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발굴 현장이 이렇게 바뀌었어요! 광화문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4.06.28. 09:21

수정일 2024.06.28. 17:09

조회 680

광화문에서 바라본 세종대로가 훤해졌다. ‘뭐가 달라진 거지?’ 하며 둘러봤더니 길 건너 좌측에 둘러져 있던 가림막이 사라진 것이다. 광화문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사이엔 오랫동안 가림막이 설치된 공간이 있었다.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관인 의정부가 있던 자리로, 발굴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최근 역사유적광장으로 시범 개방했다. ☞ [관련 기사] '여기가 영의정 집무실' 의정부 터 발굴 마치고 시민 품으로!
(개방 이전) 광화문 동측 의정부지 발굴 현장에 서 있던 가림막이 현재는 사라졌다. ©박지영
(개방 이전) 광화문 동측 의정부지 발굴 현장에 서 있던 가림막이 현재는 사라졌다. ©박지영
가림막이 사라진 자리에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이 시범 운영 중이다. ©박지영
가림막이 사라진 자리에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이 시범 운영 중이다. ©박지영

의정부 유적 현장 공개 프로그램 이후 3년 만에 완전 개방

2021년 6월에 의정부 유적 현장 공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3일간 진행된 현장 공개 프로그램에는 치열했던 관람 경쟁을 뚫은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 총 60명이 다녀갔다. 현장 공개 프로그램은 궁궐 전문가의 안내와 발굴 현장 책임자의 유적 안내, 문화재 보존 처리 전문가의 설명을 엮어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는데,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시민들에게 소개될 의정부지를 기대하기엔 충분할 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개방 이전) 3년 전, 의정부 유적 현장 공개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당시의 의정부지 모습 ©박지영
(개방 이전) 3년 전, 의정부 유적 현장 공개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당시의 의정부지 모습 ©박지영

의정부 터가 처음 확인된 건 2013년이다. 이후 7년여 간의 연구 및 발굴 조사를 바탕으로 2020년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58호로 지정됐다. 조선 왕조의 최고 통치기구로서 역사성이 매우 높고, 학술 조사를 통해 의정부의 주요 건물지 3동(정본당, 협선당, 석획당)근대 건물지 등도 확인되어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의정부 터에선 백자청화운봉문 항아리편 등 760여 점의 다양한 유물도 출토됐다.

그 후 3년 만에 1만 1,300㎡ 규모의 의정부지가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으로 개방됐다. 한 달간 시범 운영한 후 7월 중순 정식으로 개장한다. 이곳에서 발굴된 건물들의 본래 위치와 형태는 재현된 초석 및 흔적 표기를 통해서만 볼 수 있지만, 설명판도 잘되어 있어 예전 공간들을 떠올릴 수 있고, 24시간 개방이라 오가며 둘러보기도 좋다.

의정부지에서 꼭 봐야 하는 곳들

역사유적광장에 처음 도착하면 도로변에 세워진 종합 안내판을 확인해야 한다. 역사유적광장은 유적지 보호를 위해 원래 있던 건물 위치만 표기를 해둬, 설명판을 보지 않으면 전반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종합 안내판 ©박지영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종합 안내판 ©박지영
설명판 아래 QR을 스캔하면 음성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나만의 국가유산 해설사
설명판 아래 QR을 스캔하면 음성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나만의 국가유산 해설사
의정부지는 건물지만 남아 있어 먼저 종합 안내판에서 전반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둘러보길 권한다. ©박지영
의정부지는 건물지만 남아 있어 먼저 종합 안내판에서 전반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둘러보길 권한다. ©박지영

역사유적광장은 종합 안내판이 서 있는 위치부터 보는 게 좋다. 종합 안내판이 있는 뒤는 내행랑으로, 행랑은 대문 양쪽에 붙어 있는 복도 형태의 긴 건물이다. 의정부지에선 'ㄴ' 자 형태로 꺾여 있는 내행랑 건물지가 확인됐다. 내행랑을 들어선 후엔 광화문 방향부터 협선당, 정본당, 석획당 자리가 일렬로 표기되어 있다. 나란히 들어섰던 이들 건물은 의정부의 중심 건물들로 고위 관료의 집무실이나 사무를 봤던 곳이다. 석획당이 끝난 부분에는 내행랑의 남벽 바깥 마당에서 발견된 원형 우물이 재현되어 있다.
각 건물지마다 별도의 설명판이 놓여 있다. ©박지영
각 건물지마다 별도의 설명판이 놓여 있다. ©박지영
우물 자리 ©박지영
우물 자리 ©박지영

그 뒤쪽으론 연지정자가 있는데, 조선시대 대부분 중앙 관청 후원에 연지와 정자가 있었던 것처럼 의정부에도 정본당 뒤에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연지와 정자 터만 구분되어 있지만 비가 온 이후에 가면 고인 물 때문에 조금 더 연지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연지는 비 온 후에 가면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다. ©박지영
연지는 비 온 후에 가면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다. ©박지영

또 의정부의 후원(後園) 영역인 연지와 정자 인근엔 정원과 산책로 등 녹지 쉼터도 조성되어 한 걸음 떨어져 역사 유적지를 조망하며 쉬어가기도 좋다. 가림막이 있던 때엔 주변 직장인들이 가림막을 등지고 담배를 피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는데, 정원이 들어선 이후엔 정원길에 놓인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더 자주 마주친다. 또 늦은 시간 산책을 나왔다가 설명판을 보고 걸음을 멈춘 후 찬찬히 둘러보는 국내외 방문객들도 많다. 이외에도 의정부지 부근엔 공공 화장실도 생겼다.
의정부지 연지 뒤쪽으로 조성된 산책길. 의자도 있어 쉬어가기 좋다. ©박지영
의정부지 연지 뒤쪽으로 조성된 산책길. 의자도 있어 쉬어가기 좋다. ©박지영
휴게 장소에서 바라본 의정부지 ©박지영
휴게 장소에서 바라본 의정부지 ©박지영
정원 산책길 입구에 놓인 4월 민주혁명 50주년 기념탑을 한 시민이 보고 있다. ©박지영
정원 산책길 입구에 놓인 4월 민주혁명 50주년 기념탑을 한 시민이 보고 있다. ©박지영
공공 화장실도 들어섰다. ©박지영
공공 화장실도 들어섰다. ©박지영

요즘 낮엔 너무 기온이 높아 잠시만 서 있어도 머리가 아플 정도다. 의정부지가 아주 넓진 않지만 그래도 보는 동안에는 강한 햇볕에 대비한 양산이나 모자 등을 갖추고 돌아보는 게 좋다. 24시간 개방인데다 완전 열린 공간이라 해가 저문 후에 와도 보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더위를 피해 해 질 무렵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많다. ©박지영
더위를 피해 해 질 무렵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많다. ©박지영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76-14번지 외
○ 교통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385m
○ 관람시간 : 24시간 무료 개방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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