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디션 선정 마포구 이색명소 '제비다방'의 매력 속으로

시민기자 박미선

발행일 2025.08.08. 12:59

수정일 2025.08.08. 16:13

조회 1,082

문앞에서 본 제비다방 1층. 공연이 진행 중이어서 사람들이 스크린을 향해 앉아 있다. ©박미선
문앞에서 본 제비다방 1층. 방문객들이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관람 중이다. ©박미선
서울시는 ‘서울에디션 25’를 통해 각 구마다 한곳씩을 선정해 시민의 삶과 도시의 감각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25개의 장소를 선정했다. 전문가와 시민이 직접 투표해 선정된 만큼 믿고 가볼 만한 명소로 알려졌다. 그중 마포구에서 이름을 올린 곳은 바로 상수역 인근의 ‘제비다방’이다. ☞ [관련 기사] 믿고 가는 핫플! 시민이 뽑은 '서울에디션25' 명단 공개

‘서울에디션 25’는 단순한 명소 소개가 아닌, 공간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선정된 제비다방은 낮에는 북카페와 다방, 밤에는 공연장과 감성적인 펍으로 변모하는, 시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다층적인 공간이다. 그저 카페도, 그저 공연장도 아닌 이곳이 어떻게 지역주민들과 홍대를 찾는 시민들의 일상 속에 여유와 새로운 경험의 장이 되고 있는지, 또 마을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열린 공간으로 어떤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직접 찾아가 보았다.
사람들이 가득 한 제비다방 1층 모습 ©박미선
사람들이 가득 한 제비다방 1층 모습 ©박미선
지하철 6호선 상수역 3번 출구 '취한 제비'라는 나무간판이 눈에 들어오는 곳에서는 열린 창문으로 환호성이 넘쳐나오고 있었다. 홍대입구 메인거리에서 살짝 떨어진 다소 조용한 주변 거리와 다르게 이곳은 마치 한여름의 뮤직 페스티발을 연상케 한다. 스크린에서는 밴드의 공연모습이 상영되었고, 자리를 가득 매운 사람들은 모두 공연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공연을 보는 것 치고는 마치 직접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이 넘치는 신나는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지하 1층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길. 계단까지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박미선
지하 1층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길. 계단까지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박미선
공연 중인 밴드 '악퉁'의 모습 ©박미선
공연 중인 밴드 '악퉁'의 모습 ©박미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지하 1층에 작은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었고,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1층에서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무대가 바로 보이는 지하 1층은 이미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들어찬 상태였다. 이날은 밴드 '악퉁'이 공연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계단입구까지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1층에서 뻥 뚫린 지하층이 내려다보인다. ©박미선
1층에서 뻥 뚫린 지하층이 내려다보인다. ©박미선
공연 중인 밴드 악퉁의 모습 ©박미선
공연 중인 밴드 악퉁의 모습 ©박미선
1층 바테이블에 앉으면 스크린뿐 아니라 뻥 뚫린 바닥으로 공연장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소리질러!!", "와아~!"
밴드의 열정적인 공연에 관객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제 저희 마지막곡입니다."
"아아..."
관객들의 아쉬운 탄성이 이어졌다. 마지막 곡이 끝나자 한목소리로 앵콜을 외쳤고 공연은 한바탕 다시 이어졌다. 이렇게 한시간 가량의 공연이 끝나고 밤 9시가 지나 공연이 마무리되고, 공간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은 조용히 제비다방을 빠져나갔다. 제비다방은 밤 8시면 화려한 공연장이 되었다가 다시 다방이 된다.

제비다방의 공연은 누구나 무료로 입장해서 볼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액수를 내면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제비다방에서 꾸준히 인디밴드들의 좋은 공연이 열리게 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문구에서 마스크 대신 미소로 살짝 고친 모습 ©박미선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문구에서 마스크 대신 미소로 살짝 고친 모습 ©박미선
공연이 끝나고 한층 조용한 제비다방은 조금전 페스티발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음료나 술잔을 앞에 두고 서로의 얼굴를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감성적인 펍으로 변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조용히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꺼내 작업을 하기도 했다.

"대화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 "옆자리와 최대한 떨어져서 앉아주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낡은 종이에 마스크 대신 "미소를", 떨어져서 대신 "가까이, 그냥 지금을 느끼세요"라는 볼펜 글씨가 덧대어 적혀 있는 모습이 어떤 시기를 지나 여기까지 왔는지를 실감케 했다.
제비다방 지하 1층 북카페 ©박미선
제비다방 지하 1층 북카페 ©박미선
지하 1층에 놓인 긴 원목테이블과 의자 ©박미선
지하 1층에 놓인 긴 원목테이블과 의자 ©박미선
공연이 끝난 지하 1층은 책장에 빼곡하게 책이 꽂힌 조용한 북카페였다. 각기 다른 모양의 의자와 테이블이 공간 전체에 조화롭게 배치돼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유치원 의자 같은 낮은 의자가 쪼르르 놓여 있는 테이블이 눈에 띄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2005년 문을 닫게 된 홍대 앞 단골술집에서 이곳을 기억해 달라며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알고 보니 다양한 소파와 식탁들이 이곳 홍대 주변에서 한때 사용했다 폐업하며 남겨진 것들을 꽤 많이 모아온 것이었다. 이렇게 한때 존재했고 사라진 많은 것들이 제비다방 안에 담겨 있다는 것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제비다방 메뉴판 ©박미선
제비다방 메뉴판 ©박미선
커피와 베이글 ©박미선
커피와 베이글 ©박미선
생각보다 메뉴들이 다채로웠다. 커피와 칵테일, 무알콜 칵테일까지 있었으며 구운 멸치, 제비3분카레, 양송이크림수프, 토마토설탕 등 이런게 다 있네 싶을 만큼 흥미로운 메뉴들까지, 사람들이 모두 다른 걸 먹고 있어서 재밌어 보이기도 했다. 기자도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베이글 크림치즈에 라떼 한 잔을 주문해 잠시 시간을 보냈다. 점심 때쯤 주문해서 밥 대신 간단하게 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비다방 간판이 걸린 모습 ©박미선
제비다방 간판이 걸린 모습 ©박미선
제비다방을 '취한 제비'로 바꾸는 모습 ©박미선
제비다방을 '취한 제비'로 바꾸는 모습 ©박미선
일요일 오후 5시쯤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이번엔 간판에 ‘제비다방’이라는 이름이 걸려 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러 왔다가 날씨가 좋으면 술도 한잔하고,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은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신한다. 그에 어울리게 간판도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매일 저녁 6시가 되면 ‘제비다방’은 ‘취한 제비’로 바뀐다.

간판은 두 겹 구조로 되어 있다. 배경에는 ‘취한다방’이라 적혀 있고, 앞면 슬라이딩 간판에는 ‘제비’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제비’가 앞으로 나오면 ‘제비다방’, 뒤로 밀리면 ‘취한제비’가 되는 식이다. 메뉴가 바뀌는 건 아니지만, 이 작은 변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제비다방의 분위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위트 있는 장치다.

이 작업은 창문을 여닫는 것처럼 수동으로 이루어진다. 아날로그로 움직이는 행위도 꽤 상징적이고, 지나가는 누군가가 간판을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 벌써 저녁 6시구나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역시나 6시가 되고 직원이 긴 막대를 들고 오더니 간판이 바뀌고 있었다.
일요일 벼룩시장 ©박미선
일요일 벼룩시장 ©박미선
제비다방에서는 사람들은 서로의 온기가 닿을 만큼 가까이 붙어서 제비다방의 분위기를 즐기고 곧 있을 공연을 기다렸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행이 아닌 양옆 사람과 한두 마디 나누기도 하며 진짜 다방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바로 뒤편 ‘제비뽑기’라는 공간에서는 일요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벼룩시장이 열린다. 옷, 신발, 소품들이 다소곳이 진열된 작은 공간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어우러지는 모습은 어린 시절 골목 어귀에서 보았던 따뜻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야외 삼각형 테라스 공간 ©박미선
야외 삼각형 테라스 공간 ©박미선
원래 건물에는 앞에 노점상들이 못 들어오게 막아둔 커다란 허당 철골 구조물이 있었다고 한다. 제비다방은 그걸 없애고 대신 삼각테라스를 만들어 누구나 접근 가능하게 공간을 열어두었다고 하는데 앞에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서 버스를 기다릴 수도 있다고 한다. 보통 가게 앞에 의자가 있더라도 그 가게 소유물처럼 느껴지니까 무언가라도 주문해야 앉을 수 있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지만 여기는 누구나 와서 앉아 있어도 된다고 한다. 제비다방은 이렇게 느슨한 경계로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고 실제로 마을의 노인분들이 자연스럽게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고 한다.
제비다방의 평소 모습 ©박미선
제비다방의 평소 모습 ©박미선
밤이면 펍이 되고, 낮엔 조용한 다방이 되며, 인디밴드의 공연장이자 벼룩시장과 정류장이 되어 마을과 자연스럽게 엮이는 곳. 공간이 바뀌고, 사람도 바뀌지만 이곳에 흐르는 따뜻한 결은 변하지 않는다. 추억과 현재, 음악과 일상, 낯선 이와의 인연이 뒤섞이며, 제비다방은 그렇게 오늘도 한 편의 이야기로 남는다.

제비다방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24
○ 운영일시 : 월~일요일 11:30~02:00
제비다방 누리집
서울생활핫플 누리집

시민기자 박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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