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홍대입구역과 성수역, 새 출구 만들어 숨통 틔운다!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4.11.12. 16:00
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맞은편, 8-1번 출구 신설 계획
홍대입구는 원래부터 대학가이자 젊음과 문화의 거리로 유명했지만 요즘은 날개를 단 느낌이다. 특히 지난 2012년 경의선 전철이 개통되었는데, 이로 인해 지상 철길이 없어지고 소위 ‘연트럴파크’라고도 불리는 ‘경의선 숲길’이 들어선 게 주효했다. 교통이 편리해지고 즐길 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홍대거리’라고 불리는, 홍대입구역 7번 출구부터 마포새빛문화숲(구 당인리발전소)까지의 완만하게 꺾이는 길(어울마당로)은 과거 당인리 발전소로 석탄을 운반하던 당인리선 철도가 지나가던 곳이었다는 점이다. 즉 홍대입구 거리의 두 번의 큰 발전은 지상 철길을 치우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 [관련 기사] 잃어버린 서울의 철도를 찾아서
게다가 공항철도를 타고 들어왔다가 서울 곳곳을 운행하는 2호선을 타려면 홍대입구에서 환승까지 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짐 보관 및 생활물류 서비스 ‘또타 러기지’(T-Luggage)가 홍대입구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홍대입구역의 승객은 계속 늘고 있다. 작년 기준, 서울교통공사 전체 역들 중 승하차 3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홍대입구역인데도 공항철도나 경의선보다 2호선의 이용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일단 경의중앙선과 공항철도의 홍대입구역은 북동쪽의 외진 곳에 있어서 홍대거리 중심부까지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엄청난 수준의 인구밀도를 보여주는 홍콩에서는 지하철역에서 먼 곳까지 통로를 만들고 그곳에 출구를 만드는 방법을 쓰고 있다. 홍대입구역으로 치면 역에서 홍대거리 중심부까지 지하통로를 만들고 거리 한복판에 출구를 만드는 식이다. 그러면 홍대거리 중심부에서 홍대입구역까지 지상통로와 지하통로 2개가 확보되므로 승객 분산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
대신 이 8-1번 출구는 지상 끝 부분이 양화로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중앙정류장으로 건너가는 횡단보도에 가까우며, 특히 지하의 출구 시작 부분은 2호선 홍대입구역의 개집표기 바로 앞이라 이쪽을 이용하는 승객이 꽤 많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8-1번 출구에는 상하행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현재 9번 출구는 좁은 폭과 막대한 이용인원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② 성수역 3번 출구 맞은편, 새 출구 설치 준비
그런데 이곳의 분위기가 일명 ‘힙스터’ 문화로서 주목을 받고, 이에 따라 각종 카페와 공방들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성수역 주변의 발전에는 2005년 개장한 서울숲공원과, 강남과 성수동을 빠르게 잇는 분당선 전철의 개통(2012년)도 큰 기여를 하였다. 강남에서 가깝다 보니 강남 대신 성수동을 선택한 기업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성수역은 과거에 비해 승객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현재 역 주변의 5,000개가 넘는 지식산업센터 기업 종사자들과 다수의 문화거리 소비자들이 몰려 성수역은 출퇴근시간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 기준으로 지어진 성수역이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 [참고] 성수역 출구 실시간 혼잡도 라이브캠(성동구청 제공)
한편 이 같은 섬식승강장 구조 때문에 성수역은 승강장이 좁은 편이며 확장도 불가능하다. 상대식 승강장은 선로가 없는 바깥쪽으로 바닥을 넓히면 되지만, 섬식승강장은 양쪽이 선로라 확장을 하려면 선로까지 옮겨야 하는 엄청난 대공사가 된다.
이렇게 계단을 남겨두는 것은 비용을 아끼기 위함이거나 지형상 짓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승객이 너무 많아 설치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려면 그 출구를 한동안 막아야 하는데 이용객이 많은 출구를 막으면 그 기간 동안의 혼잡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에스컬레이터의 속도가 느리다 보니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긴 줄이 형성(예: 과거 사당역 3번 출구, 복정역 2번 출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성수역은 4개 출구 모두에 여유 있게 에스컬레이터를 다 설치했으니, 과거 성수역은 에스컬레이터 설치에 부담이 없을 정도로 승객이 적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승객이 제일 많이 몰리는 3번 출구의 반대 방향으로 출구를 짓는 것이다. 현재 3번 출구는 동쪽을 향하여 내려오는 구조인데, 새 출구는 서쪽을 향하여 내려온다. 다만 새 출구가 내려오는 지상에는 찻길이 있기 때문에, 계단 높이에 걸려 차량이 지나가기 힘들게 된다. 그래서 이곳에는 차량이 우측으로 빠져나갈 차로를 새로 확보할 예정이다.
새 출구의 특이한 점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짓는다는 것이다. 이는 맞은편인 3번 출구에 이미 에스컬레이터 설치되어 있는 데다가,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의 수송력이 더 높기 때문이다. 즉 계단으로 만들면 에스컬레이터처럼 입구에서 줄을 서서 타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본 사업은 설계 중이며 개통은 내년 10월로 예정되어 있다.
서울의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 속도는 분당 25~30m 수준인데, 이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꽤 느린 속도이다. 런던·일본·홍콩·싱가포르는 45m/분, 모스크바는 50m/분이다. ‘빨리빨리’의 민족이라면서 이상하게 에스컬레이터만은 다른 나라보다 많이 느리다.
지하철역의 낮은 에스컬레이터 속도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입구의 긴 줄 형성, ▴에스컬레이터 대기열로 인한 승강장과 대합실의 혼잡, ▴지상에서 지하 승강장까지의 통행시간 증가로 지하철 통행의 속도 경쟁력 하락, ▴느린 에스컬레이터 대신 빠른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엘리베이터가 필수인 장애인과 유모차의 소외, ▴느린 속도로 답답한 마음에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사람이 늘어나 이로 인한 사고와 고장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서울지하철이 에스컬레이터를 낮은 속도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교통약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는데, 이는 규제만능주의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낮은 에스컬레이터 속도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안타도 되는 사람들까지 엘리베이터로 몰려들어 정작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출구가 신설되는 홍대입구역과 성수역은, 마침 서울지하철에서 노인 이용객이 가장 적은 역들이다.
순위 | 호선 | 역명 | 무임승객 비율 |
---|---|---|---|
1 | 2호선 | 한양대 | 4.2% |
2 | 공항철도 | 홍대입구 | 4.5% |
3 | 2호선 | 홍대입구 | 4.5% |
4 | 6호선 | 한강진 | 5.1% |
5 |
경부선(급행열차 지상 승강장) | 서울역 | 6.2% |
6 | 9호선 | 신논현 | 6.3% |
7 | 9호선 | 여의도 | 6.7% |
8 | 공항철도 | 마곡나루(서울식물원) | 6.7% |
9 | 6호선 | 상수 | 6.7% |
10 | 5호선 | 여의나루 | 6.8% |
11 | 2호선 | 강남 | 6.9% |
12 | 5호선 | 여의도 | 7.1% |
13 | 2호선 | 합정 | 7.3% |
14 | 2호선 | 성수 | 7.3% |
이 두 역은 다른 역들에 비해 노인 이용객이 뚜렷하게 적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가 증속되더라도 이들을 엘리베이터로 유도하는 것(엘리베이터 위치: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성수역 1,4번 출구)이 가능하다. 게다가 에스컬레이터의 속도가 빨라지면 더 많은 승객들을 에스컬레이터에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의 혼잡도가 줄어들어 교통약자의 이용도 편해질 것이다.
교통은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도시구조의 변화에 따라 한가하던 역이 혼잡한 역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심한 혼잡으로 안전까지 걱정되는 홍대입구역과 성수역에 출구가 추가된다는 것에 반가움을 느낀다. 아울러 마침 두 역 모두가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역인만큼, 서울지하철의 고질적인 문제이던 낮은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개선하는 귀중한 테스트베드로도 활용하였으면 좋겠다.
※ 본고에서 소개된 사업내용은 추후 변경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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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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