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치매 의심 증상? 치매안심센터 검사 받고 안심!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3.06.05. 17:40

수정일 2023.11.07. 14:42

조회 2,119

지난 3월 31일 강북구치매안심센터가 수유보건지소로 이전했다. ©박은영
지난 3월 31일 강북구치매안심센터가 수유보건지소로 이전했다. ©박은영

실수는 주로 집에서 벌어졌다. 주전자를 올린 가스 불을 끄지 않은 채 외출하거나, 빨래를 하려고 뚜껑을 연 세탁기에 널지 않은 옷들이 있었다. 마지막 헹굼 시 넣어야 하는 섬유유연제를 깜빡 잊어 세 차례나 더 헹굼을 하고도 세제를 못 넣은 적도 있다. 일상 속 이러한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는 뭘까 싶었지만,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엄마의 경우는 달랐다.

80대이신 친정엄마의 기억력은 조금씩 더 나빠졌다. 언젠가 내게 줬던 물건을 기억하지 못했고, 함께 했던 이야기들도 모른다고만 했다. 최근 질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후 그 증상은 부쩍 심해지는 듯했다. 근래는 물어보는 말에도 멍한 표정으로 있거나 모른다는 답만 할 뿐이다. 이전과 달라진 엄마를 상대하는 것이 지치기도 했지만, 덜컥 걱정이 됐다.

송천동주민센터 어르신복지과 담당자에게 전화해 혼자 계신 엄마에게 어떠한 지원이 가능한지 물었다. 담당자는 어르신들의 우울증 증상은 치매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치매 검사를 권했다. 바로 강북구치매안심센터에 전화하자 담당자는 엄마의 생년월일과 주요 증상을 확인했고, 치매 검사를 받기 위해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하라고 했다.
강북구치매안심센터 1층 안내데스크. 60세 이상이면 매년 1회 치매검사를 받을 수 있다. ©박은영
강북구치매안심센터 1층 안내데스크. 60세 이상이면 매년 1회 치매검사를 받을 수 있다. ©박은영

며칠 뒤 엄마와 강북구치매안심센터를 찾았다. 버스를 타고 화계사 입구에서 하차해 5분 남짓 걸으니 수유보건지소 건물이 보였다. 지난 3월 31일 문을 연 수유보건지소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에 건강관리센터, 치매안심센터, 재활운동실, 응급의료 교육장, 다목적 강당 등을 갖추고 있었다.

2층에 있는 치매안심센터는 넓고 환했다. 접수를 하자 엄마의 신상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했고, 이후 직원과 함께 진료실로 향했다. 이때 보호자는 동반할 수 없었다. 20분 남짓 시간이 흐른 후 엄마와 진료실을 나온 센터 관계자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니 1년 후에 다시 검진받으면 된다고 했다. 엄마의 표정은 밝았고, 나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수유보건지소 2층에 위치한 강북구치매안심센터 ©박은영
수유보건지소 2층에 위치한 강북구치매안심센터 ©박은영

돌아오는 길 엄마에게 어떠한 검사를 받았냐고 물었다. ‘오늘 날짜’와 ‘똑같은 그림 그리기’, ‘선생님이 문장을 말하면 그 문장을 그대로 말하기’ 등 10가지 이상의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엄마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편안했다.

보통 치매안심센터의 1차 검사는 기초적인 선별 검진으로 진행된다. 이후 2차 검사는 보호자 상담을 포함한 정밀검사로 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했다. 3차 검사는 전문의 진료로 MRI, CT와 같은 유료 치매 감별검사로 진행되며, 소득기준에 따라 전액 또는 차등 지원된다.

강북구치매안심센터에서는 강북구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어르신 중 중위소득 120% 이하인 자를 대상으로, 치매 감별검사비(뇌 영상촬영 등)를 지원하고, 의료기관에서 치매로 진단받은 분들에게 기저귀, 위생 매트, 식사용 에이프런 등의 '조호물품(질병 노인을 돌보는 물품으로 노인의 신체활동 지원에 쓰이는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치매진단을 위한 1차 검사가 이루어지는 진료실 ©박은영
치매진단을 위한 1차 검사가 이루어지는 진료실 ©박은영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프기 마련이지만, 그중 치매는 소리 없이 찾아오는 질병이니 더 무섭다. 겉으로 볼 때 치매 환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97만여 명으로 이 중 기준 치매 병상자 수는 92만 4,870명이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라는 거다. 실제로 치매 환자가 얼마나 많을지 쉽게 가늠할 수 없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울리는 스마트폰의 안전 안내문자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치매환자 중 소리 없이 밖으로 나가 집을 찾지 못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치매 검사를 하러 오신 어르신이 접수를 하고 있다. ©박은영
치매 검사를 하러 오신 어르신이 접수를 하고 있다. ©박은영

엄마의 치매 검사를 통해 어르신들은 성격의 변화나 우울감으로도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치매의 경우, 인지기능의 저하보다 성격의 변화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때문에 조기 치매를 의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치매를 의심할 수 있는 진단 10가지를 통해 의심되는 가족의 증상을 진단해 보자.

▴최근에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력 상실로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언어사용에 어려움을 보인다. ▴시간과 장소를 헷갈려 한다.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그릇된 판단을 빈번히 한다. ▴추상적인 사고 능력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물건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한다. ▴기분이나 행동에 변화가 발생한다. ▴성격 변화가 발생한다. ▴자발성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다.
치매안심센터 내 가족카페 ©박은영
치매안심센터 내 가족카페 ©박은영

나이 들수록 친구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어르신들의 인지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우수하고 그 능력이 감퇴할 위험이 적다는 거다. 또한, 마음과 육체의 건강을 위해 매일 30분씩 해를 보며 걷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매는 국가는 물론 지자체가 힘을 합해 극복해야 할 질병이다. 보건소에서 치매로 진단받는 경우엔, 이후의 치료나 가족지원프로그램 혹은 일상생활 훈련 등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만약 부모님이 치매 진단을 받을 경우, 신체기능이 양호하다 해도 장기요양보험의 대상자가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최근엔 45~60세 사이에 나타나는 '초로기 치매'도 눈에 띈다. 초기에는 건망증으로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하거나 이해하고, 판단하거나 계산하는 능력이 둔해지면서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고 한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치매 검사를 통해 진단과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아내나 남편 혹은 부모님이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다면 치매 검사가 우선이다. 진행 초기에 진단받아 빨리 치료를 시작한다면 예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강북구치매안심센터

○ 주소 :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 335-1 수유보건지소 2층
○ 운영일시 : 월~금요일 09:00~18:00, 공휴일 및 매주 토·일요일 정기휴무
누리집
○ 문의 : 02-991-9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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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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