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만난 예술 한 조각! 서울은 지금, 지붕 없는 미술관

시민기자 조송연

발행일 2024.07.30. 10:02

수정일 2024.07.30. 18:07

조회 19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설치된 조각품, 향수 ⓒ조송연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설치된 조각품, 향수 ⓒ조송연

지난 3월, 서울시는 세계적인 ‘조각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조각도시서울(Sculpture in Seoul)’ 계획을 발표했다. 조각도시 서울의 계획은 서울시 내 공원, 시설물 등에 조각품을 설치, 시민들이 일상에서 조각품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작가들은 미술관을 벗어나 다양한 공간에서 시민들을 만나 실험적 전시를 선보일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러한 조각도시에 대한 구상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실행되고 있다. 런던과 시카고, 뮌스터 등에서는 야외 조각 전시와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일상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각품과 함께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까지 잡을 수 있다. 서울이 지붕 없는 거대한 미술관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조각도시 서울은 시작됐다. 지난 5월부터 뚝섬한강공원과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서울조각전시+’가 시작됐고, 지난 15일부터는 ‘한평조각미술관' 프로젝트로 활용도가 낮아 방치돼 온 도심의 자투리 공간이 조각품을 통해 재탄생했다.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 설치된 조각품, 단추 ⓒ조송연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 설치된 조각품, 단추 ⓒ조송연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평조각미술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일대, 열린송현 녹지광장의 '서울조각전시+'를 거쳐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여름을 맞아 '2024 시민소통 공예프로그램' 공모에서 선정된 두 개의 설치작품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을 맞아,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변신한 서울의 도심.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예술’이라는 감성 한 스푼을 더한, 도심을 수놓은 조각품들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 중인 최원서 작가의 <얕은 시간(shallow time)> ⓒ조송연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 중인 최원서 작가의 <얕은 시간(shallow time)> ⓒ조송연

① 서울공예박물관, ‘2024년 시민소통 공예 프로그램’

먼저, 서울공예박물관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은 방문하는 시민, 관광객 누구나 공예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공예품을 직접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게 소개하고 있다. 앉을 수 있는 의자도 공예품으로, 시민들은 직접 앉아보며 공예품에 대해 한걸음 더 알아간다.

이번에 전시된 공예품도 마찬가지다. 여름방학을 맞아 박물관을 찾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박물관 마당과 어린이박물관(교육동) 5층 옥상에 작품을 설치했다. 박물관 마당에 전시된 공예품은 최원서 작가의 <얕은 시간(shallow time)>이다. 작품을 잘 살펴보면, 재료는 플라스틱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전경 ⓒ조송연
서울공예박물관 전경 ⓒ조송연

플라스틱으로 왜 작품을 구성했을까? 설명을 보고서야 이해했다. 주제인 얕은 시간은 지질학적 개념인 ‘오래된 연대(deep time)’와 반대의 의미다.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 위기와 화석 연료의 사용, 핵실험에 의한 환경 변화 등 21세기 인류가 가진 문제점을 폐플라스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작품을 보면, 층층으로 겹쳐진 폐플라스틱을 보게 된다. 이를 통해 최원서 작가는 인류 문명의 폐해인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를 보여준다. 인간 활동으로 바뀐 지구의 물리적 환경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는데, 불편한 환경을 마주쳐야 하는 현실을 폐플라스틱을 통해 보여준 셈이다.
  • 최원서 작가의 작품들 ⓒ조송연
    최원서 작가의 작품들 ⓒ조송연
  • 작품은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조송연
    작품은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조송연
  • 인류세라는 불편한 현실을 폐플라스틱을 통해 표현했다. ⓒ조송연
    인류세라는 불편한 현실을 폐플라스틱을 통해 표현했다. ⓒ조송연
  • 최원서 작가의 작품들 ⓒ조송연
  • 작품은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조송연
  • 인류세라는 불편한 현실을 폐플라스틱을 통해 표현했다. ⓒ조송연

최원서 작가의 작품은 ‘불편한 진실’을 말해준다면, 어린이박물관 5층 옥상에 설치된 최민지 작가의 < CREATING MEMORIES : Swimming Pool > 은 동심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여름철, 부모님 손잡고 뛰어들었던 수영장을 떠올리게 하는 공예품으로, 수영하는 모습의 작은 도자 인형들을 설치해 생동감을 더했다.
최민지 작가의 < CREATING MEMORIES : Swimming Pool > ⓒ조송연
최민지 작가의 < CREATING MEMORIES : Swimming Pool > ⓒ조송연

실제 바닥의 타일을 수영장의 물을 상징하듯 ‘푸른색’으로 붙였고, 튜브 모양의 도자기는 시민이 앉을 수 있는 ‘의자’로 설계했다. 의자에 앉아 작은 인형들을 보면, 마치 푸른 바닷가에 와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떠나기 좋은 여름에 알맞은 전시로, 두 전시 모두 9월 8일까지 진행된다.
  • <CREATING MEMORIES : Swimming Pool> 전시 전경 ⓒ조송연
    <CREATING MEMORIES : Swimming Pool> 전시 전경 ⓒ조송연
  • 직접 빚은 튜브 모양의 도기 ⓒ조송연
    직접 빚은 튜브 모양의 도기 ⓒ조송연
  • 홍학 모양의 튜브 ⓒ조송연
    홍학 모양의 튜브 ⓒ조송연
  • <CREATING MEMORIES : Swimming Pool> 전시 전경 ⓒ조송연
  • 직접 빚은 튜브 모양의 도기 ⓒ조송연
  • 홍학 모양의 튜브 ⓒ조송연

② 열린송현 녹지광장, ‘서울조각전시+’

오는 8월 15일까지,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열리는 '서울조각전시+'는 서울시와 민간 단체가 함께해 더 의의가 있다. 이번 주제는 ‘감성 한 조각’으로 한국조각가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23점이 열린송현 녹지광장 곳곳에 설치돼 있다. 같은 주제 아래, 작품은 다양하다. 귀여운 동물을 형상화한 조각품도 있고, 자연과 환경 등 열린송현 녹지광장의 의미와 비슷한 갈래의 작품들이다.

김도훈 작가의 작품 < Horse >는 경마공원에서 볼 수 있는 ‘경주마’처럼 열심히 달려가고자 하는 말의 모습을 그렸다. 양태근 작가의 <가족나들이>는 엄마 오리와 새끼 오리들이 등장한다. 하나의 오리 가족이 열린송현 녹지광장을 산책하는 느낌이 든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전시 중인 조각품들 ⓒ조송연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전시 중인 조각품들 ⓒ조송연

아재 개그(언어유희)를 보여준 조각품도 있다. 이송준 작가의 <쉬어가소~>다. <쉬어가소>라는 제목과 함께 소 모습을 한 벤치가 보인다. 소가 자신의 일부분을 내주며 쉬어가라는 모습을 담았다. 그 외에 어미 북극곰 등에 올라탄 새끼 북극곰들의 <집으로> 등 다양한 조각품들이 열린송현 녹지광장을 수놓았다.
  • 이송준 작가의 <쉬어가소~> ⓒ조송연
    이송준 작가의 <쉬어가소~> ⓒ조송연
  •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만난 곰돌이 푸 ⓒ조송연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만난 곰돌이 푸 ⓒ조송연
  • 이송준 작가의 <쉬어가소~> ⓒ조송연
  •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만난 곰돌이 푸 ⓒ조송연

③ 광화문, 시청 일대 ‘한평조각미술관' 프로젝트

끝으로 광화문과 시청 일대 등에서 오는 11월 15일까지 전시되는 '한평조각미술관'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가 진행되는 장소는 총 5곳. 세종문화회관 (2층 테라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서울마루), 서울시청사 앞 정원, 광화문광장(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 앞), 노들섬(입구)에서 다양한 조각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 중 세종문화회관에는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가 전시돼 있다. '한평조각미술관' 프로젝트에 전시된 작품들은 각각 한 점 혹은 두 점이 전부라 주변 공간과 잘 어울려야 한다. 그 점을 조각품 어린왕자가 잘 살렸다. 세종문화회관 테라스에서 시민들을 바라보는 어린왕자의 모습은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사례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마루에 전시된 전인식 작가의 < Perfume(향기) >에서는 꽃향기가 느껴지는 듯했고,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 전시된 박영남 작가의 <단추(짝수의 삶)>은 직관적으로 이 작품이 ‘단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테라스에서 시민들을 바라보는 <어린왕자> ⓒ조송연
세종문화회관 테라스에서 시민들을 바라보는 <어린왕자> ⓒ조송연

이처럼, 현재 서울은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도심을 거닐며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조각품들. 조각품, 공예품과 함께 서울은 공공미술이 숨 쉬는 도시, 다양한 예술적 매력이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시민기자 조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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