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두려운 AI 시대에 필요한 이 능력, 정원에서 배운다

김현정 교수

발행일 2026.06.26. 15:53

수정일 2026.06.26. 15:59

조회 98

김현정 교수의 당신에게 필요한 정원처방전
곤충 채집을 하는 아이
곤충 채집을 하는 아이
  6화   AI 시대, 아이에게 정원은 성장의 교실이다

AI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시대다. 솔직히 난감하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정답은 보이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인간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일들이 하나둘 AI에게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대신할 수 없는 능력이 있다. 그것은 호모 사피엔스만이 가진 능력, 즉 타인에게 따뜻한 눈길과 손길을 건네는 공감 능력, 자연을 느끼는 감수성,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힘,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탐구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 등이다.

최근 아이들의 일상은 점점 실내로 옮겨가고 있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에 가고, 집에 돌아오면 스마트폰과 게임, 동영상이 기다린다. 자연을 경험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신체활동도 부족해지고 있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소아·청소년 우울과 불안은 증가하고 있으며, 집중력 저하와 수면 문제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현대의 어린이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은 정보와 교육 기회를 누리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자연과의 접촉은 가장 적은 세대가 되었다. 흙을 만지고 곤충을 관찰하며 뛰어노는 경험은 점점 줄었다. 대신 끊임없는 과도한 자극과 경쟁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능력은 약해져, 소아·청소년 우울과 불안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 어린이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은 정보와 교육 기회를 누리고 있지만, 자연과의 접촉은 적어지고 있다.
현대 어린이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은 정보와 교육 기회를 누리고 있지만, 자연과의 접촉은 적어지고 있다.
‘소아비만’ 역시 더 이상 개인의 식습관 문제가 아니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 시간이 줄어들고 신체활동보다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난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다.

더구나 소아비만은 단순히 체중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어린 시절의 비만이 몸속에 만성적이고 낮은 수준의 염증을 지속시키는 인플라메이징(inflammaging)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라메이징은 염증(inflammation)과 노화(aging)를 합친 용어로, 만성 염증이 신체의 노화를 가속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비만한 아이들의 지방조직은 염증매개물질을 지속적으로 분비해 혈관과 근육, 뇌와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젊은 나이에도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 고혈압과 같은 대사질환이 나타날 수 있으며, 성인기에는 심혈관질환과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도 높아진다.

결국 아이들의 건강은 지금 얼마나 아프지 않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집 근처 공원과 작은 정원이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숲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숲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Just Do It,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힘

정원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에게 정원은 살아있는 교실이다. 흙을 만지며 촉각이 발달하고, 꽃향기와 풀냄새를 맡으며 후각이 자극된다. 바람 소리를 듣고 새와 곤충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오감이 깨어난다. 계절에 따라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변화를 보며 아이는 기다림과 인내를 배운다.

무엇보다 정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간이다. 씨앗이 싹트지 않을 수도 있고, 정성껏 키우던 식물이 시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는 다시 물을 주고 흙을 갈며 새로운 시도를 한다. 이 과정에서 회복탄력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자란다. AI가 즉답을 알려줄 수는 있어도, 실패를 견디고 다시 도전하는 힘은 대신 길러줄 수 없다.

시간을 다루는 능력

AI 시대에 아이들에게 더욱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시간을 다루는 능력이다. 빠른 자극과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기다림을 힘들어하고,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한다.

그러나 정원은 아이들에게 시간의 가치를 몸으로 가르쳐준다. 씨앗을 심는다고 바로 꽃이 피지 않는다. 매일 물을 주고 햇빛을 기다리며 계절의 변화를 지켜보아야 한다. 때로는 죽은 줄 알았던 식물이 몇 년의 시간을 견딘 끝에 다시 싹을 틔우고, 어느 날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기다림과 인내, 꾸준함을 배우고, 오늘의 작은 노력이 미래의 결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경험한다. 자연은 아이들에게 시간을 소비하는 법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고, 기다리며, 의미 있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친다.
시간의 가치를 몸으로 가르쳐주는 정원
시간의 가치를 몸으로 가르쳐주는 정원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사람은 본래 무리 지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정원은 아이들에게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작은 공동체이기도 하다. 식물을 함께 심고 물을 주며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협력과 배려를 익힌다. 꽃이 피기를 함께 기다리고, 시든 식물을 보며 아쉬움을 나누고, 새로운 씨앗을 심으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경험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키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좋아요' 버튼 하나로 관계가 시작되고 끝날 수 있지만, 정원에서는 기다림과 대화, 협동이 필요하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많은 정보를 아는 데 있지 않다. 자연을 느끼고, 타인과 공감하며,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능력에 있다. 아이에게 정원은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라 성장의 교실이다. 흙과 식물, 곤충과 새, 계절이 함께 만드는 그 교실에서 아이는 비로소 사람답게 성장한다.

어쩌면 AI 시대에 우리가 아이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공감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연 감수성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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