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바뀌는 서울지하철 승차권 자동발매기! 새 기능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5.04.01. 17:00


따라서 개표구와 집표구에 모두 역무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특히 개표구에서는 역무원이 구멍 뚫는 개찰가위를 가지고 마분지 승차권 한쪽에 작은 구멍을 냈다. 그래야 표를 다시 쓰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방식의 승차권을 에드몬슨(Edmondson)식이라고 한다. 이 방식을 발명한 영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드몬슨에서 따왔다.
하지만 서울지하철이 계속 건설되자 역의 숫자가 늘어나고 승객들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다양한 목적지의 표를 일일이 구비하기도 힘들고, 개찰구도 승객들로 혼잡해졌다. 나중에 개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개표구를 통과하는 승객이 직접 승차권에 구멍을 내는 기계를 설치하기도 했다. 즉 기존의 에드몬슨식 승차권으로는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승차권 뒷면에 붙어있는 자기 띠는 카세트테이프에서 쓰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소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이곳에는 승차권의 가격, 승차권이 개표된 역과 시각 등이 저장되어 있으며, 도착역 집표기는 이 정보를 확인한 후 올바른 처리를 할 수 있다. 승객이 집표구를 통과하려고 승차권을 집어넣었는데, 승객이 이용한 구간에 비해 승차권 가격이 싸다면 오류를 발생시키고 승객을 통과시키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 역시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적은데 수도권 전철망이 확대되면서 지하철역의 숫자는 끝없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대한 양의 종이가 사용되다 보니 비용과 자원 낭비 문제도 제기되었다.


승차권 자동발매기의 변천
1986년 역무자동화설비 도입 시에는 동전을 넣으면 MS승차권이 나오는 자동발매기가 도입되었다. 크기가 매우 크고, 표면이 스테인리스 재질로 번쩍였기에 연배가 좀 있다면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당시의 자동판매기들은 돈을 먼저 넣고 나서 원하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인데, 이때 도입된 승차권 자동발매기는 버튼을 먼저 누른 후 그에 맞춰 돈을 넣는 방식인 것도 신선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하철 기본요금이 올라가면서 동전만 받을 수 있었던 자동발매기의 이용률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노인용 우대권 이용자가 늘어나는데 우대권 지원을 안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따라 당시 서울메트로에서는 기기의 외양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신분증 인식기, 터치스크린, 지폐처리기 등을 설치하여 개조를 하기도 했었다. 지금 쓰고 있던 자동발매기의 원형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자동발매기는 서울지하철의 편리한 이용에 크게 기여해 왔으며, 지금까지도 잘 쓰이고 있다. 다만 이제는 도입된 지 16년이나 지난 관계로 기기 자체가 점차 노후화되고 있다.

서울지하철 외 다른 노선 승차권 자동발매기는 어떤가?
신분당선에서 쓰는 자동발매기의 특징은 보증금 환급기가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지하철 자동발매기는 승차권 발매기와 보증금 환급기가 따로 설치되어 있다. 그러면 승차권 발매기 속에 들어있던 1회용 승차권은 점점 줄어들고, 보증금 환급기 속에는 1회용 승차권이 점점 쌓이게 된다. 따라서 역무원이 주기적으로 환급기에서 자동발매기로 1회용 승차권을 옮겨주어야 하는데 이것도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신분당선 발매기의 또 하나 인상적인 기능은 발매기 오른쪽 하단에 설치된 간편발매라는 실물 버튼을 누르면, 기본요금 1회용 승차권 발매화면으로 바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기본요금으로 우선 구입한 후에, 도착역에 도착하여 정산기에서 정산하라는 취지다. 사람이 많을 때 급하게 승차권을 구입해야 할 때 유용하다. 과거에는 서울지하철 자동발매기에도 터치스크린 형태로 이 기능이 있었는데, 현재는 없어진 상태다.

또한 GTX-A선에서는 승차권 자동발매기 옆에 선불교통카드 판매기가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원래 과거 서울지하철에도 선불교통카드 판매기가 있긴 했는데, 현재는 모두 철수한 상태다(2022년 9월 15일). 대신 주변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구입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판매채널이 많을수록 좋으며, 특히 외국인들은 외국어 서비스가 가능한 자동판매기 쪽이 더 편리하므로 서울지하철에 선불교통카드 자동판매기가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새로운 자동발매기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요구사항은 현금 외에 다른 결제수단으로도 카드 구입이나 충전이 가능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용카드나 요즘 활발히 사용 중인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이다. 과거에 비해 물가가 오르고 현금 사용 비중이 낮아졌는데도 자동발매기에서는 여전히 현금만 쓸 수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기권이나 기후동행카드는 고액을 충전해야 하는데도 현금만 쓸 수 있는 것은 문제이다.

이밖에 역무실이나 편의점에서 직원과 대면해야만 할 수 있었던 업무인 교통카드 환불이나 청소년 카드 등록 등을 충전기를 통해 하고 싶다는 요구가 있다. 결국 과거의 1회용 발매기와 교통카드 충전기 역할만 하던 단순한 기능의 기계가, 향후에는 더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 키오스크(Kiosk)로 발전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새 승차권 자동발매기 도입된다!
도입 예정인 신형 자동발매기에서는 현행 1회권뿐만 아니라, 정기권, 대중교통안심카드, 기후동행카드, 선불교통카드의 총 5종의 카드구입이 가능해지며, 현금 외에도 신용카드와 간편결제(각종 ‘페이’)로도 결제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기존에 직원을 대면해서 처리해야 했던 일부 업무들도 키오스크로 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새롭게 도입예정인 교통카드 키오스크에 바라는 점이라면, 우선 외국어 서비스를 강화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후불교통카드의 이용량이 매우 높다 보니 교통카드 충전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선불교통카드나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도 그렇게 자주 충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승차권 발매기를 주로 이용하는 계층은 외국에서 온 개별 관광객들이다. 이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발매기에서 외국어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만 지원하는데 가급적이면 더 많은 외국어도 지원하기를 바란다. 서울지하철 이용 첫 단계에서 자기 나라 말로 환대를 받은 외국 관광객은 서울시에 좋은 인상을 가질 것이다.

즉 한국인이 우리나라 신용카드를 가지고 서울지하철에서 찍고 바로 탈 수 있듯이, 그 카드 그대로 일본 지하철에서 찍고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편의성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이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2004년 서울대중교통개편 및 2009년 카드식 1회용 승차권이 도입 후 많은 시간이 지났으며, 이제 자동발매기도 새로운 발전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버스노선 종합개편이 예정되어 있는데, 같은 시기에 승차권 자동발매기도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후동행카드 도입 등 새로운 교통카드 체제에 발맞추게 될 신형 승차권 자동발매기 및 충전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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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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