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물결이 출렁~ 작품으로 재탄생한 폐정수탑…아름다워!

시민기자 전지예

발행일 2024.06.03. 11:00

수정일 2024.06.04. 09:23

조회 825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폐정수탑을 활용해 공공미술로 재탄생시킨 ‘비의 장막’ ©전지예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폐정수탑을 활용해 공공미술로 재탄생시킨 ‘비의 장막’ ©전지예

지난 5월 31일 서울시 새로운 랜드마크가 시민에 첫선을 보였다. 2023 가락시장 정수탑 공공 미술 국제 공모(SAM-932)를 통해 당선된 ‘비의 장막’(Rain Veil, Ned Kahn 作)이 베일을 벗은 것. 이날 개장식엔 오세훈 서울 시장과 김현기 시의회 의장, 배현진 국회의원, 파블로 알페로 기술 감독 등 관계자를 비롯해 많은 시민이 함께했다. ☞ [관련 기사] 가락시장 폐정수탑이 공공미술로…개장식 할인 행사도
  • 미술 작품으로 새로 태어난 가락시장 정수탑 ©전지예
    미술 작품으로 새로 태어난 가락시장 정수탑 ©전지예
  • 서울시가 지하수 600톤을 담던 가락시장 ‘폐정수탑’의 예전 모습 ©서울시
    서울시가 지하수 600톤을 담던 가락시장 ‘폐정수탑’의 예전 모습 ©서울시
  • 미술 작품으로 새로 태어난 가락시장 정수탑 ©전지예
  • 서울시가 지하수 600톤을 담던 가락시장 ‘폐정수탑’의 예전 모습 ©서울시

정수탑의 숨겨진 이야기

송파구 양재대로 932번지 가락시장에 위치한 정수탑은 1986년 축조된 이후 2004년 가동 중단된 서울에 단 하나 남은 급수탑이다. 과거 지하수 저장용 고가수조로 만들어졌으나 물 공급 방식이 바뀌면서 역할을 잃고, 거대 콘크리트 구조체로 남아 있던 것이다.

현장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정수탑이 흉물스럽다", "철거를 바란다" 등 구청에 민원이 들어올 정도였다고. 그러나 작년 공모를 통해 정수탑은 새로운 옷을 입게 됐고, '작품이 제작되는 1년여 기간 동안 지역 주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며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알렸다.
  • ‘비의 장막’은 정수탑 상부 지름 20m, 하부 지름 8m의 원을 100개의 수직선으로 연결했다. ©전지예
    ‘비의 장막’은 정수탑 상부 지름 20m, 하부 지름 8m의 원을 100개의 수직선으로 연결했다. ©전지예
  • 내부에서 바라다본 '비의 장막' ©전지예
    내부에서 바라다본 '비의 장막' ©전지예
  • 하부의 원을 122도 회전시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대로 구현한 '비의 장막' ©전지예
    하부의 원을 122도 회전시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대로 구현한 '비의 장막' ©전지예
  • ‘비의 장막’은 정수탑 상부 지름 20m, 하부 지름 8m의 원을 100개의 수직선으로 연결했다. ©전지예
  • 내부에서 바라다본 '비의 장막' ©전지예
  • 하부의 원을 122도 회전시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대로 구현한 '비의 장막' ©전지예

비의 물성을 표현한 '비의 장막(Rain Veil)'

개장식이 진행되기 전 먼저 살펴본 작품은 정말 아름다웠다. 네드 칸의 ‘비의 장막(Rain Veil)’은 대기의 순환으로 만들어지는 비의 물성을 담아 바람에 출렁이고 움직이는 장막을 형상화했다.

전기와 같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바람이 불면 33만여 개의 작은 듀라비오(Durabio) 조각이 흔들리며 잔물결을 일으킨다. 생명의 근원인 물의 소중함을 주제로 해 폐정수탑이 가진 상징성과도 잘 어울리는 공공미술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 바람에 물결이 치는 것 같은 ‘비의 장막’ 외부. 바람과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전지예
    바람에 물결이 치는 것 같은 ‘비의 장막’ 외부. 바람과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전지예
  • '비의 장막' 주재료인 친환경 바이오 소재 '듀라비오(Durabio)' ©전지예
    '비의 장막' 주재료인 친환경 바이오 소재 '듀라비오(Durabio)' ©전지예
  • 바람에 물결이 치는 것 같은 ‘비의 장막’ 외부. 바람과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전지예
  • '비의 장막' 주재료인 친환경 바이오 소재 '듀라비오(Durabio)' ©전지예

작품의 주재료인 듀라비오(Durabio)는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을 가공해 만든 친환경 바이오 소재다. 일반 플라스틱보다 강하고 투명도가 높으며,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플라스틱으로 알려졌다. 네드 칸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면서 최대한의 자연스러움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네드 칸은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이자 건축가로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인공폭포 ‘레인 오큘러스(Rain Oculus)’(2011), 미국의 뉴욕 아쿠아리움(2018) 등을 작업해 유명세를 얻었다.
  • 불이 켜진 ‘바다의 시간'. 이날 점등은 파블로 알페로 기술감독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함께했다. ©전지예
    불이 켜진 ‘바다의 시간'. 이날 점등은 파블로 알페로 기술감독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함께했다. ©전지예
  • ‘바다의 시간’ 점등 전 모습 ©전지예
    ‘바다의 시간’ 점등 전 모습 ©전지예
  • 불이 켜진 ‘바다의 시간'. 이날 점등은 파블로 알페로 기술감독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함께했다. ©전지예
  • ‘바다의 시간’ 점등 전 모습 ©전지예

바다의 단면을 형상화한 '바다의 시간(Time of the sea)'

정수탑 외부가 대기 중 물의 순환과 비의 물성을 표현했다면 정수탑 내부에는 바다의 단면을 형상화‘바다의 시간(Time of the sea)’이 있다. 7m 높이의 대형 레진아트(Resin Art) 작품으로, 기후변화로 30년간 높아진 바다의 수위 변화를 6단계 색으로 표현했다. 송파구 관내 초등학생, 가락시장 상인, 아티스트 등 무려 시민 100명이 제작에 참여해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 둥근 형태로 작품을 둘러싼 '거울 연못' ©전지예
    둥근 형태로 작품을 둘러싼 '거울 연못' ©전지예
  • 투명한 연못 물이 작품을 비춘다. ©전지예
    투명한 연못 물이 작품을 비춘다. ©전지예
  • 둥근 형태로 작품을 둘러싼 '거울 연못' ©전지예
  • 투명한 연못 물이 작품을 비춘다. ©전지예

작품 하단에 조성된 '거울 연못'

정수탑 내외부를 살피고 나니, 동그란 형태로 작품을 둘러싼 못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 연못’으로 불리는 해당 연못은 작품과 하늘을 반사하고 밤에는 4개의 색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빛을 비추어 낮과 밤의 풍경을 다채롭게 꾸민다고 한다.
  • '바다의 시간' 제작 과정이 담긴 개장식 기념 영상 ©전지예
    '바다의 시간' 제작 과정이 담긴 개장식 기념 영상 ©전지예
  • 내빈과 개장식을 방문한 시민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지예
    내빈과 개장식을 방문한 시민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지예
  • '바다의 시간' 제작 과정이 담긴 개장식 기념 영상 ©전지예
  • 내빈과 개장식을 방문한 시민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지예

잠시 후 본 행사가 시작됐다. '비의 장막'과 '바다의 시간' 제작 과정이 담긴 기념 영상 시청, 내빈들의 인사와 기념 촬영 등이 이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공 예술을 통해 하루하루 달라지는 서울시를 만들어가겠다"며 힘찬 포부를 밝혔다.
네드 칸 작가 대신 소감을 전하는 파블로 알페노 기술감독 ©전지예
네드 칸 작가 대신 소감을 전하는 파블로 알페노 기술감독 ©전지예

이날 건강상 이유로 불참한 네드 칸 작가 대신 행사엔 파블로 알페노 기술감독이 참여했다. 그는 "서울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도시"라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고,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라며 짧은 한국어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 내빈들이 제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전지예
    내빈들이 제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전지예
  • ‘바다의 시간’을 제작한 100명의 시민 대표 ‘이주영 씨’와 ‘김하준 어린이’ ©전지예
    ‘바다의 시간’을 제작한 100명의 시민 대표 ‘이주영 씨’와 ‘김하준 어린이’ ©전지예
  • 파블로 알페노 기술감독이 흔쾌히 기념 촬영에 응해 주었다. ©전지예
    파블로 알페노 기술감독이 흔쾌히 기념 촬영에 응해 주었다. ©전지예
  • 내빈들이 제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전지예
  • ‘바다의 시간’을 제작한 100명의 시민 대표 ‘이주영 씨’와 ‘김하준 어린이’ ©전지예
  • 파블로 알페노 기술감독이 흔쾌히 기념 촬영에 응해 주었다. ©전지예

그리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제막식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장에는 ‘바다의 시간’을 제작한 100명의 시민 대표로 ‘이주영 씨’와 ‘김하준 어린이’가 참석해 작품 공개 순간을 함께 했다.
제막식 후 '비의 장막'과 '바다의 시간'을 관람하는 시민들 ©전지예
제막식 후 '비의 장막'과 '바다의 시간'을 관람하는 시민들 ©전지예

제막식이 끝나자 개장식을 찾은 시민은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궁금하다”, “내 눈으로 봐야지”라며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정수탑의 모습에 들뜬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 가로정원에서 열린 상생시장 ‘가락×아트마켓’ ©전지예
    가로정원에서 열린 상생시장 ‘가락×아트마켓’ ©전지예
  • 행사장에서 저렴하게 판매 중인 과일을 고르는 시민들 ©전지예
    행사장에서 저렴하게 판매 중인 과일을 고르는 시민들 ©전지예
  • 마켓에서 1인 아티스트 상품을 구매하였다. ©전지예
    마켓에서 1인 아티스트 상품을 구매하였다. ©전지예
  • 가로정원에서 열린 상생시장 ‘가락×아트마켓’ ©전지예
  • 행사장에서 저렴하게 판매 중인 과일을 고르는 시민들 ©전지예
  • 마켓에서 1인 아티스트 상품을 구매하였다. ©전지예

한편, 정수탑 옆 가로정원에선 부대 행사로 가락시장 유통 상인과 1인 아티스트가 함께 여는 상생시장 ‘가락×아트마켓’이 열렸다. 제철 채소와 과일, 수산물, 미술·디자인 소품을 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 아리수 이벤트를 진행한 홍보 트럭 ©전지예
    아리수 이벤트를 진행한 홍보 트럭 ©전지예
  • 아리수 음료를 마시고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전지예
    아리수 음료를 마시고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전지예
  • 아리수 음료를 시음해 보았다. ©전지예
    아리수 음료를 시음해 보았다. ©전지예
  • 아리수 이벤트를 진행한 홍보 트럭 ©전지예
  • 아리수 음료를 마시고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전지예
  • 아리수 음료를 시음해 보았다. ©전지예

물의 소중함을 전하는 해당 프로젝트의 취지에 맞춰 서울시의 수돗물 ‘아리수’를 홍보하는 이벤트도 함께 열렸다. 간단한 설문 조사와 QR코드 접속을 통해 참여한 사람들에겐 아리수, 아리수 아이스티, 아리수 아메리카노 등의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새롭게 조성된 정수탑 근처 가로공원 ©전지예
새롭게 조성된 정수탑 근처 가로공원 ©전지예

이번 프로젝트는 '시민과 글로벌 예술가가 함께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서울에 단 하나 남은 정수탑의 원 형태를 유지하고 친환경 방식으로 외관을 탈바꿈했다는 점, 의의와 미적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킨 공공미술 사례로 평가하고 싶다. 송파구는 작품과 주변 환경의 조화, 공원화 및 시민 개방을 위해 정수탑 근처 7,000㎡ 면적의 가로공원을 조성했다. 주요 생활 권역에 시민 모두가 다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쉼터가 만들어진 만큼, 일상 속 도시 예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해도 좋겠다.

시민기자 전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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