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기상박물관에서 측우기와 서울 기상 100년 관측소를 만나다!

시민기자 이정규

발행일 2023.08.22. 09:20

수정일 2023.08.22. 19:16

조회 867

근대 서울 1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 곁을 지나 서울시 교육청 옆길을 따라 걸으면 서울시민대학 건물이 보인다. 그 길을 계속 오르다 보면 무성한 숲으로 둘러싸인 근대 모더니즘 건축양식의 아담한 건물이 나타난다. 바로 서울기상관측소 건물이다. 또한 국립기상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건축물은 좌측(서쪽)의 단층 건물과 우측(동쪽)의 2층 건물이 붙어 있는 형태인데, 좌측 건물은 1932년 경성측후소 청사로 건립된 것이고, 우측 부분은 1939년에 증축된 부분이다. 좌측 건물에서는 반원형 창틀 구조, 곡선부의 현관, 그리고 원통형 옥탑 구조물 등 모더니즘 건축과 아르데코(1920~30년대 미술양식)적 장식요소가 잘 나타난다.

송월동에 위치한 이 건물은 1948년부터 1961년까지 기상청의 전신인 국립중앙관상대로 사용되었다. 1961년에 이 건물의 앞쪽 부지에 중앙관상대 신청사가 신축되었고 이후 1998년에 동작구 신대방동 청사로 기상청이 이전하기까지 송월동은 우리나라 기상관측과 예보의 중심지였다.

지금도 이 건물의 일부분은 서울기상관측소가 사용 중으로 이곳에서 관측한 날씨 자료는 서울의 기상관측 대푯값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상 관측은 정해진 시각에 일정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1932년 경성측후소 건립 이후 현재까지 90여 년의 시간 동안 자리를 옮기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서울의 날씨를 관측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2017년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이곳을 ‘100년 관측소’로 선정한 바 있다. 그에 앞서 2014년에는 이 건물 및 그 앞에 있는 계절관측목인 단풍나무와 벚나무의 식재지 등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건물 서편에는 넓은 잔디밭 위에 백엽상, 강수량계, 적설계, 지진계 등 여러 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된 곳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관측노장이다. 그리고 건물 옥상의 원통형 구조물 위에도 여러 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두 곳에서 기온, 습도, 바람, 강수량, 일사량, 증발량, 황사, 지진 등 서울의 기상을 관측하는 것이다.

식물의 생장 변화를 계절관측의 기준으로 삼는 식물계절관측은 오래된 세계 공통의 기상관측법 중의 하나이다. 서울기상관측소 건물 주위로는 단풍나무, 벚나무, 매화나무, 진달래, 복숭아나무 등 다양한 계절관측 표준목이 식재되어 있다. 이곳 벚나무의 1개 가지에 세 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피면 공식적으로 서울에서 벚꽃의 개화를 발표한다고 한다. 단풍의 시작은 단풍나무의 20% 가량이 물들었을 때, 절정은 80% 가량 물들었을 때로 잡는다.
서울기상관측소와 국립기상박물관이 함께 있는 이 건물은 1932년 경성측후소 청사로 처음 건립되었다. ⓒ이정규
서울기상관측소와 국립기상박물관이 함께 있는 이 건물은 1932년 경성측후소 청사로 처음 건립되었다. ⓒ이정규
반원형 창틀 구조, 곡선부의 현관, 그리고 원통형 옥탑 구조물 등 모더니즘 건축양식과 아르데코적 장식요소가 잘 느껴지는 근대건축물이다. ⓒ이정규
반원형 창틀 구조, 곡선부의 현관, 그리고 원통형 옥탑 구조물 등 모더니즘 건축양식과 아르데코적 장식요소가 잘 느껴지는 근대건축물이다. ⓒ이정규
앞뜰에 기상청 옛터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이정규
앞뜰에 기상청 옛터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이정규
건물 서편의 넓은 잔디밭에는 백엽상, 강수량계, 적설계, 지진계 등 여러 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되어 기온, 습도, 바람, 강수량, 황사, 지진 등 서울의 기상을 관측하는 관측노장이 있다. ⓒ이정규
건물 서편의 넓은 잔디밭에는 백엽상, 강수량계, 적설계, 지진계 등 여러 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되어 기온, 습도, 바람, 강수량, 황사, 지진 등 서울의 기상을 관측하는 관측노장이 있다. ⓒ이정규
서울기상관측소 건물 주위에 식재되어 있는 계절관측 표준목 중의 하나인 단풍나무의 모습. 뒤편으로 한양도성 성곽이 보인다. ⓒ이정규
서울기상관측소 건물 주위에 식재되어 있는 계절관측 표준목 중의 하나인 단풍나무의 모습. 뒤편으로 한양도성 성곽이 보인다. ⓒ이정규

이 건물에 위치한 국립기상박물관우리 선조들의 우수한 기상과학문화를 널리 알리고 다양한 기상유물을 보존, 전시하기 위해 2020년에 개관하였다. 내부 공간으로는 상설전시가 열리는 제1전시실부터 제6전시실이 있고, 그 외 기획전시실과 휴게 공간인 ‘100년 쉼터’가 있다.

제1전시실은 삼국시대 이래 측후활동의 역사를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등 고문서를 통해 알려준다. 제2전시실에서는 측우기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우량관측제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개항 이후 우리나라 근대 기상관측의 역사와 근대 기상관측장비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제4전시실에서는 오늘날의 날씨예보 생산과정과 수치예보 모델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제5전시실은 1930년대 설치되었던 지진계 받침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발견된 공간으로 현재 발굴과 자료조사 중이다.

제6전시실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별 다채로운 기상현상을 감성적인 영상과 소리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빈백에 기대어 바람과 소나기, 천둥과 새소리 등 쉽게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 자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100년 쉼터’는 기상관련 책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도서가 갖추어진 아늑한 휴게 공간이다. 창 너머로 120여 년 수령의 커다란 단풍나무(계절관측목)가 보이는 풍경이 무척이나 운치 있다.
제1전시실은 삼국시대 이래 측후활동의 역사를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등 고문서를 통해 알려준다. 약 2,000 년 전의 홍수와 가뭄, 산사태 등이 기록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 선조들은 기상관측을 정례화하고 그 내용을 기록하였다. ⓒ이정규
제1전시실은 삼국시대 이래 측후활동의 역사를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등 고문서를 통해 알려준다. 약 2,000 년 전의 홍수와 가뭄, 산사태 등이 기록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 선조들은 기상관측을 정례화하고 그 내용을 기록하였다. ⓒ이정규
측우기 발명 전 전통적으로 비의 양을 측정하는 방식은 ‘우택’이었다. 비 온 날 호미나 쟁기의 날이 땅에 들어가는 깊이를 재서 비가 온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땅의 성질이나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정규
측우기 발명 전 전통적으로 비의 양을 측정하는 방식은 ‘우택’이었다. 비 온 날 호미나 쟁기의 날이 땅에 들어가는 깊이를 재서 비가 온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땅의 성질이나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정규
제2전시실에서는 측우기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우량관측제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조선 세종 시기인 1441년에 당시 왕세자(훗날 문종)가 ‘비를 담는 그릇’을 만들어 강우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는 기사가 세종실록에 전한다. 이러한 조선의 측우기는 서양에서 우량계가 발명되기 약 220년 전에 만들어진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정규
제2전시실에서는 측우기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우량관측제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조선 세종 시기인 1441년에 당시 왕세자(훗날 문종)가 ‘비를 담는 그릇’을 만들어 강우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는 기사가 세종실록에 전한다. 이러한 조선의 측우기는 서양에서 우량계가 발명되기 약 220년 전에 만들어진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정규
현존하는 유일한 측우기는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국보 329호)이다. 1837년에 제작된 것으로 겉면에 제작 연대와 높이, 지름, 무게가 새겨져 있다. 이는 세종실록에 기록된 측우기 규격과 일치한다. ⓒ이정규
현존하는 유일한 측우기는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국보 329호)이다. 1837년에 제작된 것으로 겉면에 제작 연대와 높이, 지름, 무게가 새겨져 있다. 이는 세종실록에 기록된 측우기 규격과 일치한다. ⓒ이정규
측우기를 올려놓기 위한 받침돌에 해당하는 ‘대구 경상감영 측우대’(국보; 우측)와 ‘관상감 측우대’(보물; 좌측)가 전시되어 있다. 1915년경 일본인 기상학자에 의해 국외로 반출되었다가 1971년 환수된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에 얽힌 이야기와 측우기로 강우량을 측정하는 방식 등 측우기의 우수성과 가치를 영상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정규
측우기를 올려놓기 위한 받침돌에 해당하는 ‘대구 경상감영 측우대’(국보; 우측)와 ‘관상감 측우대’(보물; 좌측)가 전시되어 있다. 1915년경 일본인 기상학자에 의해 국외로 반출되었다가 1971년 환수된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에 얽힌 이야기와 측우기로 강우량을 측정하는 방식 등 측우기의 우수성과 가치를 영상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정규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그림인 동궐도에는 여러 가지 과학 시설물도 함께 그려져 있다. 측우대와 측우기, 소간의, 앙부일구(해시계), 풍기대 등의 모습이 작지만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들 측정기구가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곳은 왕세자가 머무는 동궁의 정당인 중희당 부근이다. 현재는 창덕궁 후원으로 입장하는 큰 길이 있는 곳이 중희당이 있던 곳이다. ⓒ이정규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그림인 동궐도에는 여러 가지 과학 시설물도 함께 그려져 있다. 측우대와 측우기, 소간의, 앙부일구(해시계), 풍기대 등의 모습이 작지만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들 측정기구가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곳은 왕세자가 머무는 동궁의 정당인 중희당 부근이다. 현재는 창덕궁 후원으로 입장하는 큰 길이 있는 곳이 중희당이 있던 곳이다. ⓒ이정규
제3전시실에서는 개항 이후 우리나라 근대 기상관측의 역사와 근대 기상관측장비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이정규
제3전시실에서는 개항 이후 우리나라 근대 기상관측의 역사와 근대 기상관측장비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이정규
백엽상과 자동기상관측장비(AWS)의 모습. 백엽상은 기상관측용 설비가 설치된 백색의 나무상자를 말한다. 나무판자 조각을 창살에 60도 기울기로 안쪽과 바깥쪽에 이중으로 붙여 사방의 벽을 조립하는데, 이때 약 100개의 조각으로 조립한다고 해서 ‘백엽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정규
백엽상과 자동기상관측장비(AWS)의 모습. 백엽상은 기상관측용 설비가 설치된 백색의 나무상자를 말한다. 나무판자 조각을 창살에 60도 기울기로 안쪽과 바깥쪽에 이중으로 붙여 사방의 벽을 조립하는데, 이때 약 100개의 조각으로 조립한다고 해서 ‘백엽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정규
제4전시실에서는 오늘날의 날씨예보 생산과정과 수치예보 모델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이정규
제4전시실에서는 오늘날의 날씨예보 생산과정과 수치예보 모델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이정규
오늘날 날씨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치예보 모델의 역사와 발전과정, 한계 등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는 영상도 상영된다. ⓒ이정규
오늘날 날씨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치예보 모델의 역사와 발전과정, 한계 등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는 영상도 상영된다. ⓒ이정규
제5전시실은 1930년대 설치되었던 지진계 받침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발견된 공간으로 현재 발굴과 자료조사 중이다. ⓒ이정규
제5전시실은 1930년대 설치되었던 지진계 받침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발견된 공간으로 현재 발굴과 자료조사 중이다. ⓒ이정규
제6전시실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별 다채로운 기상현상을 감성적인 영상과 소리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정규
제6전시실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별 다채로운 기상현상을 감성적인 영상과 소리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정규
‘100년 쉼터’는 기상관련 책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도서가 갖추어진 아늑한 휴게 공간이다. ⓒ이정규
‘100년 쉼터’는 기상관련 책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도서가 갖추어진 아늑한 휴게 공간이다. ⓒ이정규
창 너머로 120여 년 수령의 커다란 단풍나무(계절관측목)가 보이는 풍경이 무척이나 운치 있다. ⓒ이정규
창 너머로 120여 년 수령의 커다란 단풍나무(계절관측목)가 보이는 풍경이 무척이나 운치 있다. ⓒ이정규
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된 건물 옥상의 원통형 구조물로 오르는 계단(일반인은 이용 못 함). 현대 건축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모습이 약 100년 역사의 공간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정규
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된 건물 옥상의 원통형 구조물로 오르는 계단(일반인은 이용 못 함). 현대 건축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모습이 약 100년 역사의 공간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정규

국립기상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송월길 52
○ 관람시간 : 평일 및 주말 10:00~18:00(17:00까지 입장)
○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의 첫 번째 평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070-7850-8493

시민기자 이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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