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혼잡도 미리 알고 '여유 칸' 골라 탈 수 있다면?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8.12.11. 13:10

수정일 2020.12.28. 16:41

조회 14,864


열차 혼잡도 안내 화면. 열차 칸마다 혼잡도를 ‘여유’ ‘보통’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열차 혼잡도 안내 화면. 열차 칸마다 혼잡도를 ‘여유’ ‘보통’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26) - 지하철 혼잡도 안내 시스템

지난주 언론에 눈에 띄는 기사가 실렸다. 바로 부산지하철에서 ‘열차 혼잡도 안내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소식이었다.

‘열차 혼잡도 안내 시스템’이란 운행 중인 열차의 각 칸별 혼잡도를, 도착 예정인 승강장의 전광판(행선안내게시기)에 미리 표시해주는 장치를 말한다. 부산지하철에서는 10개 신형전동차에 한하여 1개역에서 이 같은 정보 제공을 시범 운영한다고 한다.

‘열차 혼잡도 안내 시스템’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지하철이 버스와 다른 점은 차량이 여러 칸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칸마다 혼잡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계단 바로 앞이나 환승통로 바로 앞에 있는 열차 칸은 승객이 몰려 혼잡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다음 역에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특정 위치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탄 승객은 영문도 모르고 차내의 높은 혼잡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게 열차 한 쪽은 한산한데, 다른 쪽은 혼잡한 것은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2호선 열차 승강장 및 열차 혼잡도 상황판 화면

2호선 열차 승강장 및 열차 혼잡도 상황판 화면


특히 혼잡한 열차 칸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높은 혼잡도를 체험하게 된다. 이런 개념을 ‘체감혼잡도’라고 부른다. 전체 승객 수가 동일하여 평균 혼잡도가 같더라도 칸별 승객수가 불균등 할수록 체감혼잡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승객이 느끼는 실제 혼잡도를 낮추려면 승객들을 칸별로 고르게 나누어 배치하는 게 꼭 필요하다.

다음역 승강장에 미리 전동차 칸별 혼잡도를 알려주면 승객이 스스로 덜 혼잡한 칸 앞에서 대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므로, 혼잡을 분산하고 체감혼잡도를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혼잡을 낮추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전동차 칸을 추가(증결)하거나 열차 자체를 자주 다니게 하는 것(증편)이지만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하지만 승객 분산은 저비용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어서 단기 대책으로 시행하기에 적절하다.

이 때문에 국내외 지하철 회사에서는 이 같은 혼잡도 안내 시스템 개발 및 도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소개한 부산지하철 외에도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는 경강선 이매역에서 이를 운영 중에 있다. 또한 외국에도 도입한 사례가 있는데 싱가포르 지하철 승강장에서도 볼 수 있고, 일본에서는 지하철 앱을 통해서도 칸 별 혼잡도를 알아볼 수 있다.


경강선 이매역에서 운영 중인 전동차 칸별 혼잡도 안내(좌),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본 지하철 지하철 칸별 혼잡도

경강선 이매역에서 운영 중인 전동차 칸별 혼잡도 안내(좌),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본 지하철 지하철 칸별 혼잡도


물론 서울지하철도 이 같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혼잡개선을 위한 국책과제(국토교통부 철도기술연구사업 도시철도 역사 혼잡관리 기술개발)에 참여하여 체계적인 연구를 시행해왔다. 2호선 신정지선 구간에서는 시범 운영도 했었다.

그동안 기술을 축적하고 특허 등 지적재산권도 쌓아왔기에 기반은 많이 준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서울지하철은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경영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 중에 객차혼잡도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서울버스는 이미 차량별 혼잡도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승객들은 앱이나 전광판을 보고 같은 방향으로 가는 여러 버스 중에서 덜 혼잡한 버스를 골라 타거나, 앞 버스가 혼잡하고 뒷 버스가 한산할 경우 뒷 버스를 골라 타는 등 혼잡을 덜 느끼기 위한 선택을 이미 할 수 있다. (☞ 관련기사 참조 : 버스를 ‘내 차’처럼 여유롭게 타는 법)

따라서 서울지하철에도 혼잡도 정보가 본격 제공된다면, 지금보다 더 편리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9호선처럼 4~6량으로 짧고 원래 혼잡한 노선은 효과가 적다. 하지만 다른 노선들은 8~10량이나 되기 때문에 칸별 혼잡도에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혼잡도 정보를 제공하여 분산을 유도한다면, 말 그대로 ‘좁은 차를 넓게 쓰는 효과’가 생겨 혼잡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행히 서울교통공사에서는 2호선 신형 전동차부터 차내 모니터에서 칸별 혼잡도를 알려주는 장치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이 장치는 승강장이나 앱에 알려주는 것은 아니라서 외부와의 통신이 불필요하므로 좀 더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그래서 1단계로 시행하기 적절하다.

이 장치가 성공을 거둔 후에는 칸별 혼잡도와 이번 열차 및 다음 열차 혼잡도를 승강장 모니터와 ‘또타지하철’ 앱에서 알려줌으로서 승객 분산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인구의 고령화로 대규모 투자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투자로 혼잡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혼잡도 안내 시스템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지하철 혼잡도 안내시스템이 본격 도입되어 한층 더 편리한 서울지하철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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