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3.1 독립 운동의 흔적들

시민기자 이상돈

발행일 2025.02.25. 09:33

수정일 2025.02.25. 18:38

조회 7,081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서가 선포되었던 탑골공원 내 팔각정 ©이상돈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서가 선포되었던 탑골공원 내 팔각정 ©이상돈

3.1운동의 발상지, 탑골공원

뜻깊은 삼일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3월 3일 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짧은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제106주년 삼일절을 맞아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 운동인 3.1독립만세운동(이하 3.1운동)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자 한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이 모여 있던 ‘태화관’과 300m 떨어진 ‘원각사지 10층석탑’이 있는 탑골공원에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대표들이 보이지 않아 웅성거리는 군중 속에서 학생 대표 정재용이 팔각정에 올라서 ‘기미독립선언서’를 힘차게 낭독했다. 곧이어 ‘만세!’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자그마한 태극기와 독립선언서가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듯이 쏟아지고 사람들은 모자를 벗어 허공에 던지며 뛸 듯이 기뻐했다.
3.1독립운동의 발상지인 탑골공원. 만세를 외치는 조각상들 ©이상돈
3.1독립운동의 발상지인 탑골공원. 만세를 외치는 조각상들 ©이상돈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독살설이 퍼진 것이 계기가 되어 그 후 3개월간 지속된 ‘3.1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시위 군중은 보신각을 지나 대한문을 향하면서 “일본군과 일본인은 일본으로 돌아가라”, “조선 독립 만세”, “조선 독립정부를 수립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온 서울 시내가 흥분된 군중과 만세 소리로 들끓었다. 시위 행렬은 대한문에 이르러 고종 황제의 빈전을 향해 삼례를 올렸다.

시위대는 대열을 나누어 한 대열은 정동의 미국영사관으로 향하고, 다른 대열은 남대문을 지나 왜성대의 총독부로 향했다. 만세 행진은 해 질 무렵부터는 교외로 번져 나갔으나 일본 군대와 기마경찰의 무력 저지로 인해 강제 해산될 때까지 ‘공약 3장’에서 밝힌 대로 질서를 유지했기 때문에 단 한 건의 폭력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3.1운동의 중심지로 4.23국민대회를 개최하고 한성정부를 선포한 보신각 앞 ©이상돈
3.1운동의 중심지로 4.23국민대회를 개최하고 한성정부를 선포한 보신각 앞 ©이상돈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아 선발된 사람들이 보신각 타종 의식에 참여했다. ©이상돈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아 선발된 사람들이 보신각 타종 의식에 참여했다. ©이상돈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보신각종 타종 의식에 대한 안내문 ©이상돈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보신각종 타종 의식에 대한 안내문 ©이상돈

보신각 타종의식

전국적인 범위에서 신분을 망라하여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비폭력적으로 저항한 만세 소리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켜 한국인에 대한 독립에 대한 의지를 세계 만방에 알렸다. 3.1운동 후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고, 일제는 군인 경찰에 의한 무단통치를 문화통치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은 동장군의 마지막 위용이 마냥 옷깃을 여미게 하는 2월의 마지막 주말. 삼일절을 앞두고 ‘나라 사랑’의 마음을 되새기며 서울의 중심부를 걷는다. 그날의 ‘만세!’ 소리가 가시지 않은 여운을 마음에 담고 탑골공원을 나와 종로 대로를 따라 잠시 걸으니 ‘보신각’이다.

마침 오전 11시가 지나니 국경일이 아니지만 ‘보신각 타종 행사’를 위해 2층 종루에 타종 준비가 한창이다. 서울시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부터 12시 10분 동안 누리집으로 접수하여 선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년 특별한 날에만 보고 들을 수 있었던 타종 의식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시행하고 있다. “방송에서만 보고 들었던 보신각 종을 내가 친다니 너무 좋아요!” 엄마, 아빠와 같이 동아줄을 움켜쥔 아이의 모습에 즐거움 너머로 엄숙함도 잔뜩 배어 있다.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제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건축한 '기념비전' ©이상돈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제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건축한 '기념비전' ©이상돈
광화문광장에서 바라본 기념비전 ©이상돈
광화문광장에서 바라본 기념비전 ©이상돈

기념비전

종로 거리에 울려 퍼지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관악산에서 몰려오는 화기를 잠재우며 거북선을 앞에 두고 긴 칼을 차고 서 계신 이순신 장군이 지키고 있는 광화문광장에 닿았다. 충무공 애민의 마음을 새기며 광화문 사거리 한 모퉁이 교보빌딩 앞에 작지만 고색창연한 자태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념비전’에 섰다.

이 기념비전은 일제의 침탈이 극심하던 때인 1903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 황제의 제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건축한 기념비를 모시는 전각이다. 이 기념비는 한국전쟁 때 방치되어 있던 것을 1954년 비각을 보수하면서 일본인에게 팔렸던 만세문과 담장을 찾아다가 복원하여 1979년에 옛 모습을 갖추고 1969년 사적 제171호로 지정되었다.
1945년 반민족주의자들을 대상으로 '부민관 폭탄의거'가 발생했던 현 서울시의회 ©이상돈
1945년 반민족주의자들을 대상으로 '부민관 폭탄의거'가 발생했던 현 서울시의회 ©이상돈
3.1운동 당시 시위 군중들이 부복했던 덕수궁에서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상돈
3.1운동 당시 시위 군중들이 부복했던 덕수궁에서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상돈

부민관과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촛불 혁명의 성지인 세종로를 잠시 걷다 보면 ‘서울시의회’가 나온다. 지금은 의사당이지만 1935년 신축 시 일제가 그 당시로는 최고의 건축 기술과 자금을 들여 지은 ‘부민관’이라 칭한 다목적 건물이었다.

부민관에서는 1945년 7월 24일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친일 반민족주의자들’이 국민을 선동하여 전쟁터로 몰아넣기 위해 ‘아시아 민족 분격대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이때 유민수 선생 등 독립결사체인 ‘대한애국청년당원’들이 수차례 실험을 거쳐 제조한 사제 시한폭탄을 들고 몰래 잠입해 연설 도중 터뜨려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어 대회를 무산시킨 ‘부민관 폭탄의거’를 감행한 장소다.

1919년 3월 1일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던 군중들이 돌아가신 고종 황제에게 부복하여 절을 했던 덕수궁 정문에는 옛 의식을 재현한 수문장 교대식이 한창이다. 요즘 들어 휴일의 도심에 나오면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많다는 것을 자주 느끼지만, 특히 고궁에 오면 더욱 실감이 난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사진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환구단 ©이상돈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환구단 ©이상돈
환구단 터에 남아 있는 악기를 상징하는 듯한 모양의 3개 석고 ©이상돈
환구단 터에 남아 있는 악기를 상징하는 듯한 모양의 3개 석고 ©이상돈

환구단

겨울철 동안 야외 스케이트장으로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봄이 오기 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정리 작업이 한창인 서울도서관(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가로질러 ‘환구단’의 계단을 오른다.

환구단은 유교의 예법에 따라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장소다. 고종은 조선의 자주국임을 세계에 알리려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이곳 원구(圜丘)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황제 자리에 올랐다. 1913년 일제에 의해 환구단은 헐리고 그 터에는 지금의 조선호텔이 들어섰다. 하지만 환구단 터에는 황궁우와 석고 3개가 남아 있다. 황궁우는 1899년에 만들어진 3층의 8각 건물이며, 석고는 악기를 상징하는 듯한 모습으로 화려한 용무늬가 조각되어 있다.
시청 앞에 세계 주요 도시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 ©이상돈
시청 앞에 세계 주요 도시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 ©이상돈
로봇카페에서 주문을 받은 음료를 내느라 분주한 로봇 ©이상돈
로봇카페에서 주문을 받은 음료를 내느라 분주한 로봇 ©이상돈

시청 로비와 로봇카페

그렇게 격변기 우리 민족의 애환을 마음에 담고 ‘나라 사랑’의 큰 뜻을 헤아리며 다니다 보니 훌쩍 3시간이 지났다. 다리에 피곤이 밀려올 즈음, 세계 주요 도시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 예술적 외관을 뽐내는 서울시청 1층 로비에 들어서니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 규모수직정원이 반긴다.

중앙 벽면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월’에선 서울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연속 상영되며 서울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로비 우측에 운영 중인 ‘무인 로봇카페’에선 고객들의 주문을 받은 로봇이 음료를 내느라 여념이 없다. 한 치의 착오도 없이 다양한 음료를 가성비 좋은 가격으로 전문 바리스타의 레시피를 제공한다. 무인카페 옆 ‘개방형 열린 민원실’에서는 평일에는 민원 상담은 물론 제반 증명과 자격증 각종 민원 서류도 발급해 주는 통합 민원 처리 등 행정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시청 로비를 찾아 무인 로봇카페의 안락한 의자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방문객들 ©이상돈
시청 로비를 찾아 무인 로봇카페의 안락한 의자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방문객들 ©이상돈

'혼자 여행하기 가장 좋은 도시' 세계 1위를 한 '우리의 서울'

안락한 의자에 푹 파묻혀 달콤한 라떼 한 잔에 다소 지친 피로를 풀며 망중한의 여유를 맛본다. 나라 사랑도 되새기고 역사도 배우며 교양도 쌓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나절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서울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처럼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과거와 현대가 잘 조화된 도시다. 서울은 세계 최대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선정한 ‘2025 나 홀로 여행지 25곳’ 중 세계에서 ‘혼자 여행하기 가장 좋은 도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민기자 이상돈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밝고 긍정적인 서울토박이로 우리 서울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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