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따라 가는 3.1운동길…유명인 해설 들으며 그날 그곳으로
발행일 2024.02.28. 13:39
종로의 근현대사를 오디오 해설로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종로 모던 길 사운드워크' 프로그램 ⓒ종로구
종로의 근현대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종로 모던 길 사운드워크’는 배우 오만석과 한국사 강사 최태성, 역사작가 박광일 등 종로와 관련 있는 유명인들이 실존 인물이나 가상의 존재로 등장해 10개 코스를 안내해 준다.
105주년을 맞는 3.1절을 앞두고 그 여섯 번째 코스인 ‘3.1운동길’을 걸어보았다. 먼저 한국관광공사 오디오가이드앱 ‘오디(odii)’를 설치하고 ‘종로 모던 길 사운드워크’를 검색해 들어갔다. 각 코스로 들어가면 코스의 오디오 해설사가 자신을 소개한다.
‘3.1운동길’을 안내해줄 해설사는 배우 박형준인데, 그는 3.1만세운동에 앞서 일본 동경에서 있었던 2.8독립선언 9인 대표 중 한 사람인 송계백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전해준다.
105주년을 맞는 3.1절을 앞두고 그 여섯 번째 코스인 ‘3.1운동길’을 걸어보았다. 먼저 한국관광공사 오디오가이드앱 ‘오디(odii)’를 설치하고 ‘종로 모던 길 사운드워크’를 검색해 들어갔다. 각 코스로 들어가면 코스의 오디오 해설사가 자신을 소개한다.
‘3.1운동길’을 안내해줄 해설사는 배우 박형준인데, 그는 3.1만세운동에 앞서 일본 동경에서 있었던 2.8독립선언 9인 대표 중 한 사람인 송계백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전해준다.
‘종로 모던 길 사운드워크’의 여섯 번째 코스인 ‘3.1운동길’은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국내에 전한 유학생 송계백 역할을 배우 박형준이 맡아 전해준다. ⓒ종로구
‘3.1운동길’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민주주의의 시작 3.1운동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송계백은 중앙고등학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드라마 <겨울연가> 덕분에 일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중앙고등학교는 3.1운동의 도화선이 된 장소이기도 했다.
1919년 1월의 어느 날 일본 유학생 송계백이 중앙고등학교를 찾아와 선배이자 중앙학교 교사인 현상윤을 만났다. 그는 일본 유학생들의 거사 계획을 알리며 2.8독립선언서 초안도 전달했다. 그때 그들이 조심스럽게 만났던 숙직실은 ‘삼일기념관’으로 복원돼 있고, 3.1운동의 ‘계획이 시작된 곳’이라는 의미로 ‘3.1운동 책원비’가 세워져 있다.
1919년 1월의 어느 날 일본 유학생 송계백이 중앙고등학교를 찾아와 선배이자 중앙학교 교사인 현상윤을 만났다. 그는 일본 유학생들의 거사 계획을 알리며 2.8독립선언서 초안도 전달했다. 그때 그들이 조심스럽게 만났던 숙직실은 ‘삼일기념관’으로 복원돼 있고, 3.1운동의 ‘계획이 시작된 곳’이라는 의미로 ‘3.1운동 책원비’가 세워져 있다.
중앙고등학교에 ‘3.1운동 책원비’가 서 있다. ⓒ이선미
바로 맞은편에는 1926년 순종 황제 장례일에 일어난 ‘6.10만세운동’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이날 순종의 상여가 종로를 지날 때, 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이 ‘조선독립만세’를 외치며 격문을 뿌렸고 시위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동맹휴학과 만세운동이 이어졌다고 한다. 백 년 전의 자취는 없지만, 일제의 강제 병합과 식민지배에 항거하던 뜨거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순종 황제 장례일에 일어난 6.10만세운동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선미
중앙고등학교를 나와 북촌길을 내려왔다. 저만큼 남산이 내려다보이는 길을 걸어 ‘유심사’ 골목으로 들어갔다. 좁은 골목의 작은 집 벽에 ‘3.1운동 유적지: 유심사 터’라는 표지가 붙어 있고 ‘가정집이니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달라’는 주인의 부탁도 붙어 있었다.
송계백의 은사인 보성고등학교 최린 선생이 일본 유학생들의 거사 소식을 전하러 만해 한용운의 출판사였던 유심사를 찾아 왔고, 대규모 독립운동에 불교계의 참여도 이끌어냈다고 한다.
송계백의 은사인 보성고등학교 최린 선생이 일본 유학생들의 거사 소식을 전하러 만해 한용운의 출판사였던 유심사를 찾아 왔고, 대규모 독립운동에 불교계의 참여도 이끌어냈다고 한다.
한용운이 출판사를 하던 작은 집이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이선미
북촌길을 쭉 내려오다가 창덕궁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에 ‘여운형 선생 집터’ 표석이 있었다. 송계백은 "3.1운동은 일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만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우리의 독립 의지를 널리 밝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며 "여운형 선생은 3.1운동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민족자결주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조선의 독립운동을 알리는 데 큰 수고를 했다"고 전해주었다.
세계를 향해 우리의 독립 의지를 널리 알리고자 했던 여운형의 집터 표석 ⓒ이선미
또 한 사람의 집터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백인제 가옥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손병희 선생 집터’ 표석이 있다. 3.1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우리 민족종교 천도교였는데, 그 중심에 손병희 선생이 있었다. 그의 결단으로 독립운동이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냈고, 기독교와 불교도 동참하게 되었다. 그때 천도교는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고, 독립선언서 인쇄도 맡았다. 천도교 인사들이 민족대표로 나섰고, 독립선언서 맨 앞에 손병희의 이름이 올랐다.
3.1운동의 주축이었던 손병희 선생 집이 북촌에 있었다. ⓒ이선미
헌법재판소를 지나 천도교 중앙대교당에 다다르자, 인도에 ‘독립선언서 배부터’라는 표석이 있었다. 이곳은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보성사 사장으로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인 이종일 선생의 집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멀리서도 시선을 끄는 천도교 교당은 민족종교와는 조금 거리가 먼 외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연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 교당의 건축을 주도했던 손병희 선생은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세상을 떠나 장례식 때에야 교당에 들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천도교 중앙대교당 앞에 ‘독립선언서 배부터’라는 안내가 있다. ⓒ이선미
천도교 중앙대교당 ⓒ이선미
인사동에는 3.1운동과 관련된 장소가 여러 곳 있다.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29명이 모여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태화관 자리를 들러 승동교회로 향했다. 청년 학생들이 뜨거운 마음으로 3.1운동을 준비하던 곳에는 푸른 나무 아래 ‘3.1운동 기념터’라는 표석이 그날을 기념하고 있다.
옛 태화관에 세워진 건물 내부에는 ‘민족대표 삼일독립선언도’가 그날을 전해준다. ⓒ이선미
3.1운동을 준비한 청년 대표들이 모였던 승동교회. 3.1운동 기념터가 있다. ⓒ이선미
‘3.1운동의 길’ 마지막 장소인 탑골공원은 7코스 ‘혁명의 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6코스 마지막 장소와 7코스 시작 장소가 겹치는 곳이다. 탑골공원에서는 오디오 해설사가 방송인이자 역사학자인 정재환으로 바뀐다.
3.1만세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손병희 선생 동상이 탑골공원을 지키고 섰다. ⓒ이선미
청년 정재용이 기미년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탑골공원 팔각정 ⓒ이선미
지금 탑골공원에는 3.1운동을 이끌었던 손병희 선생의 동상과 학생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팔각정, 그리고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 3.1운동을 기념하는 부조가 있다. 그로부터 40년 뒤인 1960년 4월에도 탑골공원에서는 불길 같은 혁명이 이어졌다. 4.19혁명에 무릎을 꿇은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를 발표하던 날, 탑골공원에 있던 이승만의 동상도 국민들에 의해 끌려 내려왔다고 한다. 독립과 민주주의를 이끌어온 혁명의 기억이 생생한 탑골공원이다.
3.1절을 앞두고 ‘종로 모던 길 사운드워크’를 통해 그동안 뭉뚱그려 알았던 이야기들을 더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다. 6코스를 안내해준 독립운동가 송계백은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 ‘2.8독립선언’을 거행한 후 동경 감옥에서 스물넷의 나이로 순국했다. 젊은 나이에 고문으로 순국한 독립운동가의 목소리로 그날의 일을 전해 듣는 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혼자 걸어도 좋지만 여럿이 같이 걸으면 더 좋을 종로 모던길, 남아 있는 9곳의 코스에서 만날 또 다른 이야기들도 기대된다. 올 봄에 강력 추천하는 봄나들이 길이다.
3.1절을 앞두고 ‘종로 모던 길 사운드워크’를 통해 그동안 뭉뚱그려 알았던 이야기들을 더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다. 6코스를 안내해준 독립운동가 송계백은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 ‘2.8독립선언’을 거행한 후 동경 감옥에서 스물넷의 나이로 순국했다. 젊은 나이에 고문으로 순국한 독립운동가의 목소리로 그날의 일을 전해 듣는 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혼자 걸어도 좋지만 여럿이 같이 걸으면 더 좋을 종로 모던길, 남아 있는 9곳의 코스에서 만날 또 다른 이야기들도 기대된다. 올 봄에 강력 추천하는 봄나들이 길이다.
‘종로 모던 길 사운드워크’ 프로그램
○ 오디(odii) 앱 설치 후 ‘종로 모던 길 사운드워크’ 검색
○ 내용 : 종로의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지역 명사들이 종로 모던 길 10개 코스를 실감 나는 연기로 안내하는 오디오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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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종로구 관광체육과 02-2148-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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