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가꾸기가 치매 예방에 도움된다고?! (feat. 치매안심센터)

시민기자 방금숙

발행일 2023.07.28. 13:55

수정일 2023.11.07. 14:42

조회 3,153

강남구치매안심센터 옥상 정원에서 매주 화요일 '가드닝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방금숙
강남구치매안심센터 옥상 정원에서 매주 화요일 '가드닝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방금숙

강남구치매안심센터 옥상 정원에 오르며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오늘은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가드닝 수업 날이다. 강남구치매안심센터는 지난 5월부터 10월 넷째 주까지 총 20회에 걸쳐 ‘가드닝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다른 뇌 기능이 정상인보다 저하되어 있지만, 아직 치매 상태는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방치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관계자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를 10년간 추적해 보니 약 70%가 치매로 전환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치매 이전 단계부터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가드닝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식물을 가꾸고 이를 활용한 주제 활동이 펼쳐진다. ©방금숙
'가드닝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식물을 가꾸고 이를 활용한 주제 활동이 펼쳐진다. ©방금숙

가드닝 치매예방 프로그램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한국치유환경연구소에서 운영한다. 매주 화요일 오전 참여자들은 도심 속 정원에 모여 식물을 가꾸고 허브 비누 만들기, 꽃바구니 만들기 등 키운 작물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바질을 부침개에 넣어 먹어도 맛있어요.”, “구문초, 메리골드는 모기를 쫓는 효과가 탁월해요.” 현장에선 강사의 설명과 함께 오랜 세월 작물을 길러온 어르신들의 정보들이 어우러졌다. 방울토마토, 고추, 바질 등을 따는 어르신들의 손길도 무척 능숙하고 자연스러웠다.
한국치유환경연구소 백현진 대표(사진 오른쪽)가 허브를 소개하고 있다. ©방금숙
한국치유환경연구소 백현진 대표(사진 오른쪽)가 허브를 소개하고 있다. ©방금숙

한국치유환경연구소 백현진 대표는 “어르신들이 정원을 좋아하시고 특히 부추, 토마토 등 작물을 따는 활동을 엄청 행복해 하셔서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보람차다"라며 “인지 기능을 높이기 위해 계속 반복하는 활동을 위주로 하고, 식물 재질을 만져보고 향도 맡고 눈으로 보며 감각을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가드닝 활동은 어떻게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까. 올해 첫 시작한 가드닝 치매예방 프로그램은 현재 인지력 증진과 같은 효과를 연구하고 검증하는 단계다. 그러나 3년째 암 생존자, 아토피 피부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원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백 대표는 “참여자들의 우울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고 전했다.
강남구치매안심센터는 10월까지 20회에 걸쳐 ‘가드닝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방금숙
강남구치매안심센터는 10월까지 20회에 걸쳐 ‘가드닝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방금숙

가드닝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74세 박옥수 어르신은 “이 나이가 되면 외부활동 기회가 별로 없어 고립되고 우울한데, 이렇게 나와서 좋은 말씀도 듣고 식물을 키우는 정보도 얻고 하니 좋다”고 말했다. 박옥수 어르신은 배운 것을 기초로 해 집 옥상에 화분 텃밭을 만들어 호박, 방울토마토, 감자를 재배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백 대표는 “서울시 전역의 치매안심센터 가운데에 정원이 있는 곳은 3곳 정도로 이 중 강남구 옥상 정원이 가장 프로그램 하기에 환경이 좋았다"며 "다른 구에서도 힐링 정원이든 화분 텃밭을 활용하든 인지 기능 회복과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가드닝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지하철 선정릉역에서 도보 3분 거리의 강남구치매안심센터 ©방금숙
지하철 선정릉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강남구치매안심센터 ©방금숙

강남구치매안심센터, 치매 조기 검진부터 힐링 쉼터까지

2009년 지하철 선정릉역 인근에 개소한 강남구치매안심센터는 현재 전국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치매안심센터로 손꼽힌다. 치매라는 병이 가진 무게감 때문인지 치매안심센터가 다소 어두운 분위기일 거라는 편견과 달리, 탁 트인 통창을 통해 울창한 선정릉 숲이 보이는 이곳은 밝고 편안한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강남구치매안심센터 안내데스크 ©방금숙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강남구치매안심센터 안내데스크 ©방금숙

건물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안내데스크에서 바로 검진과 프로그램을 안내해 준다. 그 옆으로는 전망이 멋진 다목적 건강홀이 자리하고 있다. 늘 푸른 카페에서 무료로 커피나 차를 내려 테이블에 앉아 카페 못지않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탁 트인 통창 너머 선정릉 전망이 펼쳐지는 건강홀 ©방금숙
탁 트인 통창 너머 선정릉 전망이 펼쳐지는 건강홀 ©방금숙
카페에선 차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방금숙
카페에선 차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방금숙

4층 복도를 따라 진료실, 인지검사실, 선별검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기본 기억력 검사는 물론 위탁업체인 서울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매일 상주해 정밀 진단 검사를 진행한다. 올해는 특히 특화사업으로 줌을 통한 화상 상담도 실시 중이다.
한 어르신이 강남구치매안심센터에서 건강 체크를 하고 있다. ©방금숙
한 어르신이 강남구치매안심센터에서 건강 체크를 하고 있다. ©방금숙
4층에서는 주로 치매 조기 검진과 상담을 진행한다. ©방금숙
4층에서는 주로 치매 조기 검진과 상담을 진행한다. ©방금숙

5층은 뇌 건강 증진을 위한 치료실과 힐링존이다. 이곳에서 어르신들의 체계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 치료, 다양한 자극으로 뇌 기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미술 및 음악 인지 치료, 작업 치료 등 치매예방교실인지강화교실 프로그램이 1년 내내 진행 중이다. 안마 의자가 놓인 힐링존과 널찍한 가족카페도 마련돼 있다. 5층 외부 계단을 오르면 가드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마일 정원이 나온다.
음악, 미술, 운동, 직업 치료 등 뇌 자극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방금숙
음악, 미술, 운동, 직업 치료 등 뇌 자극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방금숙
인지 자극 프로그램 시작을 앞둔 작업치료실 ©방금숙
인지 자극 프로그램 시작을 앞둔 작업치료실 ©방금숙

뇌 건강 프로그램은 정상군은 3개월,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은 6개월, 치매 환자는 1년 동안 참여가 가능하다. 서울 시민 누구나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지만 강남구민을 우선 선발한다. 강남구치매안심센터 대상자 등록 후 참여가 가능하다.

강남구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정상군의 경우 데이케어센터나 복지센터 등에서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지만,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환자의 경우 기회가 많지 않은 사각지대에 있다"라며 “치매안심센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하고 경과를 지켜보고 또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전역에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해 치매예방부터 진행 단계에 따른 적절한 의료 및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족 중 치매가 걱정되는 분이 있거나, 치매 예방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다면, 먼저 가까운 자치구 치매안심센터의 문을 두드려 보자.

서울특별시 광역치메센터

강남구치매안심센터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08길 27
○ 교통 : 지하철 9호선·수인분당선 선정릉역 3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
○ 휴무 : 토·일요일, 법정공휴일
강남구치매안심센터 누리집 
유튜브
○ 문의 : 02-568-4203

시민기자 방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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