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버스·지하철은 이제 그만! 대중교통 혼잡 줄이는 해법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4.04.02. 16:05
우선 대중교통 운영사 입장에서 혼잡이 심해지면 서비스 수준이 낮아진다. 서울 대중교통은 대체로 공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영의 특징은 그 경영을 시장에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제도에 의해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지하철은 전국의 지하철 운영사들과 함께 공기업 경영평가, 고객만족도 조사 등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 [관련 기사] 지하철 운영회사도 시험 보는 것 아세요?
그런데 서울 대중교통은 이용객수가 많다 보니 혼잡도 심하며, 당연히 이 부분에서 서비스 평가 점수가 떨어진다. 그런데 혼잡이 운영사에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동일한 차량을 운영하는 상태에서 더 많은 승객이 이용을 하면 지출은 같은데 수입이 늘어나고, 승객 1인당 원가도 낮아진다. 어느 정도는 혼잡이 있어야 경영에 유리한 것이다.
이 같은 양면성은 승객에게도 마찬가지다. 혼잡이 심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면 승객들은 매우 힘들다. 하지만 혼잡이 무조건 낮은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혼잡이 너무 낮으면 운영사가 차츰 차량 운행을 줄이게 된다. 결국 배차시간이 길어져서 이용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이것이 악순환이 되어 혼잡이 더욱 줄면 아예 그 노선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노선 변경이 쉬운 버스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결국 승객 입장에서 혼잡이 줄면 당장은 편하지만, 또 다른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대중교통과 혼잡은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인정하고,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해 나가는 게 최선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 지역, 특정 시간에 집중되는 혼잡이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심한 혼잡을 체험하게 되어, 체감 혼잡도를 올리는 문제가 있으므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시도 각종 신규 도시철도 건설과 같은 근본적 해결책과 함께, 특정 혼잡도를 낮출 수 있는 원포인트 개선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반면 9호선은 김포도시철도와 서해선이 연결되고, 4호선은 진접으로, 7호선은 인천(석남)으로 연장되는 등 외부에서 승객이 많이 진입하여 혼잡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4, 7, 9호선 혼잡 개선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 [참고] 서울교통공사 - 지하철 혼잡도 정보
[지하철] 9호선 열차 운행횟수 늘리는 증편 실시
증편과 증결은 둘 다 수송력을 높여 혼잡도를 낮춰주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증편이 낫다. 열차가 더 자주 다니면 승강장 대기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열차 운영사 입장에서는 증편보다 증결이 나은데, 증편을 하려면 차량뿐만 아니라 기관사도 추가로 필요해 인건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에 9호선 혼잡 완화를 위해 8편성을 추가로 도입하는 증편을 실시하였다.
5편성은 작년 말부터, 3편성은 3월 초부터 운행을 시작하였으며, 이를 통해 출근시 운전시격이 3분 40초에서 3분 10초까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급행열차의 혼잡도는 199%에서 168%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9호선의 혼잡을 더욱 줄이기 위해서 2027년까지 4편성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게다가 현재 서울시와 인천시가 추진 중인 공항철도-9호선 직결사업이 시행되면 양쪽 노선을 오갈 수 있는 차량이 추가로 투입되므로 역시 혼잡이 낮아지게 된다. 지속적인 추가 차량 도입을 통해 9호선의 극심한 혼잡이 꾸준히 낮아지기를 기대한다. ☞ [관련 기사] 9호선 타고 인천공항까지! 9호선-공항철도 직결운행
[지하철] 4호선, 7호선 신규 편성 및 예비차 늘리는 증편 실시
돈도 많이 든다. 차량 자체를 도입하는 데만 4, 7, 9호선을 합쳐(총 8편성) 1,024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전동차는 스스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기관사가 필요하므로 인건비도 든다. 정비를 해야 하므로 유지보수비도 늘어나고, 차량기지에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만년 적자인 서울지하철 치고는 매우 큰 결단을 내린 셈이다. 지난번에 인상된 지하철 운임을 적절히 쓴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차량 추가 도입이 힘들다 보니, 차량기지에서 쉬고 있던예비차를 출퇴근시간에 운행시켜 혼잡도를 줄이는 방법도 시행되었다. 작년 10월에 4호선 4회, 7호선 2회 운행 횟수를 늘린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4호선을 2회 더 추가로 운행시키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 방식을 써서 4호선 혼잡도가 186% → 166% → 145% 순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이런 방식은 차량 구입 없이 제도 변경과 인력 운용만으로 운행횟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저비용 고효율’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하철] 혼잡 지점 집중 대책 - 역사 혼잡도 개선, 칸별 혼잡도 안내 등
또한 승객들에게 각종 단말기와 안내기로 칸별 혼잡도를 안내하여 승객이 많은 칸에 승객이 더욱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1호선 안내기 신규 설치), 혼잡이 집중되는 4번째 칸에 객실 의자를 철거하여 ‘의자없는 지하철’을 시행(4호선 1편성 시행 중, 7호선 1편성 4월 시행 예정)하는 등 혼잡이 몰리는 곳의 혼잡을 분산하는 원포인트 대책이 계속 시행되고 있다. ☞ [관련 기사] 지하철 혼잡도 미리 알고 '여유 칸' 골라 탈 수 있다면?
[버스] 특정 지점 혼잡도 낮춰주는 ‘다람쥐 버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이번에 운행을 시작한 다람쥐 버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모두 평일 출근시간에만 운행된다.
버스번호 | 기점-종점 | 운행개시일 | 운행횟수 | 배차시간 | 혼잡분선 기존노선 |
---|---|---|---|---|---|
8111 | 북악중학교- 국민대앞 |
3.11. |
10 | 15-20분 | 140, 162, 7016, 7211 |
8112 | 온곡중학교- 수락리버시티1단지정문 |
3.11. |
12 | 15분 | 1154 |
8332 | 강동리버스트상가- 천일초교사거리 |
3.11. |
10 | 17-20분 | 3318, 3411, 340 |
8661 | 역곡역-천왕역4번출구 (중간 일부 무정차 통과) |
3.11. |
9 | 15-20분 | 6615 |
8671 | 문래동시점- 아현초등학교 |
4.1. | 10 | 15-20분 | 160 |
[버스] 버스 첫차 혼잡도 줄여줄 자율주행 새벽동행버스
일단 버스가 안 다니는 동안 첫차를 기다리던 사람이 모여서 한꺼번에 첫차를 타기 때문에 첫차의 혼잡도가 무척 높다. 첫차를 앞당기면 좋겠지만, 버스기사 인력 운용의 어려움으로 그것도 쉽지 않다. 작년 1월 새해 첫 출근 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146번 첫차를 탔다가, 첫차 시간을 15분 앞당겨 달라는 시민의 건의를 받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협의하여 첫차 시간을 당긴 것이 화제가 된 것도 그런 이유다. 원래는 쉽지가 않은 것이라 화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현재 버스기사 없이도 첫 차 시간을 앞당길 수 있는 신개념 버스를 준비 중이다. 바로 ‘자율주행 새벽동행버스’다. 자율주행 새벽동행버스는 기존 버스와 노선은 동일하지만, 기존 노선 첫차보다 15~30분 앞서 1~2회 운행되는 버스다. 가장 큰 특징은 운전기사가 없는 자율주행이라는 점이다. 물론 안전요원은 탑승하지만 버스기사보다는 보다 유연하게 인력 운용이 가능하다. ☞ [관련 기사] 첫차보다 30분 빠르게…'자율주행 새벽동행버스' 하반기 출범
이 같은 버스가 운행되면, 첫차가 좀 더 빨리 운행되기를 바라는 새벽 청소노동자들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기존 버스 첫차의 혼잡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심야자율주행버스는 입석을 받지 않고 있는데, 같은 방식이라면 수송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첫 운행되는 자율주행 새벽동행버스는 160번 노선이 추진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146번을 비롯하여 더 많은 노선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교통 혼잡목표(지하철 150%)를 정하고, 혼잡도가 급등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차량을 도입하거나 원포인트 대책을 시행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서울지하철이 개통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고, 서울시내버스 대개편이 시행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과거의 양적 확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승객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혼잡도 관리라는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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