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기회, 청와대의 밤은 낮보다 특별하다!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3.06.21. 09:20

수정일 2023.06.22. 13:17

조회 658

개방 1주년을 맞은 청와대에서 '밤의 산책'이라는 특별 야간 행사를 진행했다.

사전 예약을 통해 6월 8일부터 6월 19일까지 하루 2,000명의 관람객을 받고 있는 이 행사는 5월 26일부터 예약을 시작해 행사 종료일까지 관람 예약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시민들의 큰 호응으로 일찌감치 전체 매진되었다. 기자는 운 좋게 예매에 성공해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다녀왔는데, 또 가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청와대 밤의 산책' 프로그램에 사전 예약을 마친 관람객들이 정문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박지영
'청와대 밤의 산책' 프로그램에 사전 예약을 마친 관람객들이 정문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박지영

밤의 산책길, 즐거움이 모두 모였다!

당일 오후 7시 30분, 청와대 정문 앞에는 2023년 청와대 야간 행사 '청와대 밤의 산책' 사전 예약을 마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개방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청와대. 기자도 첫 개방 이후 두세 번 정도 더 다녀왔지만, 야간 관람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확실히 이전에 비해 이동 동선 표시 등 관람을 위한 편의가 개선됐고, 사전 예약 후 받은 QR로 바로 입장하는 등 입장 절차도 간소화돼 둘러보기가 훨씬 수월했다.

당일 저녁 관람은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허용되었다. 이동 동선은 청와대 정문으로 들어가 주요 건축물인 본관, 관저, 상춘재로 이동하며 대정원, 소정원, 구 본관 터, 녹지원을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건축물 내부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청와대 행복 스팟’이라 이름 붙인 ‘빛의 정원(소정원)’, ‘신비의 숲(녹지원 숲길)’, ‘치유의 길(관저)’에서의 아주 특별한 체험과 소정원과 관저에서 이뤄진 공연 프로그램이 밤 산책을 더욱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정문을 들어서면 북악산 아래 본관과 대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박지영
정문을 들어서면 북악산 아래 본관과 대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박지영

'청와대 밤의 산책'에서 관람이 허용된 건축물 중 가장 관람객이 많았던 곳은 본관이다. 대통령 집무와 외빈 접견 등이 이뤄진 청와대의 중심 건물로, 1991년 전통 궁궐 건축 양식을 바탕으로 신축되었다고 한다.

대표성과 상징성이 큰 장소인 만큼 시민들의 관심도 컸다. 그 중에서도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하는 계단이 방문객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본관 내 계단 앞엔 인증사진을 찍기 위한 관람객들의 줄이 늘어섰다. ⓒ박지영
본관 내 계단 앞엔 인증사진을 찍기 위한 관람객들의 줄이 늘어섰다. ⓒ박지영

본관 1층 서쪽 별채엔 정부 중요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가 열린 세종실과 영부인이 외빈을 만나는 접견실 및 집무실로 쓰인 무궁화실이 있다. 이곳엔 각각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와 역대 영부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동쪽 별채엔 대규모 인원의 임명장 수여, 회의 등을 진행하거나 외빈이 왔을 때 만찬과 공연을 하는 등 다용도 공간으로 사용한 충무실이 있다. '양화대교'와 '한남대교' 등의 명판을 쓴 서예가 이수덕(1926~2020)의 병풍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이 내부에 놓여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본관 세종실 ⓒ박지영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본관 세종실 ⓒ박지영
역대 영부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본관 무궁화실 ⓒ박지영
역대 영부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본관 무궁화실 ⓒ박지영
병풍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은 '나는 나날이 새로워지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의미다. ⓒ박지영
병풍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은 '나는 나날이 새로워지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의미다. ⓒ박지영

2층엔 대통령 집무실접견실이 있다. 금관의 금제 장식을 본뜬 조명기구가 집무실 벽에, 십장생 문양이 바닥에, <십장생문양도>가 접견실 벽면에 장식되어 있고, 한지로 마감한 나무 창틀과 문살로 전통미가 느껴졌다. 본관엔 층간 승강기도 있고 이동이 편해 휠체어 및 유모차 관람객도 부담스럽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2층 복도 공간은 전통미가 드러나는 작품과 장식들로 꾸며져 있다. ⓒ박지영
2층 복도 공간은 전통미가 드러나는 작품과 장식들로 꾸며져 있다. ⓒ박지영

관저는 대통령의 거주 공간으로, 생활공간인 본채와 접견 행사 공간인 별채, 전통 양식의 뜰과 사랑채 등으로 구성된다. 실외 관람만 가능한 공간으로, 당일 이곳에선 현악 2중주 공연이 세 차례 진행되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국내외 귀빈에게 우리나라 전통가옥 양식을 소개하거나 의전 행사, 비공식 회의 등을 진행하던 상춘재도 외부에서만 관람이 가능했다.
관저 외경. 전통 한옥 건물과 소나무가 달빛 아래 어우러져 꽤 운치 있었다. ⓒ박지영
관저 외경. 전통 한옥 건물과 소나무가 달빛 아래 어우러져 꽤 운치 있었다. ⓒ박지영
관저 내에선 현악 2중주 공연이 진행되었다. ⓒ박지영
관저 내에선 현악 2중주 공연이 진행되었다. ⓒ박지영
관저 내 건축물과 정원은 은은한 조명으로 멋스럽게 연출되어 포토존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박지영
관저 내 건축물과 정원은 은은한 조명으로 멋스럽게 연출되어 포토존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박지영
멋스러운 상춘재의 한옥에 조명이 덧대어지니, 어떤 건축물보다도 우아했다. ⓒ박지영
멋스러운 상춘재의 한옥에 조명이 덧대어지니, 어떤 건축물보다도 우아했다. ⓒ박지영

밤 산책에 빼놓을 수 없는 '3가지 행복포인트'

'청와대 밤의 산책' 하이라이트는 야외에 꾸민 행복 스팟(HAPPY SPOT)으로, 첫 번째 장소인 ‘빛의 정원’본관에서 구 본관 터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소정원이다.

은은한 조명이 놓인 정원에선 두 차례 국악 공연이 진행됐다. 해금 연주는 평소에도 몇 번 접했지만, 연주를 직접 본 건 처음이라 듣는 재미 외에도 보는 재미가 꽤 좋았다.
한 관람객이 아늑하게 조명이 놓인 소정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지영
한 관람객이 아늑하게 조명이 놓인 소정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지영
소정원에서 국악 공연을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 국악 선율도 분위기도 참 좋았다. ⓒ박지영
소정원에서 국악 공연을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 국악 선율도 분위기도 참 좋았다. ⓒ박지영

두 번째 장소인 ‘치유의 길’관저에서 상춘재로 넘어가는 길이다. 얕은 내리막길을 따라 걷는 길엔 우거진 나무에 비친 색조명과 비눗방울들이 어우러져, 낮에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비눗방울을 터뜨리거나 원하는 색의 조명이 닿는 곳을 찾아 인증사진을 찍었는데, 국내 관람객 뿐 아니라 당일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 사진 찍기에 바빴다.
모든 산책로 입구마다 테마가 적힌 안내가 있어 관람하기 수월했다. ⓒ박지영
모든 산책로 입구마다 테마가 적힌 안내가 있어 관람하기 수월했다. ⓒ박지영
단색의 조명과 비눗방울이 어우러져 이국적이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치유의 길 ⓒ박지영
단색의 조명과 비눗방울이 어우러져 이국적이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치유의 길 ⓒ박지영

세 번째 장소는 ‘신비의 숲’이라 이름 붙인 녹지원 숲길로,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인 녹지원엔 120여 종의 나무와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 식수가 있다.

녹지원 숲길은 녹지원에서 소정원으로 향하는 아담한 숲길로, 다양하게 디자인 된 조명이 사용돼 마치 영화 속 세상에 들어와 있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로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다른 곳도 인기가 많았지만 특히 이 장소를 좋아한 관람객들이 많았는데, 바뀌는 조명을 따라 다른 포즈를 취하고 연신 자리를 바꿔가며 그 분위기를 맘껏 즐겼다.

'청와대 밤의 산책'엔 특정 연령대에 치우침 없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골고루 다녀갔다. 거추장스럽거나 과하지 않게 꾸며 오히려 더 효과가 극대화되었던 야외 정원엔 평일 저녁이었지만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도 많이 보였다. 대부분이 관람시간 두 시간을 꽉꽉 채우고 충분히 즐긴 후 청와대를 나섰다.
녹지원. 하늘과 소나무, 경관 조명이 어우러진 그 자체가 멋있었다. ⓒ박지영
녹지원. 하늘과 소나무, 경관 조명이 어우러진 그 자체가 멋있었다. ⓒ박지영
용춘교를 지나 소정원에 이르는 녹지원 숲길 ⓒ박지영
용춘교를 지나 소정원에 이르는 녹지원 숲길 ⓒ박지영
SF 영화나 동화 속에 들어온 듯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박지영
SF 영화나 동화 속에 들어온 듯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박지영

'청와대 밤의 산책' 프로그램은 끝이 났지만, 청와대 관람휴무일인 화요일을 제외하고 예약 시스템 접속일 당일부터 4주 후까지 예약 가능하다. 단, 당일 예약 시 다음 회차부터 예약 가능하고 회차별 마지막 10분 전부터는 다다음 회차부터 예약 가능하다. 주요 건축물 외에도 개방 1주년 기념 전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_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와 '본관 내부 복원 프로젝트'가 본관에서, '초대, 장'이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8월 28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니 함께 보면 좋다.

청와대 관람 해설도 상시 진행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해설 코스는 하루 5회차로 운영된다. 녹지원에서 시작해 상춘재, 수궁터, 본관, 영빈관을 보고 다시 녹지원으로 오는 1시간 코스가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3시에 있으며, 침류각에서 시작해 오운정과 불상을 보고 다시 침류각으로 돌아오는 40분 해설 코스가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있다. 해설을 듣고 싶다면 예약 전에 꼭 일정을 확인하기 바란다.

청와대 경내에서는 취식이 불가하고, 음수대는 있지만 별도의 용기를 제공하지는 않으니 텀블러를 지참하거나 별도로 생수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자.

청와대 관람

○ 관람시간 : (3~11월) 9:00~18:00 / (12~2월) 9:00~17:30
○ 휴관일 : 매주 화요일
○ 사전 예약 ☞바로가기
청와대, 국민 품으로 누리집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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