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초로기 치매환자가 만든 초록주스 신선해요! '초록기억카페'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23.09.11. 11:05

수정일 2023.11.07. 14:41

조회 4,079

지난 8월 29일 문을 연 강서구치매안심센터 내 ‘초록기억카페’ Ⓒ박분
지난 8월 29일 문을 연 강서구치매안심센터 내 ‘초록기억카페’ Ⓒ박분

카페에서 싱싱한 채소가 자란다. 수경재배한 채소는 그 자리에서 뜯어 곧바로 건강음료로 만들어 판매한다.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 초로기 치매환자가 운영하는 ‘초록기억카페’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초로기 치매만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기 발병 치매를 말한다. 초록기억카페에서 건강음료를 제조하는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초로기 치매를 앓는 이들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강서구치매안심센터 입구 Ⓒ박분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강서구치매안심센터 입구 Ⓒ박분
강서구치매안심센터 실내 모습 Ⓒ박분
강서구치매안심센터 실내 모습 Ⓒ박분

초로기 치매 환자는 전체 치매환자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성 치매에 비해 진행속도가 빨라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치료 및 돌봄 서비스가 대부분 노인 치매환자에 맞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이 점을 반영해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서는 초로기 치매 환자의 치매 악화를 방지하고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취지로 초록기억카페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초록기억카페의 수경재배실. 수경재배한 채소는 건강음료로 만들어 판매한다. Ⓒ박분
초록기억카페의 수경재배실. 수경재배한 채소는 건강음료로 만들어 판매한다. Ⓒ박분
초록기억카페의 메뉴. 이곳에서 재배한 무공해 채소로 만드는 야채주스들이 대표 메뉴다. Ⓒ박분
초록기억카페의 메뉴. 이곳에서 재배한 무공해 채소로 만드는 야채주스들이 대표 메뉴다. Ⓒ박분

지난 8월 29일 오픈한 초록기억카페는 강서구 등촌동 강서구치매안심센터 내 기존의 북카페 자리에 조성됐다. 카페 벽면 유리창 너머로 푸른 채소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은 공간이지만 초록초록한 카페는 금세 눈에 띄었다.

카페의 수경재배실에는 로메인, 버터헤드, 카이피라 등 3종의 푸른잎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햇빛과 흙 한줌 없는 생육환경에서 푸르게 자라는 모습이 신기했다. 초록기억카페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메뉴 중 야채주스는 이곳에서 재배한 무공해 채소로 만드는 대표 메뉴로 벌써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키오스크로 손님의 야채주스를 주문하는 초록기억카페 구성원 제비꽃 샘 Ⓒ박분
키오스크로 손님의 야채주스를 주문하는 초록기억카페 구성원 제비꽃 샘 Ⓒ박분
음료 제조법을 혹시 잊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잘 따라할 수 있도록 순서대로 적어 놓았다. Ⓒ박분
음료 제조법을 혹시 잊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잘 따라할 수 있도록 순서대로 적어 놓았다. Ⓒ박분

한 방문객이 ‘초록야채장뇌삼주스’를 주문하자 초록기억카페 구성원인 제비꽃 샘이 즉시 다가와 음료 제조에 들어갔다. 주방 벽에는 야채주스 레시피가 부착돼 있다. 분량의 채소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맞추기, 채소를 깨끗이 씻어 과일과 올리고당을 넣어 믹서기에 갈아내기 등 순서에 따라 음료를 만드는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였다. 

컵에 주스를 따라 붓고 장뇌삼 한 뿌리를 멋스럽게 장식하는 것을 끝으로 주스가 완성됐다. 작업을 돕는 도우미가 옆에서 지켜보며 “굿!”하고 엄지를 치켜세우자 제비꽃 샘은 환한 미소로 화답한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미션 하나가 남아 있다.  이제 주스를 주문한 손님에게 온전히 전달할 차례다. 제비꽃 샘이 만든 야채주스는 수선화 샘에 의해 손님에게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됐다. 야채주스 판매, 성공이다!  
제비꽃 샘이 채소를 깨끗이 씻고 있다. Ⓒ박분
제비꽃 샘이 채소를 깨끗이 씻고 있다. Ⓒ박분
믹서기에 간 야채주스를 컵에 따르고 있다. Ⓒ박분
믹서기에 간 야채주스를 컵에 따르고 있다. Ⓒ박분
수선화 샘이 야채주스를 손님에게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박분
수선화 샘이 야채주스를 손님에게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박분
초록기억카페표 무공해 음료 ‘초록야채장뇌삼주스’ Ⓒ박분
초록기억카페표 무공해 음료 ‘초록야채장뇌삼주스’

초록기억카페를 찾은 방문객들과 인사말을 나누고 재배한 채소로 음료를 만들어 손님에게 나르는 일 등이 이들의 주된 업무다. 초록기억카페에서는 이처럼 카페 운영을 통해 초로기 치매환자들에게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 활동 수행 능력을 높이고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구성원은 총 10명으로 주 2~3회,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하루 3시간씩 일한다.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는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어 구성원들은 출근과 동시에 맨 처음 출석 체크부터 한다. 구성원 상호간 호칭은 명찰에 적힌 별칭인 제비꽃, 수선화 등의 꽃이름으로 통한다.
제비꽃 샘이 출석 체크를 하기 위해 담당직원의 안내를 받아 키오스크 앞에 서 있다. Ⓒ박분
제비꽃 샘이 출석 체크를 하기 위해 담당직원의 안내를 받아 키오스크 앞에 서 있다. Ⓒ박분

“주스가 어쩜 이렇게 맛있어요?” “솜씨가 좋네요, 아주 잘 마셨습니다.” 
카페가 문을 연 이후로 치매환자를 위한 방문객들의 배려와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강서구치매안심센터의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고 방문객들은 입을 모은다.   

카페 벽면에는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이 있다. 초로기 치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방문객들에게 초로기 치매환자들을 향한 응원을 부탁하는 내용이다. 초로기 치매환자에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의 말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카페 벽면에 초로기 치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이 보인다. Ⓒ박분
카페 벽면에 초로기 치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이 보인다. Ⓒ박분
초로기 치매환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의 말은 큰 힘이 된다. Ⓒ박분
초로기 치매환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의 말은 큰 힘이 된다. Ⓒ박분

서울시광역치매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초록기억카페는 매주 화·목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월·수요일은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4시30분까지 운영한다. 40~50대 젊은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원예 프로그램(주 1회)과 사회참여 프로그램(주 2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강서구치매안심센터 총괄팀장 강선옥 씨는 “초록기억카페에서 판매하는 야채주스는 무공해 건강음료로 값도 저렴하다”고 자랑하면서 “초록기억카페가 초로기 치매 환우분은 물론 그 가족들과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힐링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초록기억카페

○ 위치 : 서울시 강서구 화곡로 371 경향교회회관 3층 강서구치매안심센터 내
○ 교통 : 지하철 9호선 가양역 8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강서구치매안심센터 누리집
○ 문의 : 3663-0943~6 (강서구치매안심센터)

시민기자 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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