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달리는 똑똑한 동물버스 '올빼미·다람쥐' 버스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8.04.03. 16:56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08) - 올빼미버스, 다람쥐버스 통해 본 서울 버스의 미래
서울시 버스는 1949년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대중교통 서비스다. 서울이 성장함에 따라 버스도 발전해왔으며, 특히 2004년 버스개편은 혁명이라고까지 불릴 정도였다. 서울에서 시작된 중앙버스전용차로나 신교통카드, 무료환승제 등이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 서울시의 시내버스는 이제 고급 버스 서비스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그러나 서울시 버스의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시민들의 편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이름을 딴‘올빼미버스’와 ‘다람쥐버스’다.
도시 대중교통에서 버스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까? 오래전에 지하철이 없던 시절에 버스노선은 서울대중교통망의 뼈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1974년 지하철이 첫 개통된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장거리를 갈 때 버스보다 지하철이 편리한 것은 분명하다. 정류장이 많고, 교차로와 횡단보도에서 신호에 걸리는 버스는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렵다. 하지만 지하철은 노선이 고정되어 있다. 승객의 흐름을 노선이 반영하지 못하면 환승도 필요해진다. 결국 지하철은 장거리 대용량 수송을 맡고, 버스는 지하철이 하기 힘든 나머지를 맡는 역할분담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서울교통에서 버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일단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는데, 지하철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종전에는 버스가 담당하던 중소도로에까지 지하철이 들어가고 있다. 작년에 개통된 우이신설 경전철이 대표적이다. 향후 서울에 경전철이 계속 늘어나면 이 같은 추세는 더 심해질 것이다. 실제로 경전철은 기존에 지하철이 없던 곳에 우선적으로 설치된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수요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가 시행하는 것이 ‘올빼미버스’와 ‘다람쥐버스’다.
올빼미버스는 ‘시간’에 집중하여 새로운 수요를 찾은 사례다. 서울은 대표적인 ‘잠들지 않는 도시’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동대문시장 같은 곳은 심야에 교통정체가 발생할 정도다. 이런 곳에 버스가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서울시는 2013년부터 심야전용 버스인 ‘올빼미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지금은 9개 노선까지 늘어났다.
심야버스는 기존 대중교통에서 소외받고 택시 같은 비싼 서비스로 내몰리던 심야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같은 서민들에게 단비와 같은 서비스가 되었다. 이는 수요로도 증명되는데 2017년 전체 서울버스 수요가 1.7% 감소하는 와중에도 올빼미버스의 수요는 28%나 폭증하였다. 기업으로 치면 전체 매출이 줄어드는 와중에 판매가 쑥쑥 늘어나는 효자상품이 나타난 셈이다.
심야지하철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지하철은 기본적으로 대용량 교통수단이다. 심야에 커다란 전동차를 다 채워가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결국 배차시간의 증가로 이어진다. 심야에는 낮보다 수요가 적으므로 지하철보다 작은 버스를 운행하는 게 효율적이다. 정비 때문에 지하철을 심야에 운행하기 힘든 점도 있지만, 애초에 지하철로 심야수요를 잡는 것은 대포로 모기를 잡는 격이다.
올빼미버스처럼 동물 이름이 붙은 버스가 또 있다. 도토리를 주우러 짧은 거리를 왔다 갔다 하며 뛰어다는 다람쥐 같다고 해서 이름 붙은 ‘다람쥐버스’는 ‘공간’을 초점으로 새로운 수요를 찾은 사례다.
버스는 노선과 정류장에 따라서 재차인원의 차이가 크다. 재차인원의 증가는 혼잡의 증가를 불러온다. 특히 버스는 지하철보다 바닥 면적이 좁아 혼잡이 쉽게 올라가고 흔들림이 심해 혼잡에 따른 고통도 더 크다.
이 같은 버스는 노선의 특정 구간에서만 혼잡이 높아지는데, 이 혼잡을 잡겠다고 버스차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차량을 늘리면 혼잡하지 않은 구간에서 버스 안이 너무 한산해져 버리니 수송력이 낭비되기 때문이었다. 큰 딜레마였다. 그래서 서울시는 한 버스노선을 공간별로 쪼개 혼잡이 심한 곳에만 버스를 추가로 투입했다. 이것이 바로 다람쥐버스다.
높은 혼잡이 생기는 곳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하철이 제몫을 못한다는 점이다. 수요는 남북 방향으로 생기는데 지하철은 동서 방향으로만 운행되는 식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런 곳에 투입되는 다람쥐버스는 지하철과 상호 보완하는 버스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다람쥐버스 운행구간
※운행시간은 평일 오전 7~9시, 8761번은 4월 16일부터 평일 퇴근시간(17:30~19:30)에도 운행 |
그런데 과연 이 같은 노선들은 어떻게 결정한 것일까? 지하철과 달리 버스는 노선을 만드는 데 건설비용이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행착오가 생기면 시간과 돈이 낭비되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버스노선을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서울시가 사용한 강력한 무기가 바로 ‘빅데이터’이다. 시민들의 지하철, 버스 교통카드 이용현황, 택시 이용실적과 심야택시 민원 발생 실적, 통신사 통화량 실적 등 컴퓨터가 아니면 다룰 수 없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올빼미버스와 다람쥐버스의 수요를 발굴해낸 것이다.
이를 통해 승객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있던 대중교통 수요에 대해 선제적으로 버스를 공급함으로써 혼잡과 불편에 시달리던 심야와 출퇴근시간에 수요를 창출하고 기존 차량의 혼잡을 낮추는 등 버스 서비스를 개선시켰다.
서울시는 심야 휴대폰 통화량을 분석하여 심야버스의 노선을 수요가 더 많은 도로 쪽으로 변경하기도 하였다. 이는 승객의 버스 접근성 개선에 기여한다.
흔히 공공분야는 사기업에 비해 수요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데 소홀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객의 수요를 모르면 물건이 안 팔려 존폐의 위협을 받는 사기업과 달리, 공공분야는 망할 염려가 없으니 수요 파악 노력을 안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올빼미버스와 다람쥐버스에서 보여준 시민고객의 수요 파악 노력은 웬만한 사기업보다도 나아 보인다. 첨단 기술인 빅데이터까지 적극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민간이 배워야 할 정도다.
올빼미버스와 다람쥐버스는 지하철과 무의미한 경쟁을 피하고 상호보완을 지향한다. 또한 유연성 있는 노선 설정과 수요에 최적화된 효율적 운행이라는 버스만의 장점도 잘 살리고 있다. 이는 바로 저성장 인구정체 시대에 서울시 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빼미버스와 다람쥐버스 노선안내 : http://bus.go.kr
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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