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각자 자국어로 얘기해도 다 통해요~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4.03.29. 13:39

수정일 2024.03.29. 13:39

조회 3,526

서울지하철 11개 역사로 확대 설치된 ‘외국인 동시 대화 시스템’ 안내 배너 ⓒ이정민
서울지하철 11개 역사로 확대 설치된 ‘외국인 동시 대화 시스템’ 안내 배너 ⓒ이정민

얼마 전, 전시를 보러 갔다가 만난 외국인의 질문에 답을 해 주느라 진땀을 흘린 적이 있다. 입장을 바꿔 외국 여행 중 길을 몰라 헤맸던 경험 또한 그리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하철 이용에 도움이 되어줄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의 확대 운영 소식이 반갑다. ☞ [관련 기사] 자동 통역되는 투명 스크린, 서울지하철 11개 역으로 확대된다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은 투명한 스크린을 가운데에 두고 자국어로 대화를 하면 상대방의 언어로 자동 통역돼 스크린에 표출되는 AI 통역 시스템을 말한다. 작년 12월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 처음 설치되어 시범 운영을 거쳤다. 코로나 이후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져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명동역을 찾았다.
코로나 이후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명동의 모습 ⓒ이정민
코로나 이후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명동의 모습 ⓒ이정민
국내 최초로 외국어 동시 대화 서비스가 시범 운영된 명동역 ⓒ이정민
국내 최초로 외국어 동시 대화 서비스가 시범 운영된 명동역 ⓒ이정민

명동역 4, 5, 6번 출구 방향 개찰구 안쪽에 설치된 투명 OLED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은 양방향에서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동시에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잠시 후, 한 외국인 관광객이 고객안전실 문 옆으로 다가와 화면 속 언어 카테고리에서 중국어를 선택한다. 그러자 화면 좌측 상단에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라고 뜬다. 화면 안쪽으로 역무원의 모습이 비치고, 관광객이 마이크에 대고 중국어로 묻기 시작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이정민
중국인 관광객이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이정민

명동 야시장으로 가는 방법을 묻는 관광객의 질문에 “6번 출구로 나가세요.” 라고 답한 역무원의 말이 그대로 화면에 나온다. 명쾌한 답을 얻은 중년의 외국인 관광객은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처럼 동시 대화가 가능한 언어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말레이시아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러시아어, 한국어 총 13개국어다.
질문이 해결되자 역무원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관광객 ⓒ이정민
질문이 해결되자 역무원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관광객 ⓒ이정민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외국인 관광객이 투명 디스플레이를 바라보고 있다. 영어를 선택한 관광객은 빠르게 질문을 하는 모습이다. 

첫 질문에 역무원이 답을 하기도 전에 다음 질문을 계속하는 관광객을 보니, 궁금한 내용이 많은 것 같다. 급히 말을 해서인지 일시적 언어 인식 오류로 업무 담당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바깥으로 나왔다.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카테고리에서 영어를 선택하는 외국인 관광객 ⓒ이정민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카테고리에서 영어를 선택하는 외국인 관광객 ⓒ이정민

서울지하철공사는 3개월간의 명동역 시범운영을 통해 관광객 이용 현황과 만족도 모니터링과 개선사항을 발굴, 보완했다. 특히 지하철 역명과 철도 용어 등에 대한 AI 학습을 통해 기술력을 높였고, 역사 내 소음으로 인한 인식·번역 장애 해결을 위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적용하는 등 시스템도 고도화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앞선 사례와 같이 언어 인식과 기기 작동 등에 오류는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시행착오야말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이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정민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정민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이 고객안전실 안에 설치되어 있는 3호선 경복궁역 ⓒ이정민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이 고객안전실 안에 설치되어 있는 3호선 경복궁역 ⓒ이정민

현재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이용 가능 역사는 1호선 종로5가역, 2호선 시청역, 홍대입구역, 을지로입구역, 강남역과 3호선 경복궁역, 4호선 명동역, 5호선 광화문역, 김포공항역, 6호선 이태원역, 공덕역 등 총 11곳이다.

그 중 5곳의 역사를 직접 둘러보았다. 을지로입구역과 경복궁역은 고객안전실 안에 설치되어 있어 좀 더 확실한 안내 표시가 필요할 것 같다. 그에 비해 명동역과 시청역, 광화문역은 디스플레이가 바깥으로 보이는 구조라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기 편리하다.
  • 2호선 시청역에 설치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이정민
    2호선 시청역에 설치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이정민
  • 5호선 광화문역은 디스플레이가 바깥으로 보이는 구조라 찾기 쉽다. ⓒ이정민
    5호선 광화문역은 디스플레이가 바깥으로 보이는 구조라 찾기 쉽다. ⓒ이정민
  • 2호선 시청역에 설치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이정민
  • 5호선 광화문역은 디스플레이가 바깥으로 보이는 구조라 찾기 쉽다. ⓒ이정민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은 이 외에도 지하철 노선도 기반의 경로 검색, 환승 및 소요 시간 정보와 요금 안내, 유인 물품 보관함(T-Luggage) 현황 등 부가 서비스도 13개 언어로 확인할 수 있다.

화사한 봄꽃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외국인 관광객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지하철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이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내리라 기대한다.
경복궁을 비롯한 광화문 주변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정민
경복궁을 비롯한 광화문 주변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정민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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