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에 스며든 빛의 예술…환상적 밤의 정원을 걷다 '물빛연화'

시민기자 황빈

발행일 2025.04.29. 13:00

수정일 2025.04.29. 18:14

조회 204

봄날의 화려한 물빛연화 Ⓒ황빈
서울 한복판,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창경궁을 찾은 날. 햇살이 고즈넉이 내리쬐던 오후, 나는 ‘왕의 정원’이라 불리는 궁궐의 고요한 길을 따라 걸었다. 쌀쌀했던 날씨가 하루 만에 여름이 되어 더웠지만 나무들이 많은 창경궁은 그래도 걸을만했다. 마치 조선의 임금이 되어 정원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하루가 저물고 해가 서서히 지자, 창경궁의 밤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고요했던 춘당지에 음악과 함께 빛의 향연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 사람들이 입을 모아 탄성을 터뜨렸다. 바로 미디어아트 전시 ‘물빛연화’의 시작이었다. 궁궐의 고요한 연못 위에 펼쳐지는 화려한 빛과 영상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선, 하나의 서사로 느껴졌다.

특히 용이 춘당지를 활보하듯 좌우를 꿈틀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은 환상적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 하게하고 감탄사만 나왔다. 한없이 떨어지는 꽃잎은 순간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춘당지의 반영 위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는 단지 한 장면에 머물지 않았다. 궁 곳곳에 설치된 ‘8개의 빛의 만남’은 각기 다른 감동을 전해주었다. 대온실은 제국주의 문화침탈의 비극적인 곳이였으나 조명을 밝혀 이제는 독립국으로 우뚝 선 든든함을 보여 주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단순한 빛, 조명을 벗어나 낮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전시라고 생각 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점은, 이 모든 것이 전통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움을 전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고궁에 빛을 비춘 것이 아니라, 창경궁이 품고 있는 자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예술의 결정체였기에 더욱 깊이 있는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창경궁 ‘물빛연화’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그것은 전통과 현대, 빛과 어둠, 고요와 환희가 만나는 특별한 시간 여행이다. 이 경험은 내게 있어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반전을 선사했다. 아직 이 밤의 정원을 걷지 않았다면, 꼭 한 번 가보기를 바란다. 당신도 분명히, 나처럼 그 아름다움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춘당지에 어두운 밤하늘을 빛내며  연출 되는 물빛 연화를 관람하는 시민들 Ⓒ황빈
춘당지에 어두운 밤하늘을 빛내며 연출 되는 물빛 연화를 관람하는 시민들 Ⓒ황빈
소나무 숲에 잔잔한 빛이 연출하는 경이로운 자연과 빛의 조화 Ⓒ황빈
소나무 숲에 잔잔한 빛이 연출하는 경이로운 자연과 빛의 조화 Ⓒ황빈
미디어 아트와 시민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짐 Ⓒ황빈
미디어 아트와 시민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짐 Ⓒ황빈

2025 창경궁 물빛연화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창경궁 춘당지 일대)
○ 교통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2분
○ 기간 : 2025. 3. 7.~12. 31.
○ 휴궁일 : 월요일, *궁중문화축전 기간(4. 26.~5. 4.)에는 휴궁일 없이 운영
○ 관람 : 자유관람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
○ 문의
- 궁능 활용 프로그램 전화 상담실 (1522-2295)
- 궁능사업실 궁중문화축전팀 (02-3210-4635)

시민기자 황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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