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온 전시가 무료?! 감탄 가득, 지금 봐야 할 전시 2곳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3.08.25. 12:51

수정일 2023.08.27. 19:34

조회 24,624

놓치면 후회할 해외에서 온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다. 외국으로 나가야만 볼 수 있는 현지 미술관과 박물관의 유물과 전시품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이다. '예술과 문화', '건축과 감성'이라는 각각의 키워드를 결합하여 만든 작품들로 사유의 시간을 선물해 주는 두 전시를 소개한다.

① 국립중앙박물관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고대 그리스·로마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대 그리스·로마실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곳으로, 순식간에 내가 있는 공간을 유럽 어디쯤에 있는 박물관으로 순간이동 시켜 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3층 세계문화관에 새롭게 선보인 이 고대 그리스·로마실에서 지난 6월 15일부터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는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품들은 인간의 예술적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실’에서는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은주
‘고대 그리스·로마실’에서는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은주

전시실은 각각 ▴'신화의 세계', ▴'인간의 세상', ▴'그림자의 제국'의 3부로 나뉘어 있다. 적지 않은 126건의 전시품들은 모두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소장품이다. 해외에서 온 전시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놓치지 않고 꼭 봐야 할 전시다.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전시는 2027년 5월 30일까지 이어지니 그 사이 여러 번 방문해서 감상하길 추천한다.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소장품 126건이 전시실을 가득 채웠다. Ⓒ김은주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소장품 126건이 전시실을 가득 채웠다. Ⓒ김은주
'고대 그리스· 로마실'은 '신화의 세계', '인간의 세상', '그림자의 제국' 3부로 나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은주
'고대 그리스· 로마실'은 '신화의 세계', '인간의 세상', '그림자의 제국' 3부로 나눠 작품을 선보인다. Ⓒ김은주

1부 ‘신화의 세계’는 신이 주인공이 되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인간의 형상을 한 신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리스 도기와 토제 등잔, 로마 시대의 대형 대리석 조각상, 소형 청동상 등 55점을 감상할 수 있다. '만물의 시작과 끝과 중간을 손아귀에 쥔 신'은 최고의 신인 제우스·유피테르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핀의 머리와 스핑크스의 몸을 합친 스핑크스를 만든 '그리핀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 상', 머리가 잘린 채 천으로 다리를 덮은 모습을 조각한 '아름다운 것이 선한 것', 쓰레기 버리지 말고 대소변을 보지 말라는 여신 헤카테의 경고가 적힌 '헤카테의 경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대 그리스·로마실’은 무료로  공개되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은주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대 그리스·로마실’은 무료로 공개되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은주

2부 ‘인간의 세상’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그린 로마의 초상 미술의 강점을 감상할 수 있다.

생각이 깊고 조용한 모습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로마를 다스린 황제인 하드리아누스를 만들어낸 '하드리아누스의 초상', 이름 없는 로마 시민의 토가 입은 조각상인 '토가를 입은 남성의 초상', 로마 귀부인의 모습인 '귀부인의 초상' 등 초상 예술을 통해 그 시대의 문화를 느껴볼 수 있다.

3부 ‘그림자의 제국’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주요 관심 주제였던 죽음에 대한 사후관을 만날 수 있다. 그리스·로마인들은 죽음이 끝이 아닌 새로운 삶이 시작되어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된다고 여겨 무덤 앞에 조각상과 장식물을 두었다. 
그리스·로마 전시를 통해 신화, 초상 미술, 죽음을 다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은주
그리스·로마 전시를 통해 신화, 초상 미술, 죽음을 다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은주

전시 말미에는 다시 처음의 질문,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계로 돌아온다.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역할을 했던 신화는 생각과 가치의 공유로 이어졌으며 예술과 철학, 문학을 꽃 피우게 해주었다. 그리스는 로마 덕분에 잊히지 않는 영원한 고대의 문화로 살아남게 되었다.

전시는 발달장애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쉬운 해설 정보와 촉각전시물, 점자안내판이 마련되었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설명은 11:00, 13:00, 15:00로 하루 3회 진행한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전시 설명을 들어 보는 것이 좋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다양한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발달장애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전시물, 점자안내판이 마련되어 있다. Ⓒ김은주
전시는 발달장애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전시물, 점자안내판이 마련되어 있다. Ⓒ김은주

② 문화역서울284 <토머스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도시기획자인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은 건축물이나 공간을 만들 때 철학을 넣어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280명의 전문가들이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소통과 다양성을 중요시 여기기에 헤더윅 스튜디오가 만든 결과물을 보면 감성과 철학이 건축물에 녹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헤더윅스럽고 헤더윅다운 건축물은 어느새 시그니처가 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기발하고 독창적이며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다 보면 천재적인 능력에 놀라고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준다.
헤파 필터를 적용해 대기오염을 정화해주는 에어로는 헤더윅 스튜디오가 만든 첫 자동차 모델이다. Ⓒ김은주
헤파필터를 적용, 대기오염을 정화해주는 에어로. 헤더윅 스튜디오가 만든 첫 자동차모델 Ⓒ김은주
헤더윅 스튜디오는 280여 명의 전문가가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은주
헤더윅 스튜디오는 280여 명의 전문가가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김은주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인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헤더윅 스튜디오의 철학을 7가지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건축 전시이다 보니 디자인 위주의 모형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건축물이 주는 공간적인 면을 감상할 수 있도록 모형과 함께 영상과 사진 자료도 풍부하게 전시되어 있다.

뉴욕의 숨겨진 보물섬인 '리틀 아일랜드', 화제의 구글 신사옥 '구글 베이뷰 캠퍼스', 맨해튼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베슬', 런던의 명물 '이층버스', 복합용도 건물인 '1000개의 나무', 바람결에 움직이는 영국 '파빌리온' 등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건축물들이 대거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건축가 헤더윅의  건축철학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김은주
건축가 헤더윅의 건축철학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김은주
전시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30개 프로젝트를 감상할 수 있는 예술건축전시다. Ⓒ김은주
전시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30개 프로젝트를 감상할 수 있는 예술건축전시다. Ⓒ김은주

첫 번째 철학은 '공존'이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감성과 건축의 조화를 이 공간에서 잘 느낄 수 있다. 헤더윅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구슬가게를 운영하셨단다. 구슬가게의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과는 달리 가게를 나와 마주하는 건축물의 삭막한 느낌이 주는 상반된 감정을 어린 헤더윅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딱딱한 건축물에 감성을 넣어 만들게 된 계기는 여기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영국 파빌리온 건축물은 상하이 엑스포에서 선보였다. 7.5m 아크릴관 6만 개를 제작해 그 안에 씨앗을 넣어 바람이 불면 흔들리게 만든 영국 파빌리온은 '씨앗 대성당'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아쉽게도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대신 전시를 통해 모형과 함께 그 당시 사진과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팽이 모양의 스펀 체어는 빙글빙글 돌아가 놀이기구를 탄 것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전시실에서 직접 앉아 볼 수 있다. Ⓒ김은주
팽이 모양의 스펀 체어는 빙글빙글 돌아가 놀이기구를 탄 것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김은주

두 번째 철학은 '조각적 공간'이다. 파터노스터 환풍구는 세인트폴 대성당 옆에 설치해야 하는 환풍구를 멋진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세인트폴 대성당은 옆에 큰 변전소가 있어 열을 식혀야만 했는데, 삭막한 환풍구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헤더윅은 환풍구의 기계 부분을 지하로 내렸고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연출했다. 삼각면이 많아 햇빛에 의해 색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양양의 설해원에 완공될 더 코어는 우리나라에 만들어지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첫 번째 건축물이다.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는 미술관이며 내년 완공이다.

세 번째 철학인 '도심 속 자연'에서는 천 그루의 나무들인 1000 트리즈가 단연 돋보였다. 상하이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복합단지인 이곳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눕힌 것보다 더 긴 부지였다. 덕분에 천 개가 넘는 기둥이 필요했고 기둥을 숨기는 게 아니라 드러내 윗부분을 화분으로 활용해 나무를 심었다. 덕분에 외관은 멋진 산맥처럼 보이는 건축물로 완성되었다. 뒤쪽 외벽 공간도 그냥 두지 않았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함께 꾸며 예술적인 공간으로 탄생되었다.
헤더윅 스튜디오 전시에서는 건축, 조각, 제품,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김은주
헤더윅 스튜디오 전시에서 건축, 조각, 제품, 패션까지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김은주

네 번째 철학은 '감성의 공유'다. 싱가폴 난양 이공대학의 러닝 허브는 12개의 타워를 동그랗게 이어 붙여 건물을 만들었다. 동그란 모양 때문에 복도가 사라지고 중앙홀을 기준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시야를 만들어 주었다. 대학 건물이지만 24시간 일반인에게도 개방된다. 싱가폴 여행을 떠난다면 이 곳은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다섯 번째 철학인 '과거를 담은 미래'에서는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을 만날 수 있었다.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은 오랜 세월 옥수수 곡물 저장 창고로 사용되었던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이제는 제 기능을 하지 않고 방치된 공간을 철거하는 대신 유지하고 보존하는 방법으로 탄생한 공간이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이다. 당시 아프리카에 하나도 없었던 흑인 화가들을 위한 현대미술관을 지었는데 원래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두고 구멍을 뚫어 옥수수 모양으로 80개의 공간을 만들었다.
런던을 대표하는 빨간색 버스 루트마스터는 주요 관광 명소들을 다니고 있으며 디자인적 특징과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김은주
런던을 대표하는 빨간색 버스 루트마스터. 디자인적 특징과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김은주

헤더윅의 철학적 가치를 전시물을 통해 제대로 느껴보는 시간은 그의 별명이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의 또 다른 수식어 '세기의 건축 디자이너'처럼 삭막한 도시, 건축의 즐거움을 상실한 현대인에게 '당신이 상상하는 그것에 인간미를 한스푼 얹은 건축물'을 만들고 있다.

사실 토마스 헤더윅이 만든 건축물을 보면 실제가 아닌 가상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인다. 구글의 신사옥인 베이뷰, 상하이 엑스포 UK 파빌리온, 런던의 이층버스, 뉴욕의 리틀 아일랜드,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 상하이 번드 파이낸스 센터 등 사진 속 그가 만든 건축물은 아름다움을 넘어 천재적인 능력과 상상 그 너머의 영역으로 데려가 준다.
전시는 모형과 함께 영상, 사진 자료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김은주
전시는 모형과 함께 영상, 사진 자료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김은주

한강 노들섬 재개발 프로젝트인 사운드스케이프의 책임자로도 우리에게 알려진 토마스 헤더윅. 노들섬 재개발 사운드스케이프(음악적 파노라마)는 대중교통으로 가는 데 있어서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고립된 공간이었던 노들섬을 모두에게 사랑받는 예술섬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다. 문화와 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 되어질 노들섬은 다양한 곡선, 한국의 산을 형상화한 쉼터, 구불구불한 산책로 등 다채로운 공간으로 꾸며지게 되어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 전시는 오는 9월 6일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를 소개하는 종이 리플렛이 없으므로 도슨트 설명과 함께 전시 관람을 하며 헤더윅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보길 바란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매일 11:15, 13:30분, 15:30분, 17:30에 진행되며 수요일과 금요일은 야간 도슨트도 참여할 수 있다.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다.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전시

○ 전시기간: 2023. 6. 15.(목)~2027. 5. 30.(일)
○ 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3층 고대 그리스·로마실(311호)
○ 관람방법: 예매나 발권 필요 없이 무료 관람
○ 전시해설안내: 11:00, 13:00, 15:00 (※306호 메소포타미아실에서 출발, 세계문화관 6개실 전체 해설)
누리집

국립중앙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 교통 : 지하철 4호선·경의중앙선 이촌역 2번 출구, 도보 4분
○ 관람시간 :
 - 월·화·목·금·일요일 10:00~18:00 (입장 마감 17:30)
 - 수·토요일 10:00~21:00 (입장 마감 20:30)
○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누리집
○ 문의 : 02-2077-9000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 전시

○ 전시기간 : 2023.6.29.(목)~2023.9.6.(수) (※월요일 휴관)
○ 관람시간 : 화-일 11:00~19:00 / 수·금 19:00~22:00 (야간 티켓)
○ 관람료: 유료(인터파크 예매/현장 매표)
누리집
○ 문의: 02-3789-5022 (주최/주관: 숨프로젝트)

문화역서울284

○ 위치 : 서울시 중구 통일로 1
○ 교통 : 지하철1·4호선 서울역 2번 출구
○ 관람시간 : 11:00~19:00 (입장 마감 18:30)
○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누리집
○ 문의 : 02-3407-3500

시민기자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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