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푹푹 찌는 '지하철 지상승강장'의 더위 탈출 방법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5.04.29. 15:40


다만 지하철이 반드시 지하로만 달리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지하철에도 지상구간이 있다. 서울지하철의 지상구간은 다음 표와 같다. 역 수로는 26개(서울시 관할 구간만 정리, 광역전철 구간 제외)이다.
서울지하철 지상구간 목록
노선 | 지상구간, 역 | 역 개수 |
---|---|---|
1호선 | 없음 | 0 |
2호선 | 한양대-잠실나루(구 성내), 신대방-대림, 당산, 성수-신답 | 13 |
3호선 | 지축, 옥수 | 2 |
4호선 | 불암산(구 당고개)-창동, 동작 | 5 |
5호선 | 없음 | 0 |
6호선 | 신내 | 1 |
7호선 | 장암-도봉산, 자양(구 뚝섬유원지) | 3 |
8호선 | 남위례 | 1 |
9호선 | 개화 | 1 |
우이신설선 | 없음 | 0 |
신림선 | 없음 | 0 |

이는 전동차의 모터에 들어가는 힘을 조절하기 위해서 저항기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모터에서 쓰고 남은 전력은 저항기에서 소모되며 여기서 많은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은 터널 내 공기의 온도를 높이며 지하승강장 온도도 높아진다.
하지만 현재는 반도체 소자를 적용한 신형 전동차(VVVF제어방식)가 도입되어 과거처럼 전동차에서 열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또한 지금은 지하승강장에 찬 공기가 나오는 공조시설이 천장에 설치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터널과 승강장의 공기흐름을 차단하는 밀폐형 스크린도어가 완비되어, 승강장의 찬 공기가 터널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사실 과거 지하철 승강장에 냉방시설을 설치할 수 없던 이유는 아무리 승강장에 냉방을 해봤자, 열차가 한번 들어왔다 나가면 터널 쪽으로 찬 공기가 다 빨려나가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크린도어 설치와 함께 공조시설 공사가 함께 진행되면서 효율적인 승강장 냉방이 가능해졌다.

일단 지상승강장은 주변이 뻥 뚫린 곳에 위치하여 천장이 햇빛을 그대로 받는다. 광역전철 노선들과 달리 서울지하철은 건물과 통합된 지하철역이 드물다. 또한 광역전철 지상역들은 1층 지상에 위치한 경우가 많지만, 서울지하철 지상역들은 3층 정도의 고가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승강장에서 밖으로 물건을 던지는 것을 우려하여 창문을 닫아두고 고정해 두는 경우가 많다. 방충망이 있는 경우도 쉽게 찢어지지 않도록 촘촘하고 강한 철망 형태가 많아서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 스크린도어였다. 지상 지하철역에 설치되는 반밀폐형 스크린도어는 키가 매우 높아서, 열차가 들어와도 승강장 쪽으로 바람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과거에는 열차가 한번 지나가면 승강장의 더운 바람을 쓸어가면서 외부의 비교적 시원한 바람을 끌어왔지만, 지금은 스크린도어가 이를 막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지하철 지상승강장은 과거보다 더 덥게 느껴지고 있다. ☞ [관련 기사] 서울지하철이 주목 받는 이유! 사고·열차풍 막아주는 승강장 안전문

첫 번째는 승강장에 스탠드형 선풍기를 가져다 두는 것이다. 선풍기는 전통적인 여름철 냉방 장치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신뢰도가 높다. 다만 찬바람이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에어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을 만족시키는 게 좀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바람의 영향 범위가 좁다는 것이다. 날개가 큰 산업용 선풍기를 설치하더라도 바람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은 넓지 않다. 아울러 부수적인 문제가 있다면 어린이 등이 선풍기에 접근하여 날개 쪽에 손을 넣을 수 있는 문제, 스위치가 보이는 곳에 있다 보니 아무나 임의로 선풍기를 조작할 수 있는 문제 등이 있다.
쉽게 말해 승강장에 배치한 선풍기는 관제(管制)가 안 된다. 지하철역의 모든 설비를 컴퓨터 속에 동일하게 만들어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 스마트 스테이션을 구축하는 시대에, 이렇게 별도 설치형 선풍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식 에어컨은 실외기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서, 배관이나 외부 실외기 설치가 필요 없다. 기계 자체만으로도 냉풍이 나온다. 또한 에어컨에서 발생되는 응축수를 기기 내부의 물탱크에 저장하는 기능도 있어서 응축수 호스도 필요하지 않다.
이 같은 이동식 에어컨은 찬 공기를 원하는 승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보니, 여름 시기에 한하여 지하철 승강장에 설치되곤 한다. 실제로 더운 여름날 이동식 에어컨 앞에서 찬 바람을 맞고 있으면, 정말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만 이동식 에어컨은 가격이 비싸고 전력 소모가 큰 점이 아쉽다. 찬 공기를 맞을 수 있는 영역도 공기 토출구 바로 앞뿐으로 매우 좁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애초에 밀폐된 공간이 아닌데 찬 공기를 내뿜어봤자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애초에 에어컨의 취지는 외부와 단열된 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식 에어컨 앞에 서서 찬바람을 맞는 사람이야 좋겠지만, 공간 자체의 온도를 낮추지는 못한다.

하지만 고객대기실의 문제는 면적이다. 10량 편성 열차가 다니는 승강장의 길이는 200m나 되는데 그에 비해 고객대기실은 너무 작고 좁다(신대방역 기준 9x3m, 전동차 1칸 바닥 면적의 절반 정도). 승강장에 있는 수많은 승객들에게 폭넓게 혜택을 주기는 어렵고 들어가 있는 일부만 에어컨을 쐴 수 있다. 그나마 사람이 몰려서 밀도가 높아지면 에어컨도 소용없게 된다.
그래도 현 시점에서는 가장 유효한 대책인 만큼,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상승강장 고객대기실 설치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앞으로도 고객대기실을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다. 다만 성수역은 승강장이 너무 좁아서, 장암역은 도봉산-옥정간 7호선 연장 공사 때문에 설치 계획이 없다. 또한 지축역은 승강장을 동서로 4:6로 나누어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일산선)과 서울지하철이 각각 관할하고 있는데, 지축역의 고객대기실은 코레일 쪽 영역에 설치될 예정이다. ☞ [관련 기사] 복잡한 홍대입구역과 성수역, 새 출구 만들어 숨통 틔운다!

반면 4호선 불암산역(구 당고개역), 상계역, 노원역은 시 외곽에 있다 보니 아침에는 도심 방면 출발승객(출근)이 많고, 저녁에는 도착승객(퇴근)이 많다. 출발승객은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고객대기실이 필요하지만, 도착승객은 열차에서 내린 후 바로 역 바깥으로 나가기 때문에 고객대기실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 역에는 도심방면 승강장에만 고객대기실이 설치되어 있다.
고객대기실의 기능적 진화도 계속되고 있다. 기존에는 냉난방기와 벤치, 안내방송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 정도였다면, 새로 짓는 고객대기실에는 관열차 도착을 눈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열차행선안내게시기, 겨울에 유용한 온열의자, 좁은 공간을 감안한 공기청정기, 대기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휴대폰 충전기 등이 추가로 설치된다.
실링팬(ceiling fan)은 천장에 설치되는 선풍기로 바닥을 향해 수직 방향으로 바람을 보내준다. 실링팬은 에어컨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선풍기보다 소음이 적다. 또한 날개가 수직으로 서 있는 선풍기에 비해 수평인 실링팬은 날개를 더 크게 할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넓게 바람을 보내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좁은 공간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대기실’도 필요하겠지만, 넓은 공간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중급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링팬’도 더운 여름 지상승강장 더위에 대한 좋은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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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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