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양금명은 왜 인강에 주목했을까?
임명묵 작가
발행일 2025.05.08. 16:14


임명묵 작가의 ‘K컬처를 읽어드립니다’ (3) 사교육과 인터넷 강의
서울대를 졸업한 금명은 대우그룹에 입사하지만, IMF 외환위기의 파고 속에 정리해고 되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그러던 와중 금명이 주목한 것은 인터넷이었다. IT 벤처붐 속에서 금명이 선택한 업종은 인터넷 강의였고, 금명은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거듭났다.
지난 세월 한국이 경험한 급속한 사회 변화와 그 속에서 한국인 각각의 삶을 그려내고자 했던 이 드라마의 성격을 고려하면, 작품 말미에 ‘인터넷 강의’를 소재로 넣은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1980년대만 해도 대학 진학률은 30% 수준에 머물렀으나, 경제 발전과 치열한 교육열이 맞물리면서 1990년대가 끝날 무렵에는 두 배 가까이 늘어 60%를 훌쩍 넘겼다. 이후 대학 설립을 자율화하면서 각지에 신설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이에 대학 진학률은 2000년대에는 거의 80% 가까이로 늘어나기까지 했다.
고성장 시대였던 과거에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인생의 운명이 완전히 결정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깨우친 기성세대 부모들은 ‘자녀가 낙오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리를 대개 공유했다. 그리고 이 심리를 활용한 사교육의 ‘공포 마케팅’이 큰 효과를 거두면서 한국은 본격적인 입시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한편 사교육 시장이 급속도로 커져 나가면서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교육방송 영역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EBS를 통해 중등교육용 강의를 방송했고, 민간에서는 메가스터디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생겨났다.

오늘날의 또 다른 ‘금명’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가장 결정적인 효과는 교육 시장에 일어난 ‘슈퍼스타 경제학’의 도입이었다. 전국 각지 학교와 학원가에 숨어 있던 명강사들은 인터넷 강의 시장에서 학생들에 의한 즉각적인 인기도 평가를 받았고, 성과를 통해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한 ‘1타 강사’, 혹은 ‘슈퍼스타’ 강사들은 일반적인 공교육, 사교육 종사자로서는 꿈에도 꿀 수 없는 엄청난 인기와 소득을 누리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이들의 강의를 어떤 비용도 없이 소비자에게 배포할 수 있었으니 가능한 것이었다. 아마 <폭싹 속았수다>의 금명도 2010년대에는 이런 스타 강사들을 여럿 거느리며 사업을 키워나갔을 게 분명하다.
2010년대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스타 강사들이 생겨났다. 수능을 볼 일 없는 20대와 30대도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다양한 시험들을 치러야만 했기 때문에 학령 인구가 줄어도 강사 시장은 당분간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이 스타 강사들은 사실상의 인플루언서로 성장하게 되는데, 단순한 강의뿐 아니라 강사 나름의 유머와 인생 철학이 큰 인기를 끌면서 강사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 상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서울런> 정책이 서울을 넘어 전국화되고 큰 효과를 보며 자리 잡는다면, 오늘날의 또 다른 ‘금명’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밑줄 쫙! 수시 6관왕 선배가 강추하는 공부법은 바로~
내 손안에 서울
-
영어캠프부터 토익까지…영어공부도 서울런 하자!
내 손안에 서울
-
교육격차 줄이는 '서울런' 김포에서도 듣는다…사용방법은?
내 손안에 서울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