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길도 안심! 서울시 '범죄예방인프라'로 달라진 동네들

시민기자 조송연

발행일 2025.03.14. 13:17

수정일 2025.03.14. 13:17

조회 1,540

서울시 ‘범죄예방인프라 구축사업’ 적용된 창천동·회기역 일대
범죄 예방을 위한 셉테드(CPTED) 공법으로 굴다리를 새 단장했다. ©조송연
범죄 예방을 위한 셉테드(CPTED) 공법으로 굴다리를 새 단장했다. ©조송연
1969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서로 다른 두 대의 자동차를 두고 한 자동차의 창문을 깨뜨리자,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어 차를 더욱 심하게 부수기 시작했다. 이 실험은 이후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을 설명하는 중요한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깨진 유리창 이론’은 무질서한 환경이 범죄를 부추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뉴욕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는 작업을 통해 치안 개선을 시도했다. 당시 뉴욕 지하철은 경찰이 매일 순찰을 돌 정도로 범죄율이 높았다. 하지만 그래피티를 제거한 결과, 범죄율이 75%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단순한 환경 정리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된 것임과 동시에 도시 미관범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수많은 도시들은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 기법‘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 또한 셉테드 기법을 도시 디자인에 적극 도입함으로써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이고 있다. 효과 역시 증명되고 있다. 2019년 경찰청과 건축공간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 5개 지역에서 시행된 셉테드 사업이 5대 범죄 발생을 최대 5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뒤따라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안심반사경 ©조송연
누가 뒤따라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안심반사경 ©조송연
이에 서울시는 2022년부터 범죄·안전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범죄예방인프라 구축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17개 지역에 로고젝터, 반사경, 센서등, 안심 펜스 등 약 2,663개의 범죄 예방 시설물을 설치했으며, 올해는 강북구 번동, 영등포구 대림2동, 중구 황학동 등 3곳이 추가 선정됐다.

그렇다면 범죄예방인프라 구축사업이 실제로 진행된 지역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변화된 모습을 살펴보고자 2023년과 2024년에 선정된 서대문구 창천동동대문구 휘경동 회기역 일대를 찾았다.
새롭게 도색한 굴다리 ©조송연
새롭게 도색한 굴다리 ©조송연
우선 서대문구 창천동을 찾았다. 창천동은 이화여자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이 위치한 대표적인 대학가다. 이 지역은 1인 가구 비율이 높으며, 오래된 굴다리와 공영주차장이 있어 차량 통행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이에 기존 시설물을 정비하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비상벨과 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 환경 개선이 진행됐다.

가장 먼저 굴다리를 노란색으로 도색하고 밝은 조명을 설치해 보행자에게 안정감을 줬다. 또한 굴다리 입구에는 방범용 CCTV를 설치해 보안 강화를 도모했다. 바로 옆 신촌동 제1공영주차장 역시 노란색으로 새롭게 단장해 전체적으로 밝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노란색으로 도색한 신촌동 제1공영주차장 ©조송연
노란색으로 도색한 신촌동 제1공영주차장 ©조송연
공영주차장 내부에는 안심비상벨이 설치됐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공간이라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이 비상벨에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비상벨을 누르세요’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으며, 버튼을 누르면 즉시 서대문경찰서 112 종합상황실로 연결된다.
공영주차장 내부에 설치된 안심비상벨 ©조송연
공영주차장 내부에 설치된 안심비상벨 ©조송연
이와 함께, 여성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에티켓 안내판’도 곳곳에 배치됐다. 골목길과 상가, 주거 지역이 밀집한 창천동의 특성을 반영해 흡연 금지 및 소음 주의 안내판을 설치했으며, 공영주차장 위에는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주거 지역 정숙, 골목길 흡연 금지 등의 내용을 픽토그램과 함께 명확하게 표시했다.

이러한 환경 개선 이후,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창천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안내판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CCTV도 추가 설치된 후로 소음이 줄어든 느낌”이라며, “이전보다 확연히 밝아져 동네 분위기가 한층 더 안전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 공영주차장 외벽을 활용해 에티켓 안내판을 설치했다. ©조송연
    공영주차장 외벽을 활용해 에티켓 안내판을 설치했다. ©조송연
  • 픽토그램과 함께 명확하게 표시된 안내판 ©조송연
    픽토그램과 함께 명확하게 표시된 안내판 ©조송연
  • 공영주차장 외벽을 활용해 에티켓 안내판을 설치했다. ©조송연
  • 픽토그램과 함께 명확하게 표시된 안내판 ©조송연
다음으로 찾은 곳은 동대문구 회기역 일대다. 회기동은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이 위치한 대표적인 대학가로, 서대문구 창천동과 마찬가지로 1인 가구 비율이 높고 골목길이 많은 밀집 지역이다.

2024년, 서울시의 ‘범죄예방인프라 구축 공모사업’에 선정된 회기역 일대는 올해 1월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지역 특성에 맞춘 범죄예방시설 설치가 끝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LED 주소 안내판이다. 이 안내판은 SOS와 비상벨 위치를 안내한 후, 현재 위치를 LED 화면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특히 어두운 밤에도 환하게 빛나며 길을 찾기 쉽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 어두운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LED 주소 안내판 ©조송연
    어두운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LED 주소 안내판 ©조송연
  • 범죄 예방을 위한 안심반사경 ©조송연
    범죄 예방을 위한 안심반사경 ©조송연
  • 어두운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LED 주소 안내판 ©조송연
  • 범죄 예방을 위한 안심반사경 ©조송연
이외에도 골목길 곳곳에는 라인 조명스마트 시설물이 설치되었다. 기존의 어두웠던 골목길은 라인 조명을 통해 밝게 빛을 내며, 로고젝터를 활용해 바닥에 조명을 투사하는 등 보다 안전한 환경을 조성했다.
골목길 곳곳에 라인 조명이 설치됐다. ©조송연
골목길 곳곳에 라인 조명이 설치됐다. ©조송연
다세대주택의 공동 현관에는 올인원 보안도어 개폐장치가 도입되어 범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스마트 안심모듈형 비상벨을 설치해 위급 상황에서도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오래된 주택의 벽면과 계단도 새롭게 도색해 골목길을 더욱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단장했다.
로고젝터를 활용해 바닥에 조명을 투사했다. ©조송연
로고젝터를 활용해 바닥에 조명을 투사했다. ©조송연
서울시는 앞으로도 범죄예방인프라 구축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도 안전한 도시를 위해 힘쓸 예정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과 셉테드 기법이 실제 범죄율 감소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범죄 예방 시설물 설치가 서울시 전체에 확산해 더 많은 시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서울’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

시민기자 조송연

서울의 문화와 라이프를 알리고 싶은 서울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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