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굴개굴~ 서울 개구리, 깨어날 때가 다가오나 봄!
곽재식 교수
발행일 2025.02.26. 14:49


서울 속 숨은 과학 찾기 (26) 서울 개구리로 불리는 ‘금개구리’
마침, 그런 동물이 있다. 바로 서울 개구리라고 하는 동물이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는 명칭은 금개구리인데, 영어로는 이 개구리를 Seoul frog라고 하므로 그 뜻을 번역하면 서울 개구리가 된다. 그런 만큼 한국에서 발견되어 한국에서 살고 있는 특별한 개구리이며 그중에서도 중부 지역 일대를 비롯한 서울에서도 발견되는 개구리다.
참개구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종인 ‘금개구리’
겉모습만 보면 금개구리가 참개구리와 달라 보이는 점은 등에 두 줄의 금색 줄무늬가 있다는 특징 정도다. 그래서 금개구리를 금줄개구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금개구리의 생활 방식을 살펴보면 참개구리와 좀 더 선명하게 다른 점들이 더 보인다.
우선 금개구리는 참개구리에 비해 잘 못 뛰고 이동도 덜 하는 편이다. 개구리라고 하면 보통 팔딱팔딱 잘 뛰는 날렵한 동물이라는 인상이 있다. 금개구리도 대략 60센티미터 정도는 뛸 수 있다고 한다. 금개구리의 몸 길이가 6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몸 길이의 열 배쯤을 뛰는 셈이다. 이것은 1.8미터 키인 사람으로 따지자면 18미터를 뛰었다는 뜻이 되니까 사람과 비교해 보자면 금개구리도 엄청난 재주를 지닌 셈이다. 실제 사람의 제자리 멀리 뛰기 기록을 측정해 보면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자기 키의 세 배를 넘기기란 어렵다.
그러나 개구리들의 세계에서는 이 정도 실력이 아주 뛰어난 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금개구리와 비슷한 참개구리 중에는 1미터 정도를 뛰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개구리들을 잡아먹는 새 같은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도망가야 한다면 이 차이는 크다. 참개구리와 금개구리가 모여 있는 곳에 새가 나타났다고 하면 참개구리가 먼저 멀리 도망가는 사이에 금개구리들만 먼저 다 잡아먹힐 것이다.
이 외에 금개구리에게는 다른 약점도 있다. 예를 들어 금개구리는 울음주머니가 별로 발달하지 못했다. 개구리는 울음소리로 암수가 서로 짝을 찾아 만나서 후손을 남긴다. 그러므로 다른 개구리에 비해 울음주머니가 발달하지 못했다면 짝짓기에서도 불리할 가능성이 있을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정도 단점 때문에 금개구리가 멸종위기 종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런 단점이 있다고 해도 한동안 금개구리는 번성해서 한반도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것은 비록 금개구리가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해도 개구리인 이상 개구리 자체의 독특한 장점을 충분히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을 변신하며 두 가지 전혀 다른 생물처럼 사는 생물
어릴 적 올챙이 시절의 개구리는 아가미를 갖고 물속에서 살면서 꼬리를 흔들어 헤엄을 잘 치는 것을 장기로 살아가고, 주로 움직이지 않는 먹이를 먹는 초식 동물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 그에 비해 자라나 개구리로 변신하면 허파를 갖고 육지에서 생활할 수 있으며 뜀뛰기를 잘할 수 있는 강한 다리로 뛰어다니는 것을 장기로 살아간다. 먹이도 완전히 달라져서 다 자라난 개구리는 주로 곤충 등의 벌레를 사냥해 잡아먹는 육식 동물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
몸을 변신하는 과정을 겪으며 마치 두 가지 전혀 다른 생물처럼 일생을 살아갈 수 있는 생물이 바로 개구리다. 이런 변신을 할 수 있는 동물은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신하는 곤충들 정도다. 개구리 정도 되는 크기가 크고 몸 구조가 복잡한 생물이 이렇게 완전한 변신을 한다는 점은 대단히 신기하다.
개구리처럼 어릴 때와 자라난 후에 몸 구조가 완전히 다르면 훨씬 전문화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보자면, 올챙이 시절에는 한 군데에서 구하기 쉬운 음식을 많이 먹으며 튼튼하게 빨리 자라나는데 집중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개구리 시절에는 물 밖으로 나와 뛰어다니면서 멀리 퍼져나가 다른 곳을 개척해서 퍼져나가는 전문가로 변해 살아가게 된다.
즉 어릴 때는 성장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자라나서는 개척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구리는 쉽게 금방 잘 자라나면서도 다양한 장소로 빨리 퍼져나갈 수 있다.

반대로 만약 개구리가 성장하기도 전에 어릴 때부터 그냥 개구리 상태로 계속 육지를 돌아다니며 힘겹게 날아다니는 곤충을 사냥하면서 사는 생물이었다면 조그마한 몸집으로 곤충을 공격하며 다니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작은 몸집으로 잠자리나 풍뎅이 같은 먹이를 사냥하겠다고 다투다가 이기지 못하고 굶주리기 십상이다.
개구리처럼 몸이 완전히 변신하는 동물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은 같은 종족끼리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만약 개구리가 어른이 되어서도 물속에서 올챙이처럼 산다면 작은 올챙이들이 먹어야 할 먹이를 커다란 어른 개구리가 다 먹어 치우며 돌아다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올챙이들이 쉽게 자라날 수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 어른 개구리는 올챙이와 사는 장소도 다르고 식성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경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올챙이는 마음껏 주변 환경을 누리며 자라날 수 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생각 못하기 때문에 개구리와 올챙이는 각자 잘 살 수 있다. 만약 사람도 나이 40세 즈음이 되면 인어로 변신해서 바다로 들어가서 살게 된다면, 도시에 빈집이 넘쳐 날 것이고 청년 세대가 도시에서 살 집을 구하기가 훨씬 좋을 것이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생각 못하기 때문에
개구리와 올챙이는 각자 잘 살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경쟁에 밀려난 금개구리
여기에 황소개구리처럼 해외에서 들어와 금개구리의 삶을 위협하는 동물들이 급격히 증가하기도 했다. 황소개구리는 다른 개구리와 올챙이를 직접 공격하기도 하거니와 황소개구리가 늘어나면서 먹이를 먹어 치우고 살 곳을 독차지하면 금개구리는 살 곳이 없어진다. 그렇다 보니 1990년대에 이미 금개구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생물 2급 종으로 지정되었다.
다행히 근래에 국민들의 관심과 투자로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고 당국에서 금개구리 보호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기에 금개구리가 이대로 속절없이 멸종되지는 않을 듯하다.
예를 들어 서울대공원에서는 금개구리를 길러서 금개구리가 살 수 있는 야생 환경에 내보내는 작업을 조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작년 8월에는 300마리의 금개구리를 이런 식으로 야생에 내보냈다.
2010년대 중반에 마찬가지로 서울대공원에서 길러 구로구 궁동생태공원에 내보낸 100마리의 금개구리들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겨울잠을 자는 데 성공한 사례가 확인되기도 하여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 꾸준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언제인가는 서울 개구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울 각지에서 금개구리를 어렵잖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개구리는 곤충 같은 다른 작은 동물을 잘 잡아먹는 포식자이면서도, 동시에 새 등에게 자신이 잡아먹히는 피식자이기도 하다. 즉 개구리는 먹이사슬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동물이며, 따라서 생태계 전체의 변화를 중간에서 잘 나타낼 수 있다.
그러니 곧 봄이 되어 깨어날 개구리들의 삶이 변화하는 모습은 우리가 사는 환경이 얼마나 건강한지, 안전한지를 나타낼 수 있는 자료다. 이렇게 보면 개구리는 우리 대신 환경을 먼저 느끼는 정찰병이고 환경의 변화를 먼저 알려 주는 파수꾼이다. 계절의 변화를 즐기는 동안, 주변의 사소해 보이는 문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결국 환경과 삶을 지키기 위한 투자가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아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어쩌면 북악산에도? '별에서 온 그 돌' 이야기
곽재식 교수
-
돌을 아십니까? 지구의 나이부터 콘크리트의 라돈까지
곽재식 교수
-
'경로를 벗어났습니다'…텃새가 된 철새를 아시나요?
곽재식 교수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