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방호울타리 설치하고 LED 표지판 달았다

시민기자 조송연

발행일 2024.10.21. 13:56

수정일 2024.10.21. 13:57

조회 1,430

대학생 때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하지만 면허만 따고 운전을 하지 않은, 흔히 말하는 ‘장롱면허’ 운전자였다. 최근 연수를 마치고 운전대를 잡았다. ‘초보 운전’이다 보니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저녁이 되자, 갑자기 쏟아진 비와 함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좌회전했다. 그때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이 경적을 울렸다. 아뿔싸! 일방통행이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한 상황. 주변에는 일방통행 전용 안내 표지판이 없었고, 좌회전 금지 표시도 없었다. 멀리, 우회전 표지판이 보였지만, 비 오는 저녁에는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지난 7월, 시청역 인근에서 일어났던 사고도 비슷했다. 일방통행 구간을 역주행한 차량이 시민들을 덮쳤고,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직장인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던 사고다.

지난 9월, 시청역 사고 이후 보행자 안전 확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교통안전 시설 보강과 교체, 보행환경 개선 등을 담은 ‘보행자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 [관련 기사] 보행취약도로 98곳에 강철 울타리…보행자 안전강화 대책

이번 보행자 안전강화 대책은 보도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으로, 차도와 보도에 각각 보행자 안전시설, 교통안전표시와 노면표시 등을 설치해 안전한 보행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시청역 사고 이후, 철제 방호울타리로 교체된 모습이다. ©조송연
시청역 사고 이후, 철제 방호울타리로 교체된 모습이다. ©조송연

트럭이 충돌해도 튼튼한 '차량용 방호울타리'

서울시는 급경사‧급커브 도로 등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서울 시내 도로에 차량용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고, 주행 방향 혼동 가능성 있는 일방통행 도로는 운전자가 식별하기 쉬운 LED 표지판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광화문광장과 같은 열린 공간과 인파가 집중되는 공간은 화분을 통해 차량 진입을 막을 예정이다. 그래서 직접 바뀐 현장과 앞으로 안전해질 보행로를 살펴봤다.

먼저, 사고 발생 지점이다. 사고 발생 이후, 단단한 차량용 방호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맞은편 방호울타리와 달리, 강철이다. 두 울타리를 손으로 만져보니, 차이점이 명확했다. 대부분 보도에 설치된 울타리는 보행자의 무단 횡단을 막는 기능에 충실했다면, 차량용 방호울타리는 차량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강철을 사용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설치된 차량용 방호울타리는 차량에 사용되는 소재라고 한다. TS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직접 충돌 시험을 진행하고, 이를 통과한 ‘SB1’ 등급이다. 쉽게 말하자면, 대형 트럭(8t)이 시속 50km로 달려도 뚫리지 않아,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다.

사고 지점에 먼저 차량용 방호울타리를 설치한 서울시는 앞으로 도로 위험 구간에 집중적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인파 밀집 지역과 교통약자 보호구역 등 급경사와 급커브가 많은 구간에도 우선 설치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이태원과 동대문 패션몰 앞 등이 있다.
맞은편 울타리와는 다른 철제 방호울타리로 교체되었다. ©조송연
맞은편 울타리와는 다른 철제 방호울타리로 교체되었다. ©조송연

어두워도 비가 와도 잘 보이는 'LED 표지판'

또한 역주행 등 올바른 주행 방향을 알려주고자 회전 금지 LED 표지판을 설치한다.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됐던, 역주행 금지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시청역 사고를 계기로 일방통행 구간이 많은 웨스틴 조선호텔 앞 구간에, LED 표지판이 새롭게 설치됐다. 그 효과를 살펴보고자 저물녘 때까지 기다렸고,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을 보면, LED 표지판이 적용된 ‘일방통행 진입 금지’ 표지판과 일반 표지판(좌회전 및 직진 금지 표지판)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어두운 밤이면 잘 보이지 않는 일반 표지판 대신, LED 표지판은 비가 오거나 어두운 밤에도 ‘진입 금지’임을 잘 비추고 있다. 특히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야 하는 골목길에는 더 효과적인데, 서울시는 내년까지 LED 표지판을 추가 설치한다고 밝혔다.
  • 인식이 쉬운 LED 표지판 ©조송연
    인식이 쉬운 LED 표지판 ©조송연
  • 기존 표지판과 달리 확연히 눈에 띈다. ©조송연
    기존 표지판과 달리 확연히 눈에 띈다. ©조송연
  • 기존 표지판은 비 오는 날이나 어두운 밤에 식별하기 어렵다. ©조송연
    기존 표지판은 비 오는 날이나 어두운 밤에 식별하기 어렵다. ©조송연
  • 인식이 쉬운 LED 표지판 ©조송연
  • 기존 표지판과 달리 확연히 눈에 띈다. ©조송연
  • 기존 표지판은 비 오는 날이나 어두운 밤에 식별하기 어렵다. ©조송연
앞서 소개한 두 대책은 보행로를 지키고, 차량의 올바른 통행을 돕는다면, ‘보행환경 구축 개선 방안’시민이 걷는 ‘보행길’ 자체를 안전하게 하고자 기획됐다.

먼저 광화문광장처럼 개방형 공간에는 대형 화분을 설치해 조경 효과와 교통사고 예방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예정이다. 또한 좁은 보도로 인해 보행자 안전이 위협 받는 곳에는 보행로 확장을 통해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도록 한다.
중앙버스정류소 대기공간 개선 방안(종로) ©서울시
중앙버스정류소 대기공간 개선 방안(종로) ©서울시
시민이 모여 있는 중앙버스 전용차로 버스정류장은 어떨까. 종로에 설치된 중앙버스 전용차로 버스정류장의 경우, 횡단보도 구간에는 차도와 보도의 높이 차이가 없어 위험해 보인다. 또한 가운데 횡단보도가 잘리고, 버스정류장 도보로 구분해 놓아, 많은 시민이 차도와 보도의 차이가 없는 곳까지 내려와 횡단보도를 기다린다. 가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서울시는 이러한 버스정류장 대기 공간횡단보도 노면 표시를 적용해 버스정류장 안쪽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 종로 중앙버스 전용차로 ©조송연
    종로 중앙버스 전용차로 ©조송연
  • 중앙버스정류소 대기공간에 횡단보도 노면 표시를 적용할 예정이다. ©조송연
    중앙버스정류소 대기공간에 횡단보도 노면 표시를 적용할 예정이다. ©조송연
  • 종로 중앙버스 전용차로 ©조송연
  • 중앙버스정류소 대기공간에 횡단보도 노면 표시를 적용할 예정이다. ©조송연
‘안전’.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다. 우리가 다니는 이 길이 안전하지 않으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서울시의 ‘보행자 안전강화 대책’이 상당히 중요하다. 현장에서 직접 바뀐 모습을 살펴보고, 안전이 우려되는 곳에는 빠른 적용을 통해 튼튼한 방호울타리를 설치한 점이 인상 깊었다. 안전한 우리 사회를 위해 보행자가 안전한 서울, 교통약자도 안전하게 함께하는 서울이 됐으면 좋겠다.

시민기자 조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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