 제비다방을 운영하며 문인들과 교류한 이야기, 친구이자 화가인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과 변동림 여사의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직접 문학 속 장소로 이동해 해설을 들으니 귀에 쏙쏙, 마음에 쏙쏙 들어와 더욱 기억에 남았다. 문학 책의 한 페이지를 펼쳐 그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어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서울 속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니 앞으로 진행될 서울문학기행의 도보 여행이 기대가 되었다.

기행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 시민 누구나 무료 신청 가능하다. 올해부터 청소년 단체를 위한 교육형 코스, 시니어를 위한 단거리 코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외국인을 위한 영문 및 쉬운 한국어 해설 코스, 2030세대를 위한 평일 야간과 주말 코스 등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코스가 마련됐으니 올가을 문학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상 시인이 20여 년간 거주하던 생가 터로 ‘이상의 집’이라 부른다. ©이정민
이상 시인이 20여 년간 거주하던 생가 터로 ‘이상의 집’이라 부른다. ©이정민
이상 시인의 소설, 그림 등 작품을 볼 수 있는 1층 ©이정민
이상 시인의 소설, 그림 등 작품을 볼 수 있는 1층 ©이정민
이상 시인의 동상 ©이정민
이상 시인의 동상 ©이정민
이상 시인의 생가 터 1층에서 진행된 해설을 듣고 있는 시민들 ©이정민
이상 시인의 생가 터 1층에서 진행된 해설을 듣고 있는 시민들 ©이정민
인왕산 자락 쉼터에 자리한 구본웅의 그림과 이상의 시 ©이정민
인왕산 자락 쉼터에 자리한 구본웅의 그림과 이상의 시 ©이정민

2025 서울문학기행 10월 프로그램

○ 기간 : 2025년 10월 15~31일
※시간 및 장소는 회차별 상이
○ 참가인원 : 매회 선착순 30명
※서울 시민 누구나 신청 가능, 현장 접수 불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시민기자 이정민

서울의 낮과 밤, 다양한 모습을 전달하는 서울시민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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