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없는 여름 나들이 장소 찾는다면? 선조가 사랑한 이색 피서지

시민기자 박우영

발행일 2025.07.09. 14:46

수정일 2025.07.09. 15:40

조회 2,630

7월 찌는 듯한 무더위에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실내만 찾게 되는 요즘이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 옛 조상들은 더위를 어떻게 피했을까?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지난 주말, 필자는 선조들의 풍류를 떠올려 보며 이색적인 도심 속 피서지를 찾았다. 서울에 남아 있는 대표적 별장 중 하나인 '석파정(石坡亭)'이 바로 그곳이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석파정은 조선 말기 별서로 사용된 근대 유적으로, 특히 흥선대원군이 선택한 별서로도 유명하다. 이름 역시 흥선대원군의 호인 '석파(石坡)'에서 유래되었다. 현재는 별서 전체를 석파정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석파정 명칭 자체는 정자 하나만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래서 가옥 부분을 정자와 구분하고자 '흥선대원군 별서'로 구분해서 부르고 있다.

석파정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앞에 펼쳐진 자연 풍경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초록초록한 경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이 절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고층빌딩 숲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자락 청량한 바람까지 더해져 오랜만에 자연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흥선대원군 별서는 과거 8개의 전각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사랑채, 안채, 별채 그리고 석파정 정자만 남아 있는 상태다. 산책하듯 전각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별서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세 개의 전각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별채는 인근 북악산과 부암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 명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로 곳곳에 심겨 있는 노송들이다. 특히 사랑채 서쪽 뜰에 있는 650년 넘는 소나무 ‘천세송(千歲松)’은 이곳 석파정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소나무다. 이 '천세송'은 서울시 지정보호수 제60호로 지정되어 있다.

별서 전각들 구경을 마치고 조금 걸어가면 계곡 사이로 '석파정' 정자를 볼 수 있다. '유수성증관풍루'라고 불리기도 하는 '석파정'은 화강암으로 마감한 바닥과 동판으로 된 지붕까지, 독특한 외관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한국 전통 정자와는 다른 분위기의 '석파정'은 유럽을 모방한 독특한 청나라풍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는 정자다. 잠시 멈춰서서 숲과 계곡 사이에 자리 잡은 '석파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청량함이 느껴졌다.

'석파정' 정자까지 둘러 보았다면, 이제 석파정 입구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에 들려보자. 이곳에서 현대 미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회를 함께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지난 6월 25일부터 오는 8월 말까지 진행되는 전시 <아로새긴 숲길>은 올해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야외 전시다. '석파정'의 자연 공간을 그대로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덕분에 석파정 곳곳을 산책하며 조각 작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올 여름이 가기 전 꼭 들려보길 바란다.

물론 실내에서도 수준 높은 전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2024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선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 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들과 함께 작가들의 미공개 편지와 글까지 볼 수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만,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와 동서양의 다양한 예술품을 통해 럭셔리 미학을 볼 수 있는 <아트 오브 럭셔리> 전시는 오는 7월 13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일정에 참고 바란다. 이 외에도 일본의 사진 작가 카와시마 코토리의 개인전 <사란란>도 사진에 관심 있는 방문객이라면 관람하기 좋은 전시다.

무더위에 지치기 쉬운 요즘, 서울 도심 속 이색 피서지 '석파정'에 가보면 어떨까. 아름다운 자연 정원 '석파정'의 숨은 매력에 푹 빠지는 시간이 될 것 같다.
흥선대원군의 별서로 유명한 '석파정' 별서 전경 ©박우영
흥선대원군의 별서로 유명한 '석파정' 별서 전경 ©박우영
'삼계동'이라 적혀 있는 석파정 입구 대문. '삼계동'이란 '세 개의 시내가 한군데 모여 흐르는 곳'이란 의미다. ©박우영
'삼계동'이라 적혀 있는 석파정 입구 대문. '삼계동'이란 '세 개의 시내가 한군데 모여 흐른다'는 의미다. ©박우영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소나무들과 푸른 녹음이 싱그럽게 느껴진다. ©박우영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소나무들과 푸른 녹음이 싱그럽게 느껴진다. ©박우영
흥선대원군이 매료 되어 자신의 호를 '석파'로 지었다고 알려진 '소수운련암 각자(刻字)' ©박우영
흥선대원군이 매료 되어 자신의 호를 '석파'로 지었다고 알려진 '소수운련암 각자(刻字)' ©박우영
과거 8개의 전각이 있었으나 현재는 사랑채, 안채, 별채, 석파정 정자만 남아 있다. ©박우영
과거 8개의 전각이 있었으나 현재는 사랑채, 안채, 별채, 석파정 정자만 남아있다. ©박우영
사랑채와 안채 전각 사이에 별채로 갈 수 있는 작은 문이 보인다. ©박우영
사랑채와 안채 전각 사이에 별채로 갈 수 있는 작은 문이 보인다. ©박우영
사랑채 서쪽 뜰에 심겨진 650년 된 노송 '천세송' 모습 ©박우영
사랑채 서쪽 뜰에 심겨진 650년 된 노송 '천세송'. 옆으로 길게 뻗은 가지마다 받침대가 놓여 있다. ©박우영
세월이 느껴지는 '천세송'의 가지 뒤로 노송을 구경하는 방문객들이 보인다. ©박우영
세월이 느껴지는 '천세송'의 가지 뒤로 노송을 구경하는 방문객들이 보인다. ©박우영
천세송 뒤로 '거북 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에도 '삼계동'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박우영
천세송 뒤로 '거북 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에도 '삼계동'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박우영
사랑채에서 바라 본 별채 ©박우영
사랑채와 안채보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별채가 보인다. ©박우영
석파정 곳곳에서 서울미술관 야외 전시 '아로새긴 숲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박우영
석파정 곳곳에서 서울미술관 야외 전시 '아로새긴 숲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박우영
고풍스러운 '석파정'을 배경으로 전시된 작품들이 이색적으로 보인다. ©박우영
고풍스러운 '석파정'을 배경으로 전시된 작품들이 이색적이다. ©박우영
별채로 올라가는 길, 돌담이 운치있게 보인다. ©박우영
별채로 올라가는 길, 돌담이 운치있어 보인다. ©박우영
  • 별채에서 내려다 본 사랑채와 안채 전각 ©박우영
    별채에서 내려다 본 사랑채와 안채 전각 ©박우영
  • 주변 자연 경관과 잘 어우러진 전각들이 한폭의 그림 같다. ©박우영
    주변 자연 경관과 어우러진 전각들이 한폭의 그림 같다. ©박우영
  • 별채에서 아래 전각들로 내려갈 수 있는 문이 보인다. ©박우영
    별채에서 아래 전각들로 내려갈 수 있는 문이 보인다. ©박우영
  • 별채에서 내려다 본 사랑채와 안채 전각 ©박우영
  • 주변 자연 경관과 잘 어우러진 전각들이 한폭의 그림 같다. ©박우영
  • 별채에서 아래 전각들로 내려갈 수 있는 문이 보인다. ©박우영
부암동 일대가 보이는 별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의 모습 ©박우영
한 시민이 부암동 일대가 보이는 별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우영
별채의 툇마루에 앉아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 ©박우영
별채의 툇마루에 앉아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 ©박우영
석파정 입구에 위치한 '서울미술관' 전경 ©박우영
석파정 입구에 위치한 '서울미술관' 전경 ©박우영
 2024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를 관람하고 있는 방문객들 ©박우영
2024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를 관람하고 있는 방문객들 ©박우영
이 전시에서는 이중섭, 김환기 등 국내 미술계 거장들의 미공개 편지와 글들도 함께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박우영
이 전시에서는 이중섭, 김환기 등 국내 미술계 거장들의 미공개 편지와 글들을 함께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박우영
  • 럭셔리 브랜드와 예술계 거장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전시 <아트오브럭셔리 Art of Luxury> ©박우영
    럭셔리 브랜드와 예술계 거장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전시 <아트오브럭셔리 Art of Luxury> ©박우영
  • 강렬한 색감으로 눈길을 모았던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작품 <호박> ©박우영
    강렬한 색감으로 눈길을 모았던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작품 <호박> ©박우영
  • 그래도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조선 백자>였다. ©박우영
    그래도 가장 사랑받은 작품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조선 백자>였다. ©박우영
  • 럭셔리 브랜드와 예술계 거장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전시 <아트오브럭셔리 Art of Luxury> ©박우영
  • 강렬한 색감으로 눈길을 모았던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작품 <호박> ©박우영
  • 그래도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조선 백자>였다. ©박우영
실내 관람을 모두 마쳤다면 미술관 옥상 정원에 전시된 야외 작품들 구경도 잊지 말자. ©박우영
실내 관람을 모두 마쳤다면 미술관 옥상 정원에 전시된 야외 작품들 구경도 잊지 말자. ©박우영

석파정

○ 위치 :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11길 4-1
○ 운영시간 : 수~일요일 10:00~18:00 (입장마감 17시)

시민기자 박우영

서울 곳곳에 숨어있는 다양한 소식들을 사진에 담아 전해드리겠습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