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지하철 혼잡도를 낮춰라! 운행횟수·편성량수 늘리기 어렵다면?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4.07.23. 15:18
현재 서울지하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라는 찬사를 받으며 서울시의 경쟁력 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교통편의 개선과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은 물론이다. 지하철이 없었다면 지상의 도로는 진작 마비되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출퇴근 시간에 발생하는 혼잡이다.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에 한꺼번에 움직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혼잡은 지하철 이용을 가장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지하철의 혼잡을 근본부터 해결하려면 수송력을 늘려야 한다. 지하철의 수송력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증편(增編)’과 ‘증결(增結)’이다. 증편은 운행횟수를 늘리는 것(예: 1시간에 10회 운행을 15회로)이고, 증결은 편성량수를 늘리는 것(예: 1대에 6칸을 8칸으로)이다. ☞ [관련 기사] 지하철 칸수는 왜 노선마다 다를까?
게다가 증편은 기관사까지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인건비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기관사는 '철도차량 운전면허'라는 전문자격을 갖춘 고급인력이다. 그리고 증결을 할 때는 역 시설도 그에 맞춰 길이가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승강장 길이가 이미 전동차 길이와 똑같다면 증결도 못한다. 굳이 늘린다면 지하에서 추가로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대공사이다.
이렇듯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차량 칸을 늘리거나 운행횟수를 늘린다는 건, 말이 쉽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 [관련 기사] 콩나물 버스·지하철은 이제 그만! 대중교통 혼잡 줄이는 해법
이때 주목되는 것이 밀도라는 개념이다. 지하철에서 혼잡을 느끼는 이유는 승객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승객 밀도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승객 밀도 = 승차 인원(명) / 바닥 면적(㎡)
승객의 밀도를 낮추면 혼잡한 느낌을 줄일 수가 있다. 옆 승객과 덜 부대끼기 때문이다. 밀도를 낮추려면 분자인 승차 인원을 줄이거나, 분모인 바닥 면적을 키워야 하는데, 지하철을 타려는 승객 수를 줄일 수는 없으니, 바닥 면적을 넓혀야 한다.
이때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좌석의 존재이다. 좌석은 바닥 면적을 넓게 차지하는데, 정작 사람은 1명만 태울 수 있다. 심지어 좌석은 순수한 좌석 바닥 투영 면적뿐만 아니라, 등판과 사람이 발을 내놓고 있는 무릎 부분의 면적까지 차지한다. 하지만 좌석이 없는 맨바닥은 동일한 좌석면적에 1명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이렇게 의자가 차지하는 면적을 줄여 차내 밀도를 낮추는 방법은, 철도차량에서 전통적으로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무궁화호는 고속버스처럼 진행방향 쪽을 보는 의자만 있는데 이러면 입석 승객들은 양쪽 의자 사이 복도에만 서 있어야 한다. 복도 공간은 매우 좁기 때문에 무궁화호에 입석객이 있으면 차내가 매우 혼잡해진다. 입석승객들이 카페칸(4호차)으로 이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페칸은 의자가 적어 실효바닥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무궁화호 객차 자체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바닥 면적이 넓어진 것이다.
이는 현행 좌석의 일부를 줄이는 것이다. 공간확장형 열차에서는 동일한 바닥면적을 좌석객 대신 입석객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차내 승객밀도를 낮출 수 있다. 도로교통으로 치면 나 홀로 자가용 대신 카풀(carpool)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승객 1인이 도로를 적게 차지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동차의 좌석을 줄이는 정도는 단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전동차 한 칸에는 일반석(6~7인석) 6개와 교통약자석(3인석) 4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중에 일반석 4개를 줄인다. 이 방식은 실효바닥면적 증가 효과는 제일 적지만, 같은 칸 안에서 입석과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현재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된 전동차 칸에서는 이미 실현되어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원래 의자같이 많은 사람들이 쓰는 기구는 단순한 것이 최고다. 복잡한 기능이 추가될수록 고장도 잘 나고 유지보수 부담도 커진다. 특히 전동 기능까지 추가되어 승무원이 원격으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의자는 웬만큼 튼튼하게 만들지 않으면 고장 나기 십상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튼튼하게 만들자면 그만큼 더 비싸진다.
현재 9호선은 아침에 1시간당 20회의 열차가 운행 중이다. 평균 3분에 한대씩 운행된다는 것인데 9호선 같은 중전철(重電鐵)에서는 거의 최대 한도이다. 이 이상 열차를 투입하면, 앞차가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사이 뒤차가 역에 들어가기 못하고 대기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수송력 증대 방법 | 증편(增編) | 증결(增結) |
---|---|---|
의미 | 열차운행횟수를 늘림 | 차량편성량수를 늘림 |
예시 | 1시간 운행횟수 20회 → 25회 | 1대 6칸 → 8칸 |
차량 | 차량을 추가 도입해야 함 | |
차량기지 | 기존 차량기지 면적 넓히거나, 새 차량기지 건설 필요 |
현행 차량기지 유치선,
검수고 등의 길이를 늘려야 함 |
9호선에서 어려운 이유 | 이미 최대한도에 가깝게 운행 중으로, 더 이상 넣으면 후속열차 신호대기 발생. 기관사 추가 고용 필요 → 인건비 증가 |
승강장 길이가 6량인 역들이 있어서 추가 공사가 필요함 |
특히 이 정책은 교통약자와 짐이 많은 승객에게도 도움이 된다. 김포공항 및 공항철도와 연결되어 있는 9호선은 여행용 캐리어와 같은 큰 짐을 들고 타는 승객이 많다. 이들은 그동안 객실 내에 짐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곤란했는데, 좌석이 줄어들면서 바닥 공간이 많아지면 편리해질 것이다.
아울러 공간확장형 전동차에서는 객실 의자를 없앰과 동시에 손잡이(36개)와 지지대(30개), 벽면에 걸터앉을 수 있는 엉덩이 받이(범시트, bum seat)(12개)를 추가로 설치(7호선 시범운행 기준)한다. 의자만 달랑 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고문헌: 오영석, <전동차 입석승객 산정에 대한 고찰>, 한국철도학회 추계학술대회(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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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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