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인기에 관광객 급증! '가고 또 가고 싶은' 서울 만들기

임명묵 작가

발행일 2025.08.14. 16:50

수정일 2025.08.14. 17:18

조회 9,260

임명묵 작가의 k-컬처를 읽어드립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으로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으로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임명묵 작가의 ‘K컬처를 읽어드립니다’ (6) 글로벌 관광도시 서울을 꿈꾸다

이촌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엄청난 특수를 누렸다. 뮤지엄(박물관)과 굿즈(기념품, 상품)를 합친 말인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샵’ 온라인 사이트는 평소 일일 평균 방문객이 6만 명 선이었지만 올해 7월에는 26만 명까지 ‘폭증’했다. 실제 박물관 관람객도 전년 7월의 36만 명보다 2배 이상인 74만 명을 기록했다.

때아닌 박물관 열풍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다. K-POP 아이돌과 서울을 소재로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를 보여준 이 작품은 글로벌 흥행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전통 민화를 활용한 ‘까치와 호랑이’ 캐릭터는 작품의 마스코트까지 되었으며, 관련 굿즈는 물론이고 한국 전통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로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의 한국 문화 체험 소비도 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전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던 한복 체험은 말할 것도 없고, 작중 주요 공간으로 등장한 목욕탕과 세신까지 주목받고 있다. 낙산공원이나 남산타워 등 작품의 주요 무대가 서울에 집중된 만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관광 특수 효과도 서울시가 가장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즘처럼 내수와 자영업 경기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해외 관광객의 유입이 늘고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가뭄에 단비 같은 일이기도 하다.

이는 단지 서울만의 수혜에 그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해외 관광객이 한국 입국의 관문이자 관광 거점인 서울을 거쳐 전주, 부산 등 지방 주요 관광지로 향한다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관광 소비의 파급효과가 전국적인 수준으로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굿즈는 물론이고 한국 전통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굿즈는 물론이고 한국 전통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케이팝 데몬 헌터스> 특수는 서울을 거점으로 해외 관광객의 추가적인 국내 유입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계기다. 하지만 그동안 해외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문화체육관광부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54.7%를 기록했다. 미국은 42%, 프랑스와 독일은 약 30%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최근 K-컬처 붐에 힘입어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을 넘어서, 높은 구매력을 지닌 고소득 국가 관광객들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한국을 한 번 방문하고 다시 찾지는 않는다는 점은 뼈아픈 일이다.

해외 관광객들의 낮은 재방문율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한국과 서울은 분명 다른 국가에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관광지이기 때문에 여행 만족도 자체는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한 한 가지 답은 한국이 수도권 집중이 심하고, 국토가 좁고 지역별 다양성이 낮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국에 걸쳐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여러 관광지를 개발해, 한국을 여러 차례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해결책이 나온다.

물론 어느 정도 사실을 반영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한 가지 사실이 더 추가될 필요가 있다. 바로 서울 자체도 ‘한 번 보면 충분’하다고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들을 살펴보자. 광화문과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남산타워 등 중구, 종로구, 용산구를 중심으로 한 도심지에 대부분 밀집해 있다. 여기에 홍대, 이태원, 강남 등 유명 번화가를 더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과 비슷한 위상의 메가시티에 비하면, 콘텐츠가 너무 특정 장소에 집중되어 단기간에 경험을 끝낼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한 약점이다.

당연히 서울에는 훨씬 더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 겉보기에는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여도 개별 구마다 각자의 역사와 이야기, 특색이 있다. 영등포구의 문래동이나 성동구의 성수동처럼 한국 청년과 예술가, 지자체에 의하여 특색 있는 거리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핫플’이 유행에 따라 끊임없이 생겨나고, 최근에는 독립문 근처의 딜쿠샤와 같이 근대문화유산도 계속 발굴되어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서울 플레이북 365> 영어판 출간 등 해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 플레이북 365> 영어판 출간 등 해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문제는 서울 시민과 국내 서울 관광객이 역동적으로 만들어내는 서울의 이모저모를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정보 접근성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서울시는 <서울 플레이북 365>를 영어판으로도 출간하는 등 해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게다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예상외의 특수가 발생하기도 하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자발적인 다양한 홍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복잡해지는 인터넷 공간의 추세를 더 반영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추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결국 ‘분화’다. 세계적 미디어를 등에 업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들은 이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신 세대별, 지역별, 취향별로 팬들이 세분화된 ‘인플루언서’들이 생겨났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번역들이 아무리 발전해도 ‘언어’는 여전히 장벽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중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자국 인터넷 서비스를 무궁무진하게 발전시켰다. 그 결과 중국인들은 우리는 잘 알기 어려운 바이두와 위챗에서 정보를 교류한다. 마찬가지로 아랍인, 러시아인, 라틴아메리카인에게도 아랍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로 된 그들만의 인터넷 세계가 중요하다.
글로벌 명소가 된 서대문구 ‘홍제천 수변테라스’ 앞 홍제폭포
글로벌 명소가 된 서대문구 ‘홍제천 수변테라스’ 앞 홍제폭포
이렇게 여러 언어권, 문화권별로 인플루언서가 잘게 나누어지는 상황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의 유행과 추세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어 인터넷을 통해서 발전한다. 언어 장벽이 세계의 인터넷을 나누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여행객들이 한국의 유행을 쉽사리 따라갈 수 없다.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종로, 광화문, 홍대를 넘어서는 서울의 다채로운 장소들이 알려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한 번의 방문을 넘어서 재차, 삼차 서울을 방문하고, 서울의 구석구석에 펼쳐진 다양한 이야기에 매료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더 섬세한 인터넷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을 찾는 주요 국가들에서는 어떤 인플루언서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어떤 여행 트렌드가 발전하고 있는지 파악한 뒤, 서울의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해 그들과 연결해 준다면 어떨까? 우선 문화적으로도 유사하고, 관광 교류가 활발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인접 국가를 상대로 먼저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그저 시작에 불과하게끔, 더욱 많은 해외 관광객이 서울의 유행을 실시간으로 따라갈 수 있는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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